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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어록 -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 기념작
체 게바라 지음, 김형수 옮김 / 시학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체 게바라. 나는 그를 혁명가로 기억할 뿐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체 게바라에게 관심을 갖게 된 그 시작은 참으로 엉뚱하다. 내게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가 한 장 있는데 그 티셔츠가 어찌 내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의 티셔츠에 새겨진 그 사내가 누구인지 궁금했고 그는 '체 게바라' 라는 인물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가. 나는 그를 그 쯤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전 헌책방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질러두고 읽을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 기념작이라는 <체 게바라 어록> 을 발견했다. <체 게바라 평전>을 먼저 읽을 것이냐 <체 게바라 어록> 을 먼저 읽을것이냐 잠시 고민했지만 <체 게바라 어록>을 먼저 읽기로 하였다. 언어라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자를 비추어주는 거울이기도 하며 내면과 밖을 이어주는 하나의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라는 사람에 대해서 보다는 그가 남긴 말을 먼저 맛보기로 했다.
의지에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별이 새겨진 검은 베레모, 굵은 시가를 손에 낀 채 사색중이 모습(그는 금연이 필요한 천식환자였다고 한다), 전장에서 웃통을 벗은 채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책의 시작은 몇 장의 그의 흑백 사진으로 시작했다.
그의 글을 통해서 혁명과 민중 그리고 동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 아르헨티나 국적의 한 사나이가 쿠바 혁명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이 자신의 나라라고 생각한단다. 이럴 때 우리는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전국구구나' '노는 물이 다르구나' 의과대학 출신의 혁명가. 그러나 그는 의사보다는 혁명가를 택했다. 그가 의사를 택했다면 누구보다도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굳이 더 힘들고 고단해 보이는 일로 그를 불러낸 것은 어쩌면 운명이 짊어지운 혁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었다. 불의를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낡고 헐어버린 것을 바꾸어 내려는 욕심!
그에게 또 매력적이었던 것은 그는 많은 문학을 탐독하던 자라는 사실이다. 그의 행동은 바로 그의 그런 고결한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와 함께 했던 부대 내 한 의사는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독서광이었던 그는 우리가 피곤에 지쳐 잠에 곯아떨어진 시간에도 언제나 책을 펼쳐들고 있곤 했다'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아버지가 코끼리만한 키스를 보낸다' 라는 말이 있는데 얼마나 아이의 입장을 잘 표현한 사랑 고백인지....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끝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의 어록 중 하나로 어설픈 서평의 마침표를 찍어야 겠다.
"진정한 지도자란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따라오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따라 잡도록 고무해주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