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표윤명 지음 / 북웨이브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신화소설이라?  신화소설은 말 그대로 신화를 기반으로 해서 쓴 소설이다.  그러나 일반 소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배경을 신화에서 가져왔을 뿐 스토리는 작가에 의해 새로이 지어지는 소설을 칭하는 것이다.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기존의 신화와는 차별되어야 하며 하나의 개성있는 저작물로 존재하기 위해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이 관건이다.  물론 창작이라는것 그 자체가 상상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말이다.  이 책, 아틀란티스는 국내 최초 신화소설이란다.  이 소설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신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혹은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통달한 나머지 새로운 신화에 목마른 독자라면 더더욱) 한 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에로스가 쏜 황금화살에 맞은 인간 안틸리우스와 님프 안실리오네의 사랑이 발단이 되어 일어나는 전쟁이다.  이 사랑을 시기하는 아폴론, 그리고 세력과 영역을 확장하려는 여러 신들이 만들어낸 전쟁이다.  그런면에서 이 전쟁은 인간의 전쟁이기도 하고 신들의 전쟁이기도 하다.  인간들에게나 신들에게나 반역과 배신 그리고 음모가 난무한 싸움들.  이 소설은 에페소스와 사모스의 전쟁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마치 영화 300을 보는 듯 했다.  시종일관 하늘을 찌르는 창하며 앞 발을 치켜들고 포효하는 전마(戰馬)의 모습이 그와 흡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위대한 영웅의 출현 또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아라킬리온이었다.  인간들의 전쟁에 깊게 개입한(신들에게 조종당하는) 전쟁이 살벌해지고 피가 낭자할수록 아라킬리온은 전의(戰意)보다는 전쟁의 의미와 인간들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의식이 깨어있는 자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랑이든 싸움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맹목적이 되다보면 '왜 이러고 있을까?' 하는 것을 잊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라킬리온은 번뜩이는 인간의 이성을 보여준 인물이다.  '왜 인간이 신탁을 따라 살아야 하며 그들이 움직이고 일하기 위한 손과 발로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회의야 말로 이 소설의 극적인 반전을 가져온게 아닌가 싶다.   "자! 나를 치시오.  내 목을 쳐 당신의 에페소스를 구하고 나의 아폴론의 신탁을 부수란 말이오!(P.248)"  "보시오.  안틸리우스!  이것이 신의 신탁이란 것들이오.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인간을 어떠한 희생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이었단 말이오.(p.249)"  이는 신들에 대한 반역이자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진로를 이탈하려는 고삐풀린 망아지이거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의 모습이다.  아라킬리온은 에페소스를 차지하게 될 인물이라는 신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도륙의 전장에서 인간들의 자주(自主)를 위해 안틸리우스에게 자신의 목을 베라 청하는 장면은 마치 독립투사의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하기 까지 했다.  자신이 제물이 되어 신탁을 거스리려던 의지, 자유의지가 처음으로 꿈틀대는 순간, 인간들에게는 화해와 화합의 길이 되고 신들에게는 인간들에게 자주성을 주고 지상을 떠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런 면에서 아라킬리온은 이 소설에서 아주 중대한 임무를 행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의 끝부분에서의 그의 죽음은 인간을 위해 순교가 아니었을까?  배신과 반역만이 난무했던 그 곳에 의리와 신의의 불꽃을 남기며....
 
  이 소설은 그리스로마 신화가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 때문인지 한국인 작가의 글이었지만 상당히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인간들의 세상에서 신들이 종적을 감추어버린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라는 의문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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