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할 순 없지만 저의 경제사정에 대해서 끊임없이 걱정해주시는 여러분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방학 한계시간을 한 달 남겨둔 현 시점에 드디어 한달짜리 알바를 따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일자리란 파크 하얏트 호텔의 야간알바 자리로 진짜 무지막지하게 조건이 좋아서, 차라리 다 때려치고 호텔리어가 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루 숙박비가 최하 35라니.... 이것이 6성 호텔의 돈독.... 아니 위용이란 것인가....

 

24층 라운지에서 삼성역 주변을 내려다보니 장관은 장관이더군요. 역시 돈이 좋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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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0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만 살짝 한 사람으로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야간 알바라니. 너무 광범위한 표현이어서.

hallonin 2006-02-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헐. 야간에 린넨을 수거하고, 다시 배치하는 일입니다.

poptrash 2006-02-03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 좋은 건 둘째치고, 일단 가난은 나쁘죠. 그건 확실해요.

hallonin 2006-02-03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가난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불편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무위자연, 가진 그릇을 비우라는 도가적 가르침을 설파하는 이에겐 콘돔의 우의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돈이 없으면 콘돔을 못 사죠. 그렇다면 유일한 피임방법은.... 그건데.... 그거는 위험도 하고.... 실패시.... 그런 겁니다!
 



비밥을 처음으로 발명해냈을 때, 디지 길레스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스윙과 쿨의 가교를 놓으면서 그 한세대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끌고 나갔던 비밥의 속도감은 여전히 변종처럼 느껴진다. 오직 그 자리에 있으며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그리고 그 지점에서 완성이 된 유희로서의 성과물. 침잠한 어둠보다는 아침의 시작을 택한 눈부신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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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장르가 가지는 비장함이 상당 부분 사라진 이 발랄하기까지 한 폭력의 역사는 진중하고도 통렬한 성찰 보다는 아드레날린에 더 가까운 효과를 갖는다. 회고록의 외피를 빌어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연들, 운명의 흐름을 묘사하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수십년에 걸친 '신의 도시'에서의 폭력의 순환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지 않은 것처럼, 잔인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피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동어반복을 애초부터 무시하고, 그자리에 날것의 생생함과 하이퍼 리얼리즘적 쾌감을 넣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다음 작품이 고전시대 스파이극의 완벽한 재현이란 측면에서 순수한 영화적 쾌감을 부활시켰다는 찬사를 얻어낸 [콘스탄트 가드너]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 굿 컴퍼니]는 세계화시대를 맞이하여 전지구촌의 아버지들이 겪어야 하는 가혹한 일상에 대한 쓴맛 나는 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럼에도 데니스 퀘이드를 제치고 스칼렛 요한슨이 쟈켓에 붙어있는 이유는 당연히 상업논리 덕이다). 크게 웃기지도, 엄청난 감동을 안겨주지도 못하지만 그 스탠다드함을 유지함에 있어서 폴 웨이츠는 전작인 [어바웃 어 보이]의 딱 그 수준을 보여준다.

순전히 키라 나이틀리를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였는데, 나머지 이야기도 그럭저럭 볼만했음. 컨셉영화의 성공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설날 특선 프로로-_- 홍수아만 볼려고 했는데 의외로 비중이 없어서 실망했다. 홍수아는 개인적으로 나름대론 경외감까지 품고 있는 배우라고나 할까.... 얼마 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제대로 골빈 양아치역을 소화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음.

이게 또, 온갖 금기를 다 건드리는 그렇고 그런 순정만화. 그림은 권교정, 이야기구조는 [푸른하늘]. 소재는 근친상간과 동성애. 스테레오타입.

가끔씩 놀라울 정도로 세련된 제목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그런 경우였다.

미리 얘기해두자면, 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무슨 재미로 읽는 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다-_- 그녀의 소설이 공지영씨가 얼마 전에 지적한 일본소설의 한국에서의 성공의 이유, 그 도시적 감수성과 상업적 대안으로서의 포지션에 정확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겠다. 그런데 그녀의 작품들은 어째 나에게 있어선 하나같이 지루했다. 만화쪽으로 가면 그보단 나은 게 훨씬 많다고, 라고 말하고 싶다고나 할까. 역시나 이런 생각은 별 이득 없는 단순히 제삼자적 딴지 걸기지만. 그런 내가 그나마 재밌게 읽었던 게 이 [N.P.]였다. 바짝 메마른 종이 위에 간간이 차가운 물을 붓는 것 같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감수성은 여전하며.... 실은 [회전운하]에서의 근친상간적 설정이 생각나서. 이것도 한 번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어째 예전보다도 재미가 없었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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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3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오' 사려고 하는데, 땡스투 누를 곳이 없어요. 지난 번 언급에는 책 사진 불러오기가 없었나 봐요. 어여 그 페이퍼 수정해 주세요. ㅋㅋ

sudan 2006-01-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 특선 영화 잠복근무는 저도 봤어요. 공유의 역할이 뭘까 궁금했는데, 깜박 잊고 결말 확인을 못했지 뭐에요. -_- 무슨 반전이라도 있었을려나.

hallonin 2006-01-3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가끔씩 맛이 가는지, 아님 나만 미워하는지 그렇게 상품을 넣어도 등록이 안되는 경우가 있더군요...-_- 흘흘.

아, 그 영화 반전 같은 건 없었고.... 공유 정체는 끝까지 안 드러나는데, 직업은 뭐 그냥 할일 없는 자발적 정의의 용사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 싶습니다.

poptrash 2006-01-3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드로 양은 최근 눈부시게 각성한 것 같아요. 뭐 그녀의 연기까지야 잘 모르겠지만 작년 연말 일련의 시상식과 요번 설의 쇼프로로 이어지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감탄할 만한 정도라고 생각.

hallonin 2006-01-3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드로라고 하니 그 혼을 던지는 듯한 투구포즈가 생각나는군요. 뭐랄까, 전단지모델에 잡지모델, 속옷모델에 이르기까지, 아주 연예계의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 온 듯한 인상이 맘에 든다고나 할까요. 시키면 뭐든 할 것 같은 강인함과 생명력-_-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본다. 3일에 걸쳐 이어지는 연휴는, 거리를 텅 빈 곳으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간간이 오가는 차들과 셔터가 내려져 있는 가게들. 곳곳에 놓인 쓰레기들과 날아다니는 종이쪼가리들. 오늘은 요란스럽게 노래를 불러대던 핸드폰가게의 확성기도 잠잠하다. 고마운 일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 텅텅 비어버린 적막감만이 자리한 넓게 펼쳐진 회색 정글을 꿈꿔오던 나에게 [28일 후]는 그 꿈의 완성을 보여줬다. 런던, 주인이 사라진 거리, 대낮에 홀로 걸어가는 사람. 키리코의 그림. 그 익숙한 모든 것들이 보여주던 낯설지만 압도적인 풍경.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절대 부실하지 않다. 그것은 대니 보일의 전작들이 취한 사운드트랙들이 영상과의 놀라울 정도의 일체감과, 그걸 따로 떼어놓아도 훌륭하다는 말외엔 달리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의 탁월한 컴필레이션을 보여줬던 것을 기억하자면 당연한 일이다. 존 머피가 주축이 되어 그랜대디, 브라이언 이노, 블루 스테이츠 등의 인물들을 양념처럼 첨가한 [28일 후]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비오는 날에 벌어지던 인간과 인간 간의 죽고 죽이는 살인극이 존 머피의 음울한 모던록 'in the house'로 채색되어 아득하게 울려퍼지던 것이 기억나는 사람이라면, 멸망한 세계에 합당한 이 사운드트랙의 매력 또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하고 무겁게, 이 음악들은 건조한 악몽(혹은 누군가의 바라마지 않는 꿈)을 누르듯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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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shop 2006-01-30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텅 빈 거리를 걷는 홀로 걷는 남자와 느리게 느리게 폭발하는 듯한 음악,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모-코어라고 하나요?

hallonin 2006-01-31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코어라고 하는 장르 분류 자체가 무척 모호한 영역인지라.... '이모코어적' 느낌이라고 회피해서 설명하는 수밖엔. 헐헐.

배가본드 2006-02-0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훙 이거 어디서 들을수 없나유..쩝

hallonin 2006-02-0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뵈기 :
http://blog.naver.com/lablanchekor?Redirect=Log&logNo=1241923
 





이두 아이콘 총서로 나왔던 데이빗 제인 마이로비치가 글을 쓰고 로버트 크럼이 그림을 그린 [카프카]입니다. 이두 아이콘 총서는 20세기의 사회 문화의 중요 아이콘들을 하나씩 붙들어 시각적 쾌감을 동반할만 한 구성과 편집, 그리고 깔끔한 서술들로 쉽게 이해 가능하도록 뽑아낸다는 점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었는데, 역시 출판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사라져갔죠. 근간엔 김영사에서 '하룻밤의 지식여행'이란 제목으로 비슷한 시리즈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카프카]는 이두 총서의 책들 중에선 좀 이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충실하게 전기적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60년대 히피 문화의 한 축이었던 로버트 크럼의 작품들은 기존의 딱딱한 사회 질서와 편견, 성에 대한 관념을 과격하게 부숴버리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1995년에는 데이빗 린치가 제작하고 테리 즈위고프가 감독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크럼'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벅스 바니를 성적 매혹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고백함으로써 2차원 증후군 화두를 노골적으로 대외천명한 거의 최초의 양반이었다는 것과 저로선 처음으로 벅스 바니의 성별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꽤 의미있는 양반이기도 합니다(실제로 그 뻔뻔스러운 토끼의 바이 섹슈얼리티에 관해선 이것저것 얘기가 많습니다).

그와는 완전히 반대의 방식으로, 하지만 결국은 같은 대주제였던 부조리에 대한 악몽 같은 묘사를 선보였던 카프카의 작품의 아우라를 묘사함에 있어서 그의 스타일은 거의 완전하게 부합됩니다. 다만 여기서 다뤄지고 있는 카프카에 대한 해석이 카프카에게 내재된 유대계 유목민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군이 만들어낸 풍경안으로 그를 대입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이후 나온 카프카에 대한 연구 저작에 비추어 편협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다른 연구들에서 보면 카프카라는 단어가 형용사의 지위를 차지하게 만든 그 모든 음울함과 소심함과는 상반되는 모습, 유난히(혹은 전형적으로) 여자를 밝히는 섬세한 난봉꾼이었던 카프카도 보여주고 있거든요. 하지만 저 '카프카적'이란 형용사에 어울리는 카프카를 그려냄에 있어서 크럼에 필적할 감수성의 소유자는 더이상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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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올렸던 글인데, 얼마 전에 크럼의 작품집인 [아메리카]를 구입하는 통에 생각이 나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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