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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사 지음, 강신규 옮김 / 가나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저출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이다. 저출산, 성비 불균형, 고령화 현상등 많은 인구문제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 사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아무리 안타까운들 미혼인 나로서는 어찌 조력할 수도 없는 문제고, 성비야 애를 낳을 입장이 된다손치더라도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고, 고령화 역시 인간의 노화를 자연의 섭리로 본다면 역행할 수도 없는 문제다. 무엇보다도 이 한 몸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지구상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얼하는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무관심 했던 것 같다. 나와는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하며 무관심한 스스로를 용납하고 있던 터, 이 책은 결코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 아니요' 하고 말을 건넸다. 인구문제, 출산의 문제가 어떤 특정 무리에게만 국한된게 아니라고 말이다.
이 책은 최근 읽은 <자원전쟁(2007)> 이라는 책과 상당히 유사한 맥락이다. 보고서라는 점, 인구 혹은 자원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미래 예측에 관해 기술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읽고서 '아,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두 책을 모두 더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자원문제와 인구문제는 따로 떼놓고 볼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원의 수요량이 곧 자원 고갈속도와 직결되니 말이다. 물론 <자원전쟁>에서도 자원별 수요량을 제시해 두었지만 전 세계 인구 수에 대해 다룬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더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싶다.
언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쟁과 기근으로 인한 아사가 세계 인구조절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이다. 실로 끔직한 이야기다. 이런 것들이 인구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그것을 장려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옛말이고 오늘 날은 각 나라마다 인구가 빠른 폭으로 감소되고 출산률이 낮아짐과 동시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의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100세를 넘기리라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 그에 따른 사회적인 제도와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진다. 그런데 출산과 관련없는 사람이라서, 내 가족 먹고 살기도 바쁜데 구태여 딴 나라들 머릿 수 헤아리는 일이 무슨 득이 되겠어 하고 인구문제를 등한시 하고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 좋다! 인구문제? 그래, 관심 한 번 가져보지 뭐. 자자~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데? 애가 모자라? 그래, 내가 좀 더 낳아보지. 뭐 이런 식으로 나 하나만 어찌 해보겠다고 해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의 것이 아니라는데서 우리는 당황스러워 진다. 결국 사회가, 국가가 국민에게 이런 점들을 주지시켜야 하고 정세에 따라 출산을 엑제할 것인지 혹은 장려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의도적으로 그것에 다다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에 걸맞은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인구문제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저출산' 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현재 세계 여러나라들은 각 국 사정에 맞게 출산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일들을 실제로 하고 있다. 예전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지금은 웃지 못할 슬로건들을 참 많이도 제시했다. 1960년대에는 '적게 낳아 잘 기르면 부모 좋고 자식 좋다' '많이 낳아 고생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하며 설득도 해보고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하고 위협도(?) 해봤다. 1970년대에는 '내 힘으로 피임하여 자랑스런 부모되자' 노골적이기까지 했다. 또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며 남아선호사상이 잠잠해지길 바라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하며 위트를 섞어도 보고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 하고 으름장을 놓아보기도 했다. 인구 수가 복지후생과 관련이 있다는 걸 체감하지는 못하겠지만 뭐 아무튼 말하기로는 '늘어나는 인구만큼 줄어드는 복지후생' 이라고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2004년 저출산 대응 표어 공모전에서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가 대상을 수상했단다.
이렇게 보면 우리 나라 역시 한 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파급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시별로는 출산장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자녀를 출산할 시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아이를 기피하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제안이 되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해타산이 빠른 젊은이들이다. 아기를 낳고 얻게 되는 푼 돈보다 아이를 키우며 잃게 되는 더 많은 것들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여성의 문제는 출산과 동시에 육아의 문제를 짊어지게 된다. 육아는 공동책임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양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명한 것은 남자들에게 젖 나오는지만 생각해 보아도 알 일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 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며 더 많은 육아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낳는 것도 여성(물론 같이 갖지만) 기르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조건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다 페미니스트 소리 듣겠다)
인구문제. 분명 어제의 문제만도 아니었고, 오늘 내일의 문제만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하는 동안 내내 앓고 있을 문제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는 국민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인도해야 할 것이며 개인은 이런 국가의 손짓에 나의 이해타산만으로 거역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인구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나에게 자각의 시간을 가져다 준 것 같다. 그리고 지구에서 한 발 떨어져 오밀조밀 살아가는 인간들의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게 했던 책이다. 문제를 문제로만 안고 있을 것인가? 문제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려 할 것인가? 그렇다면 문제에 대한 관심이 급선무다. 관심이야말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