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장르가 가지는 비장함이 상당 부분 사라진 이 발랄하기까지 한 폭력의 역사는 진중하고도 통렬한 성찰 보다는 아드레날린에 더 가까운 효과를 갖는다. 회고록의 외피를 빌어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연들, 운명의 흐름을 묘사하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수십년에 걸친 '신의 도시'에서의 폭력의 순환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지 않은 것처럼, 잔인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피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동어반복을 애초부터 무시하고, 그자리에 날것의 생생함과 하이퍼 리얼리즘적 쾌감을 넣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다음 작품이 고전시대 스파이극의 완벽한 재현이란 측면에서 순수한 영화적 쾌감을 부활시켰다는 찬사를 얻어낸 [콘스탄트 가드너]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 굿 컴퍼니]는 세계화시대를 맞이하여 전지구촌의 아버지들이 겪어야 하는 가혹한 일상에 대한 쓴맛 나는 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럼에도 데니스 퀘이드를 제치고 스칼렛 요한슨이 쟈켓에 붙어있는 이유는 당연히 상업논리 덕이다). 크게 웃기지도, 엄청난 감동을 안겨주지도 못하지만 그 스탠다드함을 유지함에 있어서 폴 웨이츠는 전작인 [어바웃 어 보이]의 딱 그 수준을 보여준다.

순전히 키라 나이틀리를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였는데, 나머지 이야기도 그럭저럭 볼만했음. 컨셉영화의 성공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설날 특선 프로로-_- 홍수아만 볼려고 했는데 의외로 비중이 없어서 실망했다. 홍수아는 개인적으로 나름대론 경외감까지 품고 있는 배우라고나 할까.... 얼마 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제대로 골빈 양아치역을 소화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음.

이게 또, 온갖 금기를 다 건드리는 그렇고 그런 순정만화. 그림은 권교정, 이야기구조는 [푸른하늘]. 소재는 근친상간과 동성애. 스테레오타입.

가끔씩 놀라울 정도로 세련된 제목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그런 경우였다.

미리 얘기해두자면, 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무슨 재미로 읽는 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다-_- 그녀의 소설이 공지영씨가 얼마 전에 지적한 일본소설의 한국에서의 성공의 이유, 그 도시적 감수성과 상업적 대안으로서의 포지션에 정확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겠다. 그런데 그녀의 작품들은 어째 나에게 있어선 하나같이 지루했다. 만화쪽으로 가면 그보단 나은 게 훨씬 많다고, 라고 말하고 싶다고나 할까. 역시나 이런 생각은 별 이득 없는 단순히 제삼자적 딴지 걸기지만. 그런 내가 그나마 재밌게 읽었던 게 이 [N.P.]였다. 바짝 메마른 종이 위에 간간이 차가운 물을 붓는 것 같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감수성은 여전하며.... 실은 [회전운하]에서의 근친상간적 설정이 생각나서. 이것도 한 번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어째 예전보다도 재미가 없었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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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3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오' 사려고 하는데, 땡스투 누를 곳이 없어요. 지난 번 언급에는 책 사진 불러오기가 없었나 봐요. 어여 그 페이퍼 수정해 주세요. ㅋㅋ

sudan 2006-01-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 특선 영화 잠복근무는 저도 봤어요. 공유의 역할이 뭘까 궁금했는데, 깜박 잊고 결말 확인을 못했지 뭐에요. -_- 무슨 반전이라도 있었을려나.

hallonin 2006-01-3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가끔씩 맛이 가는지, 아님 나만 미워하는지 그렇게 상품을 넣어도 등록이 안되는 경우가 있더군요...-_- 흘흘.

아, 그 영화 반전 같은 건 없었고.... 공유 정체는 끝까지 안 드러나는데, 직업은 뭐 그냥 할일 없는 자발적 정의의 용사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 싶습니다.

poptrash 2006-01-3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드로 양은 최근 눈부시게 각성한 것 같아요. 뭐 그녀의 연기까지야 잘 모르겠지만 작년 연말 일련의 시상식과 요번 설의 쇼프로로 이어지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감탄할 만한 정도라고 생각.

hallonin 2006-01-3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드로라고 하니 그 혼을 던지는 듯한 투구포즈가 생각나는군요. 뭐랄까, 전단지모델에 잡지모델, 속옷모델에 이르기까지, 아주 연예계의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 온 듯한 인상이 맘에 든다고나 할까요. 시키면 뭐든 할 것 같은 강인함과 생명력-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