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조차도 어느 것 하나 내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끝까지 닿지 않은 두 입술이었다. 가장 어리둥절했던 순간은 초대받지 않은 이가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광경이었다. 벌판에서, 거대한 전파기계 사이에서, 지워진 누군가에게 내 의지와 갈망을 보내지만 나에게 도착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지쳐가는 일의 전문가였다. 그렇게 위로한다.

바람이 불고 갈대숲이 움직인다. 마치 전기신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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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2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도 심오하다고 말씀드리면 실례가 될까요?

hallonin 2007-09-2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꿈은 뭔가 심오한 척을 잘 하죠.
 

우선 [바바렐라].



60년대 키치문화의 절정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 듯. 아주 엉망진창이네요. 요즘의 일부 극렬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분노할 내용으로 가득한 이 프랑스 코믹 원작의 영화에서 제인 폰다는 생긴 것에서부터 대사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60년대적 백치미를 뽐내고 있는데 그녀가 이 영화에서 제대로 해내는 일이란 몇 번 총질하는 걸 빼면 옷 벗는 거와 섹스뿐. 그런데 난 딸인 브리짓 폰다를 더 좋아하니까 별로 꼴리진 않았음. 처음부터 끝까지 러브앤피스 정신을 너무 노골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는데 사실상 서사가 흘러가는 동인이 오로지 그거 하나라는 것과 스페이스오페라에 뽕끼 가득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히피즘 말미에 나온 뇌내망상극의 극한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넘쳐나는 캠프적 이미지들과 당당한 저질 마인드를 기초로 해서 개판오분전인 연기와 연출, 스토리로 만들어진 제인폰다 빠돌이 영화라고 보면 정리가 되겠습니다. 이걸 보고나니 쥬스트 쟈킨이 만든 [그웬돌린]도 의외로 꽤 심각한 영화일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거기 음악도 좀 관심 깊게 들어봐야겠음. 물론 일부러 또 보고 싶진 않다....

사실 음악 듣기 위해서 보긴 한 건데 저 유명한 무중력공간 스트립쇼와 함께 나오던 오프닝 빼면 전체적으론 뭐 별로. 뽕끼는 뽕낀데 영화만큼이나 좀 웃기는 뽕끼를 자랑함. 관련된 해설은 아래 음반 그림 누르면 더 상세한 버전이 튀어나올 겁니다.

로베르토 로드리게스가 리메잌해서 내년에 내놓기로 했다는데 [엘 마리아치]랑 [씬시티] 빼면 로드리게스 영화는 재밌게 본 게 없어서 썩 기대는 안 가지만 뭐 원작의 난장판과 로드리게스 스타일을 생각하자면 잘 만들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리메잌판 제작자가 디노 드 로렌티스.... 원작 제작자도 디노 드 로렌티스.... 이 영감 진짜 오래 살았네.

추석 새벽을 이따구로 보내고 있네요 하하하.

 

MD.45 확보예정.

이놈도 확보 예정. 바네사 메이가 한창 날릴 때 일렉트릭 '첼로'를 들고 나온 독일 첼로연주가 양반 볼프람 후쉬케의 크로스오버 앨범. 클래식을 다루는 주제에 표지부터 이상한데다 속지 내용이 약간 맛이 간 것처럼 괴상망측하고 트랙들중 'orgasm'이라는 뻔할 뻔자인 제목의 곡에선 내내 여자 신음소리 나오고 해서 뭐 클래식의 파격이니 해서 그때 언론 몇곳에서 띄워줬었는데 전 당시 카세트 테이프로만 가졌던 때라 괴상망측하게 맛이 갔다던 속지 내용은 확인 못했습니다. 단순히 맛간 놈 컨셉이 아니라 실은 실력도 있는 놈이여 라는 게 그때 홍보문구의 주안이었는데 정말 음악들도 잘 만든 편이고. 지금은 뉴욕에서 교수하고 있다나 그렇답니다. 당시 제법 나왔던 홍보량에도 불구하고 어둠침침해서 별로 팔리지도 알려지지도 않은 레어 앨범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싸이월드 가서 도토리 내면 음악 살 수 있어서 좀 허탈했었음. 뭐 앨범 자체는 확실히 흔치는 않은 듯.

 

이거 한 권이면 다른 책이 필요없죠. 추석 기간 중에 다 읽는다는 건 애초에 포기했고. 그런데, 오오.... 오오오! 재밌어! 놀랍습니다. 재미있다니! 항상 턱수염 깎는 뚱땡이 벅 멀리건과 스티븐 데덜러스의 푸른 바다처럼 청정한 코딱지에 대한 담론에서 멈추던 나였는데 별 일도 다 있네.

그런데 역시 배게로도 최고네요. 꿈속에서 고양이들이 날 막 쥐어팼음. 무슨 꿈이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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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25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웬돌린의 압권은 여자들이 끄는 인마차였던 기억이....
디아볼리카 앨범 나왔을 때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죠...흔한 크로스오버일까 하고..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지만..앨범 자체는 맘에 들더군요.^^

하이드 2007-09-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냥이들은 원래 쥐어패요. 발톱 안 나왔으면, 나름 애정표시. ^^ 발톱 나왔다고 하더라도, 집사는 나름 애정표시라고 믿을래요. 흑

마늘빵 2007-09-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MD45 저 고등학교 때 록음악은 듣고픈데 뭘 사야할지 몰라서 아저씨께 추천 부탁드렸더니 그걸 주셨어요. 근데 집에 와서 실망. -_- 지금은 다시 들으면 어떨까 싶네요. 희귀음반 된거죠?

hallonin 2007-09-2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바렐라에선 가오리가 끄는 마차가 나옵니다.


전에 고양이 길러본 적 있는데 잘 할퀴더군요. 절 싫어하는 것도 분명해보였습니다...


희귀음반이라고 보긴 좀 그렇고. 펑크락과 브리티쉬 메탈의 전통이 데이브 머스테인에게서 어떻게 해석됐는가를 유심히 생각하며 들으면 좋을 듯.
 

과거편. 작가가 여전히 작품의 존재이유이기도 한 로리에 헤롱대고 있음.... 그런데 이 작가가 다이너마이트바디인 거유 캐릭에도 꽤 애착이 있는 건지 여기서도 등장. 이모저모 3권만큼 과도하진 않아서 뭐 볼만했다.

 

시원시원한 [무한의 주인]으로의 복귀. 방향성 재정립은 충분히 환영할만한 정도의 박력으로 보상된다. 끝나려면 한참 멀은 듯.

 

불사+뒤통수맞은 충정+귀신 보는 소녀+가톨릭이미지+종교국가 등등의 뻔한 코드들이 동원되지만 의외로 견고해서 봤더니만 원작이 라이트노블.... 뭐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의외라는 거지 잘 생각해보면 그냥 그랬음.

 

여전히 웃기지만 심하게 패턴화되가는 게 뻔히 보여서, 앞으로가 문제.

 

뭐 여러모로 트릭이 훌륭한데 역시나 소설 이전에 접했던 바가 있어서 그런지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고.... 확실히 문장에 있어서 기존의 양산형 추리소설들이 보여주는 안이한 감각과는 달리 제법 신경을 쓴 면모가 보이긴 하나, 그뿐. 트릭과 추리만이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라고 여긴다면야 만족스럽겠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면 실망할 듯.

 

전복의 발견.

 

이상적인 연쇄살인자의 키치적 초상.

 

처참하게 죽은 아이, 그리고 죽음 그 자체로 화한 무언가. 죽음이 남은 자들의 고통을 직시하는 긴 시간에 관한 이야기. 피터 잭슨을 [반지의 제왕]만이 아니라 [천상의 피조물들]의 감독으로도 알고 있는 이라면 왜 그가 차기작으로 이 소설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갈 듯.

 

난 모토미야 히로시 싫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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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ox 2021-11-26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 아픔 글로 써 세계적 작가 됐는데..그가 지목한 범인은 40년만에 무죄 선고, 그래도 사과는 없었다 | 다음뉴스 https://news.v.daum.net/v/20211126001102241?x_trkm=t
 

 

사실 시완레코드에서 나오는 앨범들의 상업적 포지션이 애매한 감이 있고(인지도나 판매도에서 마이너하다는 것만큼은 일관되지만), 그 금전회수적 성과 또한 빈약해서 지금도 재고분이 팔리고 있긴 하나... 그중에서도 소위 인기작들은 있는지라, 대개는 그 인기작들이란 것이 또한 명반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것들임과 동시에 시장에선 씨가 말라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비트볼에서 올해부터 그 해당 인기작들을 복각, 리마스터링해서 내놓기 시작했으니 고리짝적 영국의 헤비 프로그래시브 록 밴드 룸의 유일한 정규앨범이자 원판 가격이 굉장하다고 풍문으로만 잔뜩 들어왔던 이 앨범 [PRE-FLIGHT]가 그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사실 원판 앨범이 졸라 비싸다느니 달랑 한 장밖에 안 나온 전설의 뭐라느니 뭐 그런 얘기 들었다가 데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거기에 더해 시완레코드발 네임드 앨범들의 성향이 항상 내 기분을 만족시켜주는 것도 아니라서 룸의 이 앨범에 대한 겹쳐진 풍문의 찬사가 두꺼워질수록 의심하는 마음이 안 생긴 바가 아니었다. 24비트 리마스터링도, 클래식 복각반에서 가끔씩 볼 수 있었던 LP미니어춰로 구성된 쟈켓도 노래가 꽝이면 쓸모가 없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이제야 구해서 듣게된 이상 보장하건데, 이 앨범에 관해서만큼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당대의 프로그래시브적 색채들을 듬뿍 담고 첫비행을 시작하는 룸의 이 유일한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브라스와 현악합주를 동원하는 블루스-싸이키델릭 스타일을 자유롭게 소화해내면서 그를 기반으로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감성과 기술적인 풍요로움을 동시에 잡아낸다. 잘 만든 앨범, 좋은 노래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런 앨범엔 하늘을 향해 치켜오른 엄지손가락이나 꽉 채운 별자리들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 앨범의 아우라를 싸고있는 소문들을 거둬내고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확실한 만족감이기에 여기에 쏟아진 오래된 찬사들은 그 무게에 걸맞게 합당해보인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살게되서 선물이란 것도 받는 팔자도 겪게 됐다. Thanks to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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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보위의 [1:outsie] 2004년 리마스터링판이 있길래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놔뒀음. 집에 돌어와 아마존을 보니 2007년에도 리마스터링이 나왔는데 뭔 가격이 48달러가 넘어가네. 2007년 판엔 금가루라도 발라놨나....

 

맛탱이가 가게 만들긴 가게 만드는데 좀 묘하게 가는 느낌. 진지하게 달려간다기보단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엉뚱하게 자빠지면서 취해버리는 느낌이랄까. 듣다보면 슬랩스틱 개그쇼들로 채워진 외우주에 도달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처음 들었을 땐 그냥 무난.... 보단 좀 낮은, 오래된 크로스오버답게 느슨하다는 인상이었는데 듣다보니 슬슬 괜찮아지고 있는 중. 사실 속지 보고 앨범 주인인 불가리아 처녀 엘카 아타나소바가 이뻐서 산 거라....

 

좋다. 이 양반은 일각에선 이태리의 남진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엄청 유명한 깐쏘네 가수로 검색만 하면 길고 긴 앨범 목록이 좌르륵 나옴. 그렇다고 노래들이 고리짝 느낌만 나는 건 아니고, 까떼리나 까셀리가 [Primavera] 앨범에서 보여줬던 프로그래시브적 감각과의 결합양상을 여기서도 확인할수 있다. 하지만 까떼리나 까셀리 것만큼 진하게 느껴지진 않고 기본적인 바탕은 확실히 푸근한 깐쏘네의 그것. 앨범 표지에 1971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소설 'antologia di spoon river'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검색해봤더니 미국시인인 에드가 리 매스터즈가 1915년에 쓴 [스푼리버사화집]이 나올 뿐 1971년에 쓰여졌다는 소설은 보이지 않음. 만약 소설이 있다면 저 사화집을 소설화한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런 얘긴 당최 보이지 않으니 누구 아는 분 계시면 정보제공 좀 부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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