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완레코드에서 나오는 앨범들의 상업적 포지션이 애매한 감이 있고(인지도나 판매도에서 마이너하다는 것만큼은 일관되지만), 그 금전회수적 성과 또한 빈약해서 지금도 재고분이 팔리고 있긴 하나... 그중에서도 소위 인기작들은 있는지라, 대개는 그 인기작들이란 것이 또한 명반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것들임과 동시에 시장에선 씨가 말라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비트볼에서 올해부터 그 해당 인기작들을 복각, 리마스터링해서 내놓기 시작했으니 고리짝적 영국의 헤비 프로그래시브 록 밴드 룸의 유일한 정규앨범이자 원판 가격이 굉장하다고 풍문으로만 잔뜩 들어왔던 이 앨범 [PRE-FLIGHT]가 그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사실 원판 앨범이 졸라 비싸다느니 달랑 한 장밖에 안 나온 전설의 뭐라느니 뭐 그런 얘기 들었다가 데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거기에 더해 시완레코드발 네임드 앨범들의 성향이 항상 내 기분을 만족시켜주는 것도 아니라서 룸의 이 앨범에 대한 겹쳐진 풍문의 찬사가 두꺼워질수록 의심하는 마음이 안 생긴 바가 아니었다. 24비트 리마스터링도, 클래식 복각반에서 가끔씩 볼 수 있었던 LP미니어춰로 구성된 쟈켓도 노래가 꽝이면 쓸모가 없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이제야 구해서 듣게된 이상 보장하건데, 이 앨범에 관해서만큼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당대의 프로그래시브적 색채들을 듬뿍 담고 첫비행을 시작하는 룸의 이 유일한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브라스와 현악합주를 동원하는 블루스-싸이키델릭 스타일을 자유롭게 소화해내면서 그를 기반으로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감성과 기술적인 풍요로움을 동시에 잡아낸다. 잘 만든 앨범, 좋은 노래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런 앨범엔 하늘을 향해 치켜오른 엄지손가락이나 꽉 채운 별자리들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 앨범의 아우라를 싸고있는 소문들을 거둬내고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확실한 만족감이기에 여기에 쏟아진 오래된 찬사들은 그 무게에 걸맞게 합당해보인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살게되서 선물이란 것도 받는 팔자도 겪게 됐다. Thanks to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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