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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 다이어리 - Goldmiss Diary
크리스틴 B. 휄런 지음, 박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골드미스다이어리. 왠지 귀익은 제목이다 했더니 언니가 책 제목을 보고서 알은 척을 한다. "왠 골드미스다이어리. 하하" '이 제목이 웃긴가?'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나는 언니가 웃은 이유를 잠시 뒤 알게 되었다. 얼마전 TV 에서 '올드미스다이어리' 제목으로 노처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드라마가 있었단다. TV를 잘 안보는 나로서는 사실 TV 드라마 부문은 완전 무식하다. 골드미스건 올드미스건 서른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는 적시의 책이리라.
이 책은 '성공한 여자들은 결혼하기 힘들다' 는 편견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즉, "성공한 여자야, 니가 지금 결혼 못했어도 걱정할 필요없어. 저런 말은 사실이 아니야. 어째서 그러하냐면...." 하고 실예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어? 성공한 여자가 결혼하기 힘들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 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음, 그렇다면 '여자는 너무 잘나면 못써' '그저 여자는 남편 내조 잘하는게 최고야'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는가? 고개를 끄덕였다면 주로 어르신들을 통해서일게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여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야하며 지나치게 똑똑한 척 해서는 안되며 밖으로 나도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남편 사랑받으며 고만 고만하게 산다는 생각이 아직도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팽배하다. 이 책은 그런 편견들을 용기내어 깨어 보겠다고 주장하며 관련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골드미스인가?' 골드미스에게 던지는 충고와 조언이 내게도 해당이 되는지부터 생각해 보아야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골드미스' 는 성공한 여자를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란다. 또 '스완족' 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그럼 성공한 여자는 어떤 여자지? '나는 성공한 여잘까?' 성공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으며 이것을 가늠하는 잣대가 무엇일까? 음.... 번듯한 전문직 여성에다 고수입에 사회적으로도 권위가 있으며 프로의식이 있는 여자? 책 속에서 말하는 '성공한 여자' 라는 말은 다소 무리가 있으며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 아닐까? 인생의 어느 순간이나 찰나를 정점으로 잡아 그 때를 잘 살고 있다고 하여 '성공' 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게 아닐까? '성공' 이라는 자체는 지극히 가변성을 담고 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보자. 소위 말해, 지금 잘 나가다가도 내일 무너질 수 있는 것이고 지금 암담하다가도 내일 팔자를 펼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인데 '성공한' 이라는 과거에서 지금 현재까지만 내포하는 표현은 정확하지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성공한 여자' 보다는 '능력있는 여자' 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고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라는 말처럼 남녀관계 혹은 배우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로스쿨에 석박사 출신들은 또 그와 엇비슷한 사람들과 해외 유학파들은 또 그들끼리, 대기업 자제는 또 그들끼리, 그렇게 그렇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결혼이 늦어지는 미혼 여성들에게 "넌 성공한 여자니 성공한 남자를 만날꺼야. 너무 걱정마" 이렇게 토닥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시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난 성공한 여자인가?' 이다. 사실 나는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성공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는 예라고 하겠지만 성공한 사람입니까? 라는 말에는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점에서 나는 '성공' 이라는 모호한 단어가 썩 내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소위 성공한 여자들이 자신의 윤택하고 만족스런 삶을 위해 자녀나 육아 또 출산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건강한 생식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양으로 자녀를 들일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는 반감이 들었다. 그네들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바르고 착하게 잘 자라는 자녀도 개개인으로 보자면 하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는 것인데 오로지 벌이가 되는 사업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며 상위권에 자리매김을 하는 것만 지향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이 책은 "성공한 여자야. 출산 걱정은 하지마. 통계로 보자면 성공한 여자일수록 출산률이 낮아. 넌 성공한 여자잖아. 그러니 뭐 안 낳아도 큰 문제 안돼" 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일에서 성공했으나 사랑에서는 부진한 그녀들을 위로하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조바심 내던 마음을 잠시 늦추며 조금 느긋하게 결혼이나 사랑 문제를 생각하게끔 한다. 그러나 자칫 그녀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 '아, 성공한 여자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며 결혼과 출산에 등한시하게 될 미혼여성들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 책 골드미스다이어리. 굳이 골드미스라고 부르며 단순한 올드미스와는 격이 다른 성공한 여자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이러나 저러나 늘그막한 미혼여자다. 다시 말해, 노처녀다. ㅡㅡ;;; 더 적절하고 노골적인 제목을 취해보자면 '노처녀를 위한 지침서' 쯤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