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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김경화의 아이 언어 성장 프로젝트 -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는 똑똑한 말하기 실천서
김경화 지음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몇 달 전, 아나운서 김경화씨가 강연회를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다. 아무튼 그녀가 <언어 성장 프로젝트>라는 책을 발간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게 되었고 '강연회에 참석할꺼라면 그래도 책 한 번 읽어보고 참석해야지' 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고 아쉽게도 강연회 역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 책을 읽는다면 응당 나를 자녀를 둔 엄마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치원 교사다. 언젠가는 엄마가 되겠지만 아직은 엄마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 역시 각 가정 부모들의 자녀고 그런 자녀들을 오랜 시간 대하는 교사의 비중은 결코 부모보다 적지 않다. 그렇기에 이런 책들을 반드시 부모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 교사들도 이런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쩐일일까? 나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목이 메었다. 읽는 내내 그랬다. 내가 느낀 감정은 두 가지다. '아, 엄마가 되는 것은 참 귀한 것이고 가슴 벅찬 일이구나' 하는 생각과 '맞아 맞아.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줘야되는거야. 어쩜 이리 잘하지?" 하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목이 메이게 만들었고 다시 말해 그것은, 감동이었다. 솔직히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김경화씨는 언어교육학자도 아니고 유아교육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언어 성장에 참으로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기보다는 쉽게 보고 편히 보는 육아에 관련된 수기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이 책은 왠만한 교육학자의 그것보다 분명 나았다. 아이의 발달 단계만 쭈욱~ 나열하고 지침이 있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책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상호작용해줘야 하는지 실례를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아나운서이기에 그럴까? 참 글도 조근조근 차분하게 쓴 것 같다. 어쩌면 교육학자도 아닌 아나운서인 그녀가 자녀교육서를 내기까지는 자타가 그를 '괜찮은 엄마'라고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역시 인정받을만 했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녀가 정말로 행하고 있다면 십년차 유치원 교사보다 낫고 오랜 공부 끝에 학위를 받은 학자들 보다 분명 낫다. 역시 자녀교육은 노력이고 관심이고 사랑이고 인내일까?
급기야 내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 하나 '다정하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아이를 위한 상호작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언어적 상호작용에 최선을 다하라' 라는 것이다. 이 시간에는 텔레비전, 전화, 인터넷은 절대 금하고 오로지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반드시 그렇게 실천해야 겠다.
또 김경화씨 역시 가급적 아이들에게 TV 시청을 하지 않도록 하고 그런 것은 동물들이 나오거나 하는 것만 보여준다고 한다. 1주일에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단다. 현란하고 자극적인 CF는 가급적 보지 않도록 한단다. 그리고 2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TV를 시청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 최근에 읽은 <뇌가 좋은 아이>에서도 2세 이전에는 절대로 아이에게 TV시청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했다. 주변에 아이를 낳은 많은 젊은 엄마들이 설거지등 엄마가 할 일을 해야하거나 퇴근한 남편이 아이를 안고 아내를 과일을 깍으며 자연스레 TV를 보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왜 '2세전의 아이가 TV를 봐서는 안되는지'에 관해서도 짤막하게 나와있었다. 아이들이 TV에 잘 집중하는 이유는 그 현란함과 자극적임 때문에 그렇단다. 아이에 뇌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단다. 이런 것이라면 반드시 지켜줘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김경화 아나운서가 썼지만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에 도움을 주신 오은영씨가 감수를 했다. 그렇기에 한 번 더 근거를 보충하고 오류를 걸러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어린이 영어교육 역시 국어교육만큼이나 뜨겁다. 우리 때야 중학교 가서 ABCD 배웠지만 그건 정말 옛날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이 부분은 정말 엄마의 소신이 필요한 것 같다.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아이들은 모든 언어를 동일하게 받아들인다. 어린시절부터 외국어의 경험을 주면 잘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질감을 느끼기 전부터 영어교육을 해라' '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언어를 습득하기에도 벅차다. 너무 이른 부모 욕심으로 하는 영어 교육은 도리어 해롭다' 누구 말이 맞을까? 나는 양자 중에서 선택하기보다는 둘을 잘 절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이 가지 않고 힘들지 않게 자연히 영어를 접하게 한다면 그것은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이지 강제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음악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것이지 음악을 틀어두었다고 그 음악에 강압적인 분위기를 느낀다거나 잘 감상해야지' 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자, 가르칠께'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김경화씨는 영어 상호작용도 언어상호작용과 동일하게 해주고 있는 편이었다. 중학교 영어실력의 엄마라면 자녀에게 영어 상호작용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해주고 있지만 사실 엄마가 생뚱맞게 아이에게 영어로 말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굉장히 우스울 것도 같다. 그런데 이런 우스꽝스러운 것을 김경화 아나운서를 잘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놓은 것들 가운데 서연(첫 딸)이의 반응만 봐도 엄마가 평상시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무릎학교가 뭐니뭐니해도 최고다. 말도 못하고 뜻도 안 통하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서 아이가 벙어리 냉가슴 앓고 집에오고 발음은 좋지만 의미는 하나도 알 수 없고. 그건 절대 안될 일이다. 아이 앞에서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몇 마디 영어도 함께 사용해주면 아이 역시 '우리 엄마 이상하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유아교육을 전공하면서도 수업이 배웠지만 0~3세까지는 엄마의 영향력이 아이에게 절대적이란다. 이 꼬박 3년의 기간, 참 길다. 엄마가 되는 것을 미리 예습해 본 일도 없고 더군다나 남의 애를 데려다가 실습해 본 일도 없이 모두 엄마가 된다. '왜 우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공사례를 잘 살펴보는 것도 나의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이런 자녀교육서들을 찾아 읽다보면 서로 상반된 의견들이 있기도 하지만 같은 맥락의 내용들이 분명 있다. 그런 내용만 정확하게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매일 당황하며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자녀교육은 정말, 정말 너무나도 중요하다. 아이의 지난 시간을 뒤로 돌려 다시 잘 해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 시기에 맞는 엄마의 역할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런 책들을 보는 것은 내 직업인 교사의 역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훗날 내 자녀의 엄마 노릇을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