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성장 보고서 - E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EBS 아기성장보고서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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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다큐멘터리는 참 유익한 것이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기 성장 보고서'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서야 책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지인들에게 <아기 성장 보고서>에 관한 얘기들은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역시 한 번 볼만한 책임에 틀림없었다.  

  책의 내용은 놀랍다.  아기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과 성장과정에서의 발달들을 실험을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뿐만 아니라 생명이라는 것이 참 경이롭다.  자궁에서부터 엄마의 냄새를 알고 소리를 알고 태교로 듣던 동화도 기억한다는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무엇보다 올바른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인 아이를 잘 아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특성과 발달과정을 안다면 육아의 실수를 줄일 수도 있고 그들에게 더욱 필요한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의 역할을 잘 감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모든 육아서적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애착형성이다.  그 중에서도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말을 못하는 아기 시기에 엄마와 어떤 애착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아기는 다른 성향으로 자라게 되는 연구 결과는 놀랍기도 했고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형성된 아기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사랑을 보여주면 힘들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가진 유아들처럼 성장할 수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다. 

  예전에 루소가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겼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는데 이 책에서 역시 실험을 위해 한 아이에게는 스킨십 등 애정이 담긴 상호작용을 해주지 않고 자라게 하였는데 그 아이는 학교를 중퇴하는 등 문제행동을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신빙성이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나는 아버지로부터 실험대상이 된 그 아이가 왜 이리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아기때는 부모의 스킨십과 포옹만으로도 뇌가 발달한다니 이 역시 놀라운 결과다.  루마니아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뇌 발달 및 성장이 더딘 것으로 그 결과를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시절 사랑이 담긴 애정을 마음껏 주는 것이 우리 아기들에게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마져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기가 울면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을 잘 때나 울지 않을 때는 그냥 내버려두는 부모들도 많이 보았다.  아기는 생리적인 필요만을 충족시켜주면 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아기가 좀 더 자라야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부모들도 보았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은 아이의 발달을 저해함은 물론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되어 훗날 문제가 될 수도 있으리만치 치명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고 언어를 배울 환경에 놓이지 못한 채 뒤늦게 발견된 지니라는 아이는 지속적으로 언어를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주었지만 완벽한 언어구사는 힘들뿐더러 발달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아도 유아기의 발달에는 과정이 있고 그에 걸맞는 자극이 그 시기에 일어나야 발달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보고였다.  

  아기들의 무한한 잠재력.  그것을 부모는 사랑의 접촉과 어루만짐으로 일깨워주고 부모와 아기 간에 형성된 애착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아이 개개인의 기질이 다양하지만 그 기질을 잘 고려하여 양육하면 바른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골자다.  이제 막 아기를 가졌거나 아기를 출산한 엄마라면 내 아이의 성장과정과 발달의 단계들을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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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 역사 교과서를 찢어버려라
임지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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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어진 역사, 국사와 세계사 교과서를 찢어버려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에 이 책을 살펴보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국사와 세계사를 알아야 이해가 빠른 책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역사는 학창시절에 공부한 것이 전부라 그런지 어려움이 있었다.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가 필요하겠구나 하던차 눈에 띄인 책이었다. 

  먼저 참 신선했던 책이다.  구성 또한 새로웠다.  에드워드 사이드, 사카이 나오키, 헤르만 괴링, 공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오시프 스탈린, 김일성, 박정희, 로자 룩셈부르크, 체 게바라, 마르코스, 다비드 벤구리온, 한나 아렌트, 지그문트 바우만, 요코 가와시마 웟킨스, 얀 브원스키, 니시카와 나가오.  이상 17명의 인사들과 한중일 국민들에게 보내는 서신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서신들은 실제 그들에게 전해진 것이 아니고 저자가 그들을 수신인으로 하여 쓴 편지다.  그리고 각 인사들의 업적이나 간략한 소개글을 담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호기심이 가는 인사들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로왔던 것 같다. 

  그런데 역시 역사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주로 이념과 사상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 심도있게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자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의 무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저자의 표현은 단명하고 직설적이라 읽기가 편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현재 동양과 서양의 이분법에서 헤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의 역사 교과서의 규범적 진술의 해악에 대해 말한 프롤로그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주제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말로 오해가 없도록 표현해야 할지 내게는 참 어렵다.  그냥 한 번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첫 편지 수신인인 에드워드 사이드라는 인물에 아주 호기심이 갔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역사학자지만 이 학자가 편지의 첫 수신인이 된 것처럼 저자 사상에도 모태가 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편지의 수신인들이 모두 저자와 같은 사상과 이념을 가진 인사들은 아니다.  도리어 비웃고 헐뜯고 꼬집는 편지글도 많다.

  이 책은 국사와 세계사에 대해 어떤 사실을 알려주기 보다는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각과 교과서를 대하는 반성적 사고를 불러 일으키는 신선한 책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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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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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소설은 정말 오랫만인 것 같다.  십여년 전에 '경요'라는 작가의 소설 몇 작품을 읽은 것이 다가 아닐까 싶다.  이 소설 <딩씨 마을의 꿈>은 인간의 본성과 탐욕에 대해 무서우리만치 잘 담긴 소설이라는 지인의 평을 듣고 읽게 된 소설이다.  더군다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니 관심이 갔다. 

  이 책은 다름 아닌 에이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첫 장을 넘기자 '작가의 말' 에서부터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자기 스스로 문학의 이단아, 별종으로 소개함은 물론 그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이전 작품과 <딩씨마을의 꿈> 이 두 작품 모두 판금조치가 되었단다.  사뭇 쟁의가 넘치는 작가의 말에 나는 이 작품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내용은 중국에서 집단으로 채혈을 하여 혈액을 매매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를 마을주민에게 독려하는 등 틀림없이 중국 정부는 매혈운동을 권장해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주사기와 알콜솜으로 인해 딩씨마을 주민의 많은 수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하게 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그러나 이 에이즈 감염의 주된 원인 중 하나에 바로 딩씨가족이 연관되어 있다.  딩씨네 첫째 딩후이는 자신이 직접 매혈에 앞장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명에게 하나의 주사기와 솜을 사용한다.  그러던 중 에이즈에 집단 감염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딩씨네 가족들을 눈꼴 사납게 보게 된다.   

  이런 매혈운동이 중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런 매혈과정 속에서 인간들이 보여주는 분노와 탐욕, 절망 그리고 그들의 남은 꿈들에 관한 묘사는 참으로 적나라했다.  딩씨네 가족 중 그나마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딩씨 할아버지는 정부의 매혈운동 권유에 앞장서기도 했고 또 더 이상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딩씨 할아버지에게 감염자는 모두 학교에 모여서 살도록 권한다.  이 학교에서 생기는 일이 흥미 진진했다. 

  배우자가 있는 남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모두 일정의 식량을 거두어 식사를 하게 되는데 그 양식포대 안에 돌이나 기왓장을 채워오거나 서로간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죽음을 앞두고도 족장은 마을의 관인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후에 학교 관리자가 되는 둘 역시 서로 진짜 관인을 자신과 함께 매장하기를 간절히 원한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모습들은 인간은 죽음 앞에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욕심과 자존심, 탐욕과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  링링의 빨간 저고리를 훔친 자는 자신의 아내에게 한 번도 그런 고운 저고리를 해 준 적이 없다며 그것을 선물로 주고 싶어 훔쳤다는 진술에는 왠지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라도 정당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런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는 노인의 고백은 가슴을 아련하게 했다.  그리고 마을의 관인을 그토록 찾다 결국 찾지 못하고 죽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침대 모서리에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  그러나 그는 그 중에도 사람들을 의심하고 그것을 찾기에 급급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화목하고 따스하던 마을은 경계와 피빛으로 물들고 만다.
 

  권력과 탐욕에 눈이 먼 딩후이는 절대 반성하지 않고 악행을 일삼는다.  결국 그는 아버지인 딩씨 할아버지 손에 죽음을 맞게 되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딩씨마을이 몰락하고 만다.  더욱 특이한 점은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매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되어 죽은 딩후이의 아들의 시각에서 그려져있다.  이부터도 사실 음산하다.  죽은 자가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기것이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울분과 마을에서 일어난 끔직함을 잘 자아내는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작품 여러 곳에서 음산함이 묻어난다.  혼인을 하지 않고 죽은 이들을 위한 음혼식도 치뤄지는데 이것으로 인해서도 딩후이는 돈을 번다.  피를 판 것도 돈 때문이고 관을 사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음혼식을 치르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다.  마을은 피를 판 대가로 성하는가 싶더니 인간의 탐욕에 눈이 먼 마을은 결국 완전히 몰락하게 된다는 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이 판금조치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정부가 매혈운동을 권장해 왔고 그로 인해 에이즈가 확산된데 대한 공방을 이어가고 싶지 않고 이로 여론을 일으키기 싫어서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그가 자신을 내놓고 쓴 용기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무책임한 매혈운동을 비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녹아난 글이었다.  이것이 실화라는 것은 정말 믿고 싶지 않다.  인간이 그들의 욕심과 질투와 시기, 탐욕,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을 잘 묘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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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알 이야기 을유세계문학전집 26
크레티앵 드 트루아 지음, 최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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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배, 그라알, 아더왕.  이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하다시피한 나로서는 이 책은 꽤 난해한 책이었다.  줄거리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혼란스러웠다.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저자의 죽음으로 모두 미완성으로 끝이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분위기로 보자면 판타지나 무협지같기도 하고 내용으로 보자면 역사소설 같기도 하다.  중세기독교 사상을 전반적인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 <그라알 이야기>에서는 핵심적인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페르스발이고 다른 하나는 고벵이다.  첫 인물 페르스발은 단순히 기사의 멋진 모습에 반해 기사가 되기로 한다.  그는 이상하리만치 힘세고 강하자는 기사들을 모두 물리치게 된다.  그러나 기사가 되기로 하고 떠나던 날, 어머니는 그 사실에 그를 배웅하다 쓰러졌고 그는 어머니의 생사가 궁금해 다시 돌아가다 한 집에서 하룻 밤을 머무르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창의 끝에서 피가 솟는 것을 보고 그라알을 양 손에 든 아가씨가 사동과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았지만 그의 스승이 그에게 '많은 말을 하지 말도록 하라'는 경고가 떠올라 기이한 모습들을 보고도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그런데 소설 후미에서는 그가 그 사실을 물었다면 어머니도 죽지 않았을 것이란다.  도대체 어떻게 되는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소설에서는 끝까지 이 기이한 현상과 이에 대한 질문이 어떤 마법을 풀게 할 수 있었음직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고벵 경은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고 명예를 존중하고 강한 기사도 정신을 갖고 온갖 역경 속에서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도전한다.  고뱅 경은 기로믈랑을 만나게 되고 오르크넬레스의 여왕이 아더왕의 모친이가 자신의 모친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끝이 나게 된다.   

  이 두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빈치 코드>가 성배에 관해 주목을 끈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도 읽지 않았기에 이 작품을 이해하기는 너무나도 힘들었고 지금 역시 그러하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가치롭게 여겨지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아더왕 이야기와' '성배이야기'의 뿌리가 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쉽게 읽혔고 장면 장면이 뚜렷이 그려졌지만 왜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전말을 알 수 없기에 답답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떤 내용이나 논리적인 스토리보다는 '아더왕 이야기' 다른 '성배 이야기들'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혼란스러운 상황들과 이야기의 전개들.  어떤 시원함과 명확함을 발견하지 못한채 이야기가 끝이 나게 되지만 크레티엥 드 트루아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본다면 약간의 의문은 해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그러나 솔직히 그의 또 다른 작품 역시 이와 같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 같기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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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김경화의 아이 언어 성장 프로젝트 -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는 똑똑한 말하기 실천서
김경화 지음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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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아나운서 김경화씨가 강연회를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다.  아무튼 그녀가 <언어 성장 프로젝트>라는 책을 발간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게 되었고 '강연회에 참석할꺼라면 그래도 책 한 번 읽어보고 참석해야지' 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고 아쉽게도 강연회 역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 책을 읽는다면 응당 나를 자녀를 둔 엄마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치원 교사다.  언젠가는 엄마가 되겠지만 아직은 엄마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 역시 각 가정 부모들의 자녀고 그런 자녀들을 오랜 시간 대하는 교사의 비중은 결코 부모보다 적지 않다.  그렇기에 이런 책들을 반드시 부모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 교사들도 이런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쩐일일까?  나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목이 메었다.  읽는 내내 그랬다.  내가 느낀 감정은 두 가지다.  '아, 엄마가 되는 것은 참 귀한 것이고 가슴 벅찬 일이구나' 하는 생각과 '맞아 맞아.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줘야되는거야. 어쩜 이리 잘하지?" 하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목이 메이게 만들었고 다시 말해 그것은, 감동이었다.  솔직히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김경화씨는 언어교육학자도 아니고 유아교육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언어 성장에 참으로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기보다는 쉽게 보고 편히 보는 육아에 관련된 수기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이 책은 왠만한 교육학자의 그것보다 분명 나았다.  아이의 발달 단계만 쭈욱~ 나열하고 지침이 있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책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상호작용해줘야 하는지 실례를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아나운서이기에 그럴까?  참 글도 조근조근 차분하게 쓴 것 같다.  어쩌면 교육학자도 아닌 아나운서인 그녀가 자녀교육서를 내기까지는 자타가 그를 '괜찮은 엄마'라고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역시 인정받을만 했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녀가 정말로 행하고 있다면 십년차 유치원 교사보다 낫고 오랜 공부 끝에 학위를 받은 학자들 보다 분명 낫다.  역시 자녀교육은 노력이고 관심이고 사랑이고 인내일까?

  급기야 내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 하나 '다정하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아이를 위한 상호작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언어적 상호작용에 최선을 다하라'  라는 것이다.  이 시간에는 텔레비전, 전화, 인터넷은 절대 금하고 오로지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반드시 그렇게 실천해야 겠다. 

  또 김경화씨 역시 가급적 아이들에게 TV 시청을 하지 않도록 하고 그런 것은 동물들이 나오거나 하는 것만 보여준다고 한다.  1주일에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단다.  현란하고 자극적인 CF는 가급적 보지 않도록 한단다.  그리고 2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TV를 시청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  최근에 읽은 <뇌가 좋은 아이>에서도 2세 이전에는 절대로 아이에게 TV시청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했다.  주변에 아이를 낳은 많은 젊은 엄마들이 설거지등 엄마가 할 일을 해야하거나 퇴근한 남편이 아이를 안고 아내를 과일을 깍으며 자연스레 TV를 보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왜 '2세전의 아이가 TV를 봐서는 안되는지'에 관해서도 짤막하게 나와있었다.  아이들이 TV에 잘 집중하는 이유는 그 현란함과 자극적임 때문에 그렇단다.  아이에 뇌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단다.  이런 것이라면 반드시 지켜줘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김경화 아나운서가 썼지만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에 도움을 주신 오은영씨가 감수를 했다.  그렇기에 한 번 더 근거를 보충하고 오류를 걸러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어린이 영어교육 역시 국어교육만큼이나 뜨겁다.  우리 때야 중학교 가서 ABCD 배웠지만 그건 정말 옛날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이 부분은 정말 엄마의 소신이 필요한 것 같다.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아이들은 모든 언어를 동일하게 받아들인다.  어린시절부터 외국어의 경험을 주면 잘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질감을 느끼기 전부터 영어교육을 해라' '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언어를 습득하기에도 벅차다.  너무 이른 부모 욕심으로 하는 영어 교육은 도리어 해롭다' 누구 말이 맞을까?  나는 양자 중에서 선택하기보다는 둘을 잘 절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이 가지 않고 힘들지 않게 자연히 영어를 접하게 한다면 그것은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이지 강제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음악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것이지 음악을 틀어두었다고 그 음악에 강압적인 분위기를 느낀다거나 잘 감상해야지' 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자, 가르칠께'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김경화씨는 영어 상호작용도 언어상호작용과 동일하게 해주고 있는 편이었다.  중학교 영어실력의 엄마라면 자녀에게 영어 상호작용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사실 엄마가 생뚱맞게 아이에게 영어로 말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굉장히 우스울 것도 같다.  그런데 이런 우스꽝스러운 것을 김경화 아나운서를 잘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놓은 것들 가운데 서연(첫 딸)이의 반응만 봐도 엄마가 평상시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무릎학교가 뭐니뭐니해도 최고다.  말도 못하고 뜻도 안 통하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서 아이가 벙어리 냉가슴 앓고 집에오고 발음은 좋지만 의미는 하나도 알 수 없고.  그건 절대 안될 일이다.  아이 앞에서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몇 마디 영어도 함께 사용해주면 아이 역시 '우리 엄마 이상하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유아교육을 전공하면서도 수업이 배웠지만 0~3세까지는 엄마의 영향력이 아이에게 절대적이란다.  이 꼬박 3년의 기간, 참 길다.  엄마가 되는 것을 미리 예습해 본 일도 없고 더군다나 남의 애를 데려다가 실습해 본 일도 없이 모두 엄마가 된다.  '왜 우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공사례를 잘 살펴보는 것도 나의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이런 자녀교육서들을 찾아 읽다보면 서로 상반된 의견들이 있기도 하지만 같은 맥락의 내용들이 분명 있다.  그런 내용만 정확하게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매일 당황하며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자녀교육은 정말, 정말 너무나도 중요하다.  아이의 지난 시간을 뒤로 돌려 다시 잘 해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 시기에 맞는 엄마의 역할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런 책들을 보는 것은 내 직업인 교사의 역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훗날 내 자녀의 엄마 노릇을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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