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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결혼을 하면 아이를 출산하고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대다수 부부의 루트다. 나 역시 몇 해 지나지 않아 아기를 갖고 출산하고 엄마가 될 것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부터 나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아이를 낳고 나면 내 일은 어떻게 하지?' 하는 것이었다. 아직 임신도 안 한 여자가 앞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인가? 후훗. 하지만 나는 원래 미리미리 걱정하는 부질없는 꼼꼼함 탓에 내게 질문이 된 이 문제를 만연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과연 무엇이 옳을까? 엄마나 시어머니께 양육을 부탁할까? 그럼 언제까지? 나는 아이가 커갈수록 내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인데 그러면 언제까지 맡겨야 하나? 이 질문에 답은, 일을 아이가 큰다고 그만둘 계획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일을 그만둘 때까지 누군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결론이 선다. 그리고 솔직히 나를 낳고 이제 손자손녀보고 늙어가는 부모님께 또 고된 일을 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영아전담 어린이집에 보낼까? 이 부분은 남편이 절대 반대다. 나 역시 전자만큼 내키지는 않는다. 내가 유치원 교사지만 유아교육 종사자와 보육 종사자들에게 나의 어린아이를 흔쾌히 맡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은 좀 더 있다가 이야기 하겠다. 그렇다면 답은? 내 손으로 키우는 것이다. 사실 가장 안심이 되고 마음 한 편으로 가장 행복한 선택이 바로 세 번째 선택이다.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뒤집는 그런 감격스러운 순간도 실황으로 내 눈으로 보고 싶고 엄마, 아빠, 맘마 하며 작은 입으로 무언가를 말할 때도 가장 먼저 듣고 감격해주고 싶고 기뻐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여튼 욕심 더럽게 많다, 나는.)
그럼 무엇을 망설이냐고? 그래, 무엇을 망설여. 그런데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일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는 나의 미래를 실현하는 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경제적 이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남편 혼자 벌어 먹고산다고 거리에 나앉지는 않겠지만 아이 양육비라던지 생활비로 다 쓰고 나면 저축할 수 있는 수 중의 돈이 얼마나 될까? 젊은 나이에 열심히 일해서 통장을 두둑하게 해놔야 나중에도 편함은 물론 무일푼으로 성실한 사람보다 가진 자들이 더 부자되기 좋은 세상이다. 그러면 나도 나의 일을 하며 수입을 얻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또한 나의 일이라는 것이 내가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자라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다 보고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공무원이 아닌 이상 누가 몇 년간의 휴직을 용납하며 그 자리를 나를 위해 비워놔줄까? 현실적으로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나를 위해 대신 고용했던 사람을 쫓고 다시 나를 받아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신의도 아니고 무모한 기대일 뿐이다.
그러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자, 무엇이 비교 대상인가? 내 손으로 아이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과 나의 미래와 경제적 여건, 이 두 가지를 놓고 나는 선택해야 한다. 이런 골치 아픈 고민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서론 참 요란하게 길었다) 이 책은 반전이 없다. 표제 고대로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는거다. 왜 이 책은 그렇게 말할까? 무슨 이유로? 그러면 이 책이 말하는 그 이유를 들여다 보자.
첫째, 보육기간과 교사는 믿을만하지 않다는 거다. 유아교육 종사자로서 이 분이 굉장히 섭섭하게 들리기도 하고 뭐랄까 불신에 대한 책 내의 많은 부분은 나를 안타깝게 했다. 그럼 솔직하게 말해보자. 책에서는 교사는 '엄마만큼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인정한다. 내게 맡겨진 아이들이 정말 좋고 사랑스러워요 이것은 일이고 아이들을 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엄마처럼, 엄마와 같은 양의 사랑을 줄 수는 없다. 이것은 교사의 자질문제가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이 더욱 그러하게 만든다. 어린이집은 잘 모르지만 유치원의 경우 한 반에 25명이 넘는 유아들이 있다. 이 유아들에게 엄마처럼 일일이 상호작용 해주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안전이라는 것이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들은 싸우기도 하고 위험한 장난을 하기도 하고 이것들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매일 집에서 아이 하나만 보는 엄마도 불시에 일어나는 아이의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그런데 교실이라는 환경은 오죽할까? 이 아이의 단추를 채워주고 머리를 빗겨주면서도 눈은 다른 아이들을 살피기 일쑤다. 수영장 같은 곳에 물놀이라도 가면 어떨까? 엄마라면 아이의 튜브를 잡고 물에서 함께 놀아줄 것이다. 그러나 교사는 누군가의 아이를 보호하고 책임질 분명한 임무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는지 안 보이는 아이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약간의 놀이를 해줄 수는 있지만 교사대 유아의 비율이 1:25 이상이 되기에 결코 엄마처럼 1:1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 이건 교사들을 책망해서는 안 될 일이다. 뿐만 아니다. 학부모가 유치원 생활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사진도 찍어줘야 한다. 한 시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린이집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며 영어전담 어린이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한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울 것이며 교사는 기저귀를 갈 던 일을 마치고 우유를 먹여줄 것이고 우유를 먹은 아이가 트림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다른 아이의 열 체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너무나도 당연하게 교사는 엄마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보육 교사의 역할 수행문제를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고 내가 키워야 할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실험 논문 등이 사용하여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3살 이전에 기관에 보내는 것은 아기가 모든 것에 반응하고 울음과 눈빛으로 표현한다고 보았을 때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기질적으로 온순한 아기라면 교사에게 손길이 덜 가게 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사가 까다로운 아이를 더 살피려 하기 때문이 아니고 울고 보채는 아이를 살피다 보면 눈만 깜빡거리며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아기에게 시간을 투자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출생부터 3세까지는 아이의 발달과 성장에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모든 유아교육서적과 육아 서적에서 입이 닳도록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의 중요성이다. 이 시기에는 접촉만으로 아이의 뇌가 발달하고 포옹과 상호작용이 시시적절하게 일어나야 아이가 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을 갖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엄마에게 양육된 아이와 기관이나 타인에게 맡겨져 양육된 아이보다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 아이들로 자란다는 연구 결과들이 굉장히 많다. 심지어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를 인큐베이터에 넣지 않고 엄마 배 위에 올려두고 합방하게 한 것만으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던 아이보다 더 건강하게 성장했다는 결과도 있다. 이를 캥거루케어라고 하는데 시설이 열악한 한 병원에서 우연히 시행하다 발견했고 실험결과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산부인과를 보면 신생아실이 따로 되어 있는 곳이 많지만 모자동실을 고집하는 병원들도 있다. 그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란다. 아기와 엄마는 10달 동안이나 함께 숨 쉬고 함께 생활하고 자극에 반응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엄마와 태어날 때부터 끊을 수 없는 정서적인 교류가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기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중요한 발달의 시기에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정서를 교감할 수 있는 엄마가 양육의 가장 적임자라는 내용이다. 도저히 엄마가 기를 상황이 되지 않을 때에는 보육시설보다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맡기는 방법이 그나마 낫다고 말한다.
위 두 가지를 보면 '아기에게는 엄마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 엄마에게는 '아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일과 경제적 여건도 중요하다'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답을 내려야 한다. 이 책은 나의 고민에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내가 하고있는 고민 중 '아기에게 필요한 엄마의 자리를 지키라' 고 설득을 더했을 뿐이다. 저자는 행복은 반드시 경제적인 데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 장기적으로 봐서 '아기를 택하세요' 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아기를 가진 부부에게 이 세상 가장 귀한 것은 바로 그들의 보물, 아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기를 위해 나의 3년을 할애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아이의 인성과 발달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니고는 어떤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참 고민이 많다.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이를 출산하기에는 내 나이 또한 적지 않고 그렇다고 지금 아기를 갖고 출산하게 되면 나는 학교를 휴학해야 할 것이고 나의 모든 일이 지체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또한 선택해야 한다. 나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를. 그리고 현재 아이는 없지만 아이를 출산하기 전 아이에게 바람직한 엄마의 역할을 잘해줄 수 있도록 미리미리 공부하고 싶다. 지금의 마음으로는 '그래, 3살까지는 내가 키우자' 라는 입장이다. 경제적인 부분과 나의 비전을 잠시 보류하고 미련을 버리면 이 기간을 행복한 육아기간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눈에 보이는 금전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그 누구보다 필요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한다면 이로 얻는 행복과 삶의 안정 역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리라고 믿는다.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 귀하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얻게 되는 보물이라면 그 어느 것과 견줄 수 없이 소중한 것일테다. 나는 그 소중한 보물을 전심으로 사랑할 준비를 하고 어떠한 선택을 하든 내가 선택을 하게 된다면 나는 그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아이를 낳을 모든 엄마가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당신이 아이를 직접 기르기로 했다면 '당신의 선택'에 지지를 받는 기분이 들 것이고 다른 것들에 미련을 떨치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 당신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기관에 맡기기로 했다면 이에 또한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하고 애정이 필요하니 저녁에 아기를 다시 만난 이후만이라도 더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다' 고 생각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인간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이 사랑을 늘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아기에게는 우유만큼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