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소설은 정말 오랫만인 것 같다.  십여년 전에 '경요'라는 작가의 소설 몇 작품을 읽은 것이 다가 아닐까 싶다.  이 소설 <딩씨 마을의 꿈>은 인간의 본성과 탐욕에 대해 무서우리만치 잘 담긴 소설이라는 지인의 평을 듣고 읽게 된 소설이다.  더군다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니 관심이 갔다. 

  이 책은 다름 아닌 에이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첫 장을 넘기자 '작가의 말' 에서부터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자기 스스로 문학의 이단아, 별종으로 소개함은 물론 그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이전 작품과 <딩씨마을의 꿈> 이 두 작품 모두 판금조치가 되었단다.  사뭇 쟁의가 넘치는 작가의 말에 나는 이 작품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내용은 중국에서 집단으로 채혈을 하여 혈액을 매매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를 마을주민에게 독려하는 등 틀림없이 중국 정부는 매혈운동을 권장해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주사기와 알콜솜으로 인해 딩씨마을 주민의 많은 수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하게 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그러나 이 에이즈 감염의 주된 원인 중 하나에 바로 딩씨가족이 연관되어 있다.  딩씨네 첫째 딩후이는 자신이 직접 매혈에 앞장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명에게 하나의 주사기와 솜을 사용한다.  그러던 중 에이즈에 집단 감염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딩씨네 가족들을 눈꼴 사납게 보게 된다.   

  이런 매혈운동이 중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런 매혈과정 속에서 인간들이 보여주는 분노와 탐욕, 절망 그리고 그들의 남은 꿈들에 관한 묘사는 참으로 적나라했다.  딩씨네 가족 중 그나마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딩씨 할아버지는 정부의 매혈운동 권유에 앞장서기도 했고 또 더 이상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딩씨 할아버지에게 감염자는 모두 학교에 모여서 살도록 권한다.  이 학교에서 생기는 일이 흥미 진진했다. 

  배우자가 있는 남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모두 일정의 식량을 거두어 식사를 하게 되는데 그 양식포대 안에 돌이나 기왓장을 채워오거나 서로간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죽음을 앞두고도 족장은 마을의 관인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후에 학교 관리자가 되는 둘 역시 서로 진짜 관인을 자신과 함께 매장하기를 간절히 원한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모습들은 인간은 죽음 앞에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욕심과 자존심, 탐욕과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  링링의 빨간 저고리를 훔친 자는 자신의 아내에게 한 번도 그런 고운 저고리를 해 준 적이 없다며 그것을 선물로 주고 싶어 훔쳤다는 진술에는 왠지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라도 정당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런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는 노인의 고백은 가슴을 아련하게 했다.  그리고 마을의 관인을 그토록 찾다 결국 찾지 못하고 죽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침대 모서리에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  그러나 그는 그 중에도 사람들을 의심하고 그것을 찾기에 급급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화목하고 따스하던 마을은 경계와 피빛으로 물들고 만다.
 

  권력과 탐욕에 눈이 먼 딩후이는 절대 반성하지 않고 악행을 일삼는다.  결국 그는 아버지인 딩씨 할아버지 손에 죽음을 맞게 되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딩씨마을이 몰락하고 만다.  더욱 특이한 점은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매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되어 죽은 딩후이의 아들의 시각에서 그려져있다.  이부터도 사실 음산하다.  죽은 자가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기것이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울분과 마을에서 일어난 끔직함을 잘 자아내는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작품 여러 곳에서 음산함이 묻어난다.  혼인을 하지 않고 죽은 이들을 위한 음혼식도 치뤄지는데 이것으로 인해서도 딩후이는 돈을 번다.  피를 판 것도 돈 때문이고 관을 사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음혼식을 치르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다.  마을은 피를 판 대가로 성하는가 싶더니 인간의 탐욕에 눈이 먼 마을은 결국 완전히 몰락하게 된다는 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이 판금조치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정부가 매혈운동을 권장해 왔고 그로 인해 에이즈가 확산된데 대한 공방을 이어가고 싶지 않고 이로 여론을 일으키기 싫어서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그가 자신을 내놓고 쓴 용기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무책임한 매혈운동을 비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녹아난 글이었다.  이것이 실화라는 것은 정말 믿고 싶지 않다.  인간이 그들의 욕심과 질투와 시기, 탐욕,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을 잘 묘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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