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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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보는 인권 이야기' 라는 소재가 흥미로워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등에서 보여지는 인권의 문제들을 저자의 시각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나는 평소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사형제 존폐, 안락사 허용 여부, 군필자 가산점 부여 등에 유독 관심을 갖고 있다.  혹시 이 책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자료들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차별의 종착역 제노싸이드 이렇게 9가지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평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인권'에 대해 알기쉽게 서술해둔 책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세 가지의 아쉬움을 느꼈다.  첫째, '지랄 총량의 법칙' 이라는 것은 이 책의 광고 카피에 등장할 만큼 이 책의 주된 골자처럼 홍보되었다.  그러나 이 '지랄 총량의 법칙'은 애초에 저자가 말한(저자의 지인이 저자에게 한 말) 개념도 아니고 청소년 인권에 대해 서술하며 한순간 등장하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그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마치 이 책을 대표하는 요점이라도 되는 듯 소개한 것은 억지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마케팅의 속임수라고 봐야하나?  다시 말해, '지랄 촐량의 법칙'에 호기심을 갖고 이 책을 읽은자는 십중팔구는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두번째, 영화를 통해 보는 인권이라고는 하지만 객관적인 실태조사 및 이들 인권에 대해 충분히 고찰할 수 있는 어떤 자료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인권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설득력 있게 풀어놓았음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독자로 하여금 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게 되는 책이었다.  뭔가 인권의 문제에서 서로 양립할 수 있는 서로 반하는 의견들을 저자 나름의 생각으로 풀어놓았다면 모를까 누구나가 알고 이해하는 인권의 문제들(청소년 인권, 장애인 인권, 인종차별 등등)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발견하여 인권의 시각으로 깊이 있게 평론한 듯한 컨셉은 내가 기대한 바는 아니었다.  이것은 그냥 이 책의 개성있는 접근 방향일 뿐 이것이 이 책의 단점인 마냥 생각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대와 달랐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세번째, 과연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인권문제를 얼마나 솔직하게 서술하였을까?  특히 성소수자의 인권 부분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종교를 의도적으로 피력하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그가 그의 '종교'와 '편견없이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 사이의 딜레마에서 고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쉽게말해 저자가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과 성소수자들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성소수자 문제 역시 인권의 문제이지만 종교 등의 요인이 작용한다면 이 문제는 달리 바라볼 수 있다는 여지'를 계속 남기고 있더라는 말이다.  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도 되지 않았을까?  그 역시 그의 주장일 것이며 어느 집단에게는 하나의 설득력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착하다.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끝으로 하나는 이 책에서의 아쉬움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고 단지 저자의 의견과 내 생각이 상반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검열과 표현의 자유' 부분에서 그는 요컨대 '검열이 표현의 자유와 볼 권리를 막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내 입장은 다르다.  나는 검열은 예술성을 지향하는 일환이라고 믿고 있다.  검열이 사라진다고 치차.  그렇다면 영화들은 더욱더 관객을 동원하기 위한 자극적인 장면과 선정적인 장면을 남발할는지 모른다.  저자가 말한 검열의 대상이 되는 두 가지, 즉 폭력성과 선정성을 놓고 본다면 우리는 더 많은 폭력적인 장면과 선정적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검열위원의 자격 여부와 선정성보다는 폭력성이 비교적 쉽게 검열을 통과하고 있다는 등의 검열과정 및 관계자들의 자격 여부에 대해서는 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검열이 반드시 '표현의 자유와 볼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열은 '대중들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볼 권리'를 작게나마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위와 같이 내가 이 책에서 느낀 아쉬운 점과 저자의 생각과 반하는 의견들을 주로 서술하긴 하였지만 이 책은 인권에 대해 쉽게 알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영화라는 모두에게 친숙한 매체로 인권에 접근한 발상이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으니 말이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누군가는 인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고 누구는 그저 보기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분명 그 의도대로 인권감수성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이다.  인권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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