선생님께
삼월 첫 날을 몹시 쌀쌀하게 시작해서 움츠려 들게 하지만 새 달, 새 마음, 새 학년...
이런 단어들은 우리에겐 언제나 설레임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 아이들에게 베풀어 주신 노고에 감사드리며, 선생님을 통해 저는 긴장하고 살고 있는지,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도 고백합니다.
긴 수식어를 붙여도 결국 알맹이는 '고맙습니다'로 귀결될 것입니다.ㅎㅎㅎ
이제 내일부터는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수고하시겠군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3월 1일
OO이 엄마 올림
OO이 어머님께
완연하진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봄날이라고 말해야 할 듯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날씨도 처음부터 온전히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는 않네요. 그래도 봄이 오는 건 분명한가 봅니다.
사실, 뜻밖의 메일을 받고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런데도 제 마음을 전하는 게 이렇게 늦은 이유는 바빴다는 핑계로 저의 게으름을 변명하고자 했던 안일한 마음 탓입니다. 하기야, 학교의 3월은 진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빠르게 돌아갑니다만 꼭 말씀드려야 했다면 못 했을 것도 없는데 이렇게 답신이 늦었습니다. 아직도 못 해놓은 일도 많은데, 더 미루면 어머님께 글 한 줄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짬을 냈습니다.
어머님을 두세 번 뵙고 나서 OO이가 여느 아이와는 달리 조금 더 바르게 생각하는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아주 컸으리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잣대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으시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무척 고맙고 또, 반가웠습니다.
원래는 학부모 모임 자리가 교사에게 편하기만한 자리는 아닌데, 되돌아보니 작년에는 그래도 서너번 있었던 모임이 나름대로 유익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학부모와 학생의 현재를 놓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흔하지는 않거든요.
OO이는 새로운 반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주 훌륭한 분이시라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저도 반이 갈라지고 나니 새삼 작년에 좀 더 잘 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 올해 맡은 반 아이들과는 정말 행복하게 지내볼까 합니다.
저는 학교가 지금보다는 평화롭고 아이들의 행복을 고민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제 고민을 낭비라고 여기지 않으시고, 소중하게 여겨주신 어머님의 관심을 오래 간직하며 교단에 서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한 일이 가득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2006년 3월 9일
느티나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