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쓰게 될까? 어느 시절을 보내면서 그 시절에만 쓰거나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가끔(실은 자주) 생각한다. 대개는 게으르기 때문에 지나쳐버리고 말지만 꼭 그때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고 그걸 잊는 게 좀 아쉬워졌다. 이제까지는 애써 떠올려보면 생각해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냥 없던 일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에.
올해의 책 같은 걸 고르는 일은 나의 빈약함과 마주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매번 완료하지 못하고 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적어두기로 했다. 영화 별점들처럼 리스트는 유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스터피스! 라고 오늘 외칠 수는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조건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고 그 변화의 방향이 내게는 더 중요한 것 같다.
올해의 영화 : 웬디와 루시 / 어떤 여자들 / 퍼스트 카우 (모두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들) / 플레이타임 (드디어 봤다)
올해의 만화 : 파도여 들어다오 (사사키 노리코 같은 것들을 읽고 싶다)
올해의 음반 : 늑대가 나타났다
올해의 드라마 : 구경이
올해의 사이트 : 호랑이의 도약 / 어나더스 웹진
올해의 유튜브 : i'm cyborg but that's ok / 도마도 / CAFICT / bluelug / 모험왕별이 / 킷사텐 ASMR들
올해의 마이붐 : 루빅스 큐브
올해의 커피 : 스몰커피 / 라우터 커피 / 나이브 브류어스
올해의 전시 : 하루하루 탈출한다
올해의 점심 : 훈고링고 브레드 / 소금집 (너무 자주 먹음)
올해의 산책 : 구)광주국군병원
올해 나온 열 권 :
- 면세 미술
- 미래 산책 연습
- 살림 비용
- 전원에 머문 날들
- 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
- 나의 중국 친구에게
- 마이너 필링스
- 이세린 가이드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올해 읽은 열 권 :
- 펀 홈
- 모든 것은 영원했다
- 어린이라는 세계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공간의 종류들
- 역사 : 끝에서 두 번째 세계
- 말 타고 보덴호 건너기
- 철학하는 날들
- 시간과 물에 대하여
- 문밖의 사람들
그러나 올해의 독서는 대체로 실패였다. 책들은 훌륭했지만 나라는 인간의 실패…이다.
2021년에는 미니벨로나 따릉이보다 로드 자전거를 더 많이 탔고
평생 맞출 수 없을 것 같던 루빅스 큐브를 어느 조건에서든 1분 이내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올해 가장 좋았던 순간 중에 하나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오징반의 영상 작품을 봤을 때인데
일하는 곳이 서울시립미술관 근처로 바뀌었다. 지름길로 3~5분이면 갈 수 있고, 이틀 전 점심시간에는
송상희 전시가 있어서 좀 보고 왔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도 좋을 것 같고.
사실 54분짜리 비디오 같은 걸 다 볼 일은 거의 없는데 이 거리라면 매일 조금씩 더해서 다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에 가면 이걸 더 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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