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서 마지막 남은 공짜 예매권을 소진하면서 보게됐습니다. 영화 자체는 뭐랄까요.... 평이하군요. 스토리 측면에서 너무 정석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바람에 결말까진 고속도로 달리는 기분으로 실시간 예상범위 확인이 가능할 정돕니다. 다만 엔드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칸예 웨스트의 주제가 'impossible'은 정말 최악이더군요. 전작에서의 림프 비즈킷도 어지간했지만 이건 아주 산통 다 깨놓습니다.

덧붙이자면 한스 짐머의 스코어 앨범을 구입하기 전까지 순전히 음악 때문에 엉망진창인 스토리를 감출려고 외부유출을 막기 위한 복사금지종이로 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찍어야 했다던(추측) 2를 내리 다섯 번을 보는 고역을 자처했던 저로선 3의 스코어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전적인 리믹스였던 대니 엘프먼의 1과 적극적인 어레인지를 시도했던 한스 짐머의 2의 사이에 위치한 듯한 마이클 지아치노의 3의 음악설계는 정확히 영화의 이면에서만 자리하고 있는데, 뭐랄까.... 영 재미가 없습니다. 랄프 쉬프린의 마력에 가까운 원곡에 비추어, 제대로 그 느낌을 살리지 못한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요.... [뮌헨]에서 존 윌리엄스가 보여줬던 압도적인 경지의 음악적 성과를 기억해보자면, 이것이 내공의 차이인가 하는 기분도 드는군요.

20년 묵은 블럭버스터의 공식 그대로 달려가는 영화가 돋보이는 부분이라면 물론 액션입니다. 물량전이란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만들 정도로 영화는 부수고 날리고 폭파시킵니다. 개봉 이전에 트레일러로 꾸준히 봐야했던 체사피크만 다리 위에서의 미사일 요격 및 공방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들은 확실히 훌륭하며 이부분에서 표값을 절대적으로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의 기조는 결과적으로 시리즈 중에서 원작 드라마에 (그나마) 가장 충실한 형태로 완성됐습니다. 브라이언 드팔마의 히치콕적인 개인 취향과 적극적인 재해석의 산물이었던 1과 그보다 더한, 재해석의 수준을 넘어서서 완전 바바리 쌍권총의 007 외전으로 만들어진 2에서 불만을 느꼈던 원작팬들은 그래도 괜찮은 팀웍액션이 나오는 이번 3를 꽤 만족해 할 듯.

아울러 영화의 또다른 스펙터클이라면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입니다. 의외로 역할에 비해선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그는 그 적은 출연횟수에도 불구하고 나올 때마다 화면을 완전하게 장악해버립니다. 심지어 달아나는 씬에서조차도 악역다운 악마적인 당당함과 자신만만함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다만 [스파이더맨2]와 맞먹는 대단히 허무주의적인 악당의 최후가 기다리고 있는지라, 이 부분이 스토리의 전형성과 더불어 영화의 기운을 깎아먹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톰이 뜁니다. 존나게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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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5-04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통 깨는 음악을 제외하고난 나머지는 거의 정확히 기대한대로네요. ^^; 01편에서 끝났더라면, 잘 만들어진 서스펜스물로 기억에 남았을텐데, 추해죽겠어요. 이젠, 톰 크루즈 보면 다른 생각 전혀 안 들고, 오직 케이티흄즈 생각뿐이니, 톰 크루즈가 앞으로 뭘 한들 예뻐보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과거의 내 영웅이었는데 말이지요. ㅜㅜ

hallonin 2006-05-0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솔직히 오프라 윈프리에서의 오버쇼나 케이티 홈즈와의 일련의 사건들은 순전히 그가 사이언톨로지란 마이너종교를 믿고 있어서 그리 왕따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 어지간히 어이가 없는 영역이기도 하고 이 양반이 좀 오버도 했습니다만 그거 믿어서 난독증 치료도 됐다고 하니, 사람은 단면적인 사실에 집착하는 법이라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구요.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차원을 떠나서 기적이란 과거적, 혹은 현재적일 수 있는 '현상'에만 낚여서 기독교를 믿는 거랑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지요. 뭐 배우로서의 크루즈에 대해선 전 아직까진 불만이 없군요. 흘흘.
 
안녕, 절망선생 1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쿠메타 코지, [제멋대로 카이조]로 진정한 폭주의 미덕을 보여주면서 소수의 열광적인 팬덤을 이끌어낸 자폐형 루저 만화가인 그가 [마법선생 네기마]와 같은 잡지를 통해 근 8개월여만에 비실거리며 복귀했다. 여전히 자신감 결여로 가득한 작가후기에서의 말들과는 상반되게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마법선생 네기마]의 구조를 통째로 패러디하고 있는 [안녕, 절망선생]은 어느 봄날, 모처의 모고등학교에 담임교사로 전근 오게 된 이토시키 노조무의 벚꽃나무숲 자살씬으로 시작된다.

[제멋대로 카이조]는 처음 시작은 어떻게 보면 그즈음에 쏟아져나왔던 그저 그런 폭주물들, [이나중 탁구부]와 [멋지다 마사루]의 뒤를 이었던 [하이퍼 레스토랑]이나 [하레와 구우] 같은 영역의 답습으로 보였다. 후에 후루야 미노루는 소위 '엽기물'과는 다른 독자적인 작가적 경지를 개척하게 됐고 [하이퍼 레스토랑]은 소리 소문 없이 얘기가 끊겼으며 [하레와 구우]는 보다 건전을 지향하게 되면서 성공적인 소년물로 자리잡는 등 모두가 생존을 위해 나름의 길을 선택했지만(다만 우스타 쿄스케는 시부야케쪽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는지 되는대로 그리는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로 복귀할 때까지 별 소식이 없었다) 땜빵용 연재작이라느니 오타쿠 개그만 구사한다니 하는 소리들에 시달려야 했던 [제멋대로 카이조]는 정반대의 길, 완전히 맛이 가버리는 길을 택함으로써 [코난]의 작가가 취재하러 휴재하게 되면 나도 취재차 쉬고 싶네요라고 지면에서부터 당당하게 씹어버리는 만화가 됐다. 연재 후반에 이를수록 절정에 달하는 그런 배째주의식 태도로 온갖 트러블을 다 일으켰으면서도 26권이라는 길고도 긴 여정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의 매니악한 팬층을 놓치지 않음과 동시에 지면채우기로서의 기능성을 잃고 싶지 않았던 소년 선데이 편집부의 간악함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아무튼지간에 그 덕에 우리는 한 만화가가 자신의 만화를 거의 개인블로그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는 지난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 - 책날개에 있는 멀티 건강 식품회사의 엘리트 사원 노조무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작가의 헛소리니 진지하게 읽고 싶다면 진지하게 읽어주자. 각장의 제목은 패러디다. 그외에도 쏟아지는 패러디들에 최대한 주석을 달려고 노력한 번역자의 열정이 아름답다. 1권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자폐증, 외계교신자, 히키코모리, 스토커, 문자메일매니아, 이중인격자, 꼬리 페티쉬, 변형결벽증, 불법입국자, 비교적 정상인 소녀 등등이다. [제멋대로 카이조]의 후반부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각장의 메이킹 독백이 여기도 실려있다.

[제멋대로 카이조]의 연재 중반에 이르면서 쿠메타 코지는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으며 점점 엉망진창이 되가는 만화를 질질 끌고 가야 하는 자신에 대한 회의로 형편없는 내용의 연재를 계속하다가 결국 자신을 폭발시키는 것으로 스스로를 찾게 됐다. 결국 자학이며 당최 해결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대책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것이 [사우스파크]를 위시한 미국형 이죽거리기, 더 나아가서는 역사상의 오래된 패러디의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수, 걸직, 공격적인 패러디와 비꼼과는 다른 영역의 자폐적이고도 우울한 이죽거리기의 영역을 확보하게 됐다는 건 확실하다. 지극히 현대적이며 은근한 병적 기운을 담보하고 있는 [안녕, 절망선생]은 후기의 [제멋대로 카이조]가 보여줬던 현대(일본)백과전서적 지식에 바탕을 둔 소심하지만 줄기찼던 수다와 열외자적 이죽거림에 익숙해 있는 이들에게 확실한 만족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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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시작은 지적재산권 수업에서 시작됐다. 이미 내가 저지르고 있는 범죄들과 저지를 범죄들, 그리고 겪게될지도 모를 범죄들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예방교양수업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학점이 잘 나오지 않을까 하는 환상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별 생각 없었다는 뜻이다.

첫수업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출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금 앉은 자리를 붙박이로 하겠다는 전 아이비엠 복무 경험자인 교수의 말씀이 있었다. 난 어느 상황에 처하나 그 상황이 크게 리스크가 되지 않으면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그저그런 정신세계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스무스하게 납득해버렸다.

그러고 수업이 시작됐는데 역시나 별로 재미는 없었다. 나는 으례 그렇듯 가방 속에 박혀있는 뿌쉬낀의 소설집은 내버려두고선 본능처럼 뭐 재밌는 게 없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바로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만, 그 안에서 사진뭉텅이를 꺼내보이는 것이었다. 대강 봐도 두께가 한 12센티미터는 되어보이는 장대한 굵기였다. 순간적으로 흥미가 생긴 나는 고개를 15도 가량 기울여 사진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 사진들이, 모조리 코스프레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오직 [테니스의 왕자].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나는 그여자의 속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동인계에 몸을 투신한 아낙은 처음 학교에 몸을 담았던 99년에도 한 명 사귀고 있었다. 제 1회 코믹월드 가서는 부스에서도 만날 수 있었지 아마-_-

암튼 그녀는 사진에 더해 그 음지의 소설들, 창작 야오이 소설도 당당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앉은 여인과 함께. 그 옆에 앉은 여인은 또 어떻던가. 수업시간 내내 연습장에 그려진 콘티를 수정하고 끊임없이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이쪽 또한 뻔한 세계였다.

어찌되었든, 이젠 그쪽 세계의 소설에 관심이 생긴 나는 그녀가 읽던 소설 중 하나를 보여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녀는 수업시간에 교수 앞 5미터 거리에서 야오이소설을 읽겠다는 뻔뻔스러운 나를 보곤 놀라서는 되물었다.

...혹시 동인남이세요?

 

나중에 알고보니 소설 보던 양반은 그쪽 세계에 깊숙하게 침잠하여, 희귀본이라면 상당한 웃돈까지 주고서 사는(그쪽 세계의 인기 희귀본이란 게 있다는 것도 신선하게 확인하게 됐다) 어지간한 공수 시뮬레이션 매니아였고.... 나머지 한 명은 이태행 만화에 펜터치 어시로까지 일했던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이태행은 현재 [프론트미션]의 만화판을 그리고 있는 중인데, 그 작업중에 스크린톤과 펜터치를 맡았었다고. 음....

코스프레도 하느냐고 물어왔던 것이.... 나름대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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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봤습니다. 근래 들어 참 보기 드물게 엉성하더군요. 특히나 도입부에서 보여주는 충격적인 카체이스씬은 영화에 대한 긴장감을 완벽하게 풀어놓는데 환상적인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뭐 여기저기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만,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조영철이가 여러가지로 시끄러울 여지가 있다는 걸 알게되자 유강진이는 조영철을 납치해다가는 거의 죽이기 직전의 상황을 만들어놓고는, 결국 죽이지 않고 어딘가로 숨겨놓습니다. 그걸 본 주현태는 왜 죽이지 않느냐고, 언젠가는 문제가 될 거라고 항변하죠. 그때 유강진은 그윽하게, 자신을 믿고 따르는 자는 안 죽인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주현태, 불만 많은 표정 짓죠.

그러던 주현태, 나중에 가면 지가 유강진의 뒤통수를 칩니다. 결국 유강진 앞에 끌려온 주현태는 술 한잔 마시면서 자신의 주장을 읊습니다. '니 옆엔 죽은 사람과 앞으로 죽을 사람밖에 없다. 난 니 못 믿것다. 이제는 싫슴다 회장님.' 여기서 모순인 것은 회장님의 그 살벌한 정신세계를 유지하도록 복돋아줬던 주현태가 저런 소릴 지껄이면서 자신의 입장을 항변한다는 점에서죠. 그의 캐릭터는 유강진의 불알친구로서 친구조차도 떠나는, 그리고 친구조차도 제 손으로 죽이는 비정한 야수로서의 유강진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갭은 참 어설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야수]의 컨셉은 훌륭했습니다. 결국 세상과의 충돌에 이성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분노로 인해 파멸해가는 인물들이란 큰 그림은 매력적이죠. 이것은 인터뷰에서 기존 느와르의 정형성을 깼다고 생각한다는 유지태의 말에서도 느껴지는 의도이기도 하고, 몇몇 지지자들이 이 영화의 허무하고도 급박한 결말부를 무정부주의적 세계관과 연계한 미학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바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지지가 권상우와 유지태가 만들어내는 버디극, 혹은 느와르 장르의 파멸적 소성에 대한 단순한 코어적 지지에 의한 결과가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것은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너무도 엉성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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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2006-04-3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사생결단을 봤습니다.. 허무하고도 급박한 결말부는 이 영화에서도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오길래 엄청 기대하고 봤습니다
중후반부까지는 흥미진진했죠 웃기기도 하고..하지만 감독의 자질부족?
영화가 끝난 직후의 모든 관객의 허탈한 표정을 잊을수가 없군요 ㅋ

hallonin 2006-04-3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생결단 기대하고 있고 보러갈까 생각중인데.... 엔드크레딧 끝난 다음에 추가 장면이 있다더군요.

배가본드 2006-05-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그거 못보고 그냥 나왔군요 뭐 그부분의 내용은 알았으니 GG..
 

삽질한 덕에 분할.



생각해보면 김성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컨셉만은 훌륭했습니다. 특히 그의 데뷔작인 [런어웨이] 같은 경우는, 정말 개봉하기 전에는 제가 그 전에 언젠가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컨셉 그대로였던지라 무척이나 불안했지만 정작 영화는 형편없었기에 꽤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_-

[영어완전정복]도, 액션영화, 남자영화만 만들던 사람이 로맨틱코미디물을 만든다는 '컨셉'이 화제가 됐던 작품이었죠. 역시나 이나영의 골수팬들이 아니라면 이 영화가 마이너 히트 정도밖에 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말이죠.

얘기를 돌려서 김성수 감독의 최고걸작이라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비트]는 아직도 안 봤습니다. 어째서 안 봤느냐 하면 첫째,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의 저는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무조건 안 보는 삐딱한 녀석이었습니다. 덕분에 일단 시기를 놓치게 됐죠. 두번째, 저는 도로를 달리는 폭주 오도바이를 보면 바퀴 사이에 철봉을 끼워넣으면 재밌겠다는 상상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네들이 후까시 잡고 청춘 어쩌고 하는 걸 보느니 차라리 그네들이 그나마 생짜대로 나온 [나쁜영화]를 지지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허영만의 [비트]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전 그걸 끝까지 다 봤습니다. 넷째, [태양은 없다] 공개 직전의 인터뷰에서 김성수 감독이 자신이 정말로 만들고 싶었던 [비트]의 결말은 후까시 가득했던 영화가 아니라 허영만 원작의 [비트]의 결말이었다더군요. 저로선 그 말을 듣게 된 후 더이상 영화 [비트]를 볼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됐습니다.

역시나 컨셉은 좋고 기대도 잔뜩 하게 만들었으며 고생한만큼 기술적으로도 훌륭했지만 서사는 엉망이었던 [무사]의 경우도, 어찌 보면 저 마지막의 동반파멸극에로의 질주가 영화를 망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즉, 이 이야기는 시작에서부터 이미 끝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파멸에의 비극은 인류 공통의 서사이고 그것의 미학적 승화 또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터이지만,  여기에 이르러선 적어도 그 표현면에서의 기술력이 김성수 감독에겐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그가 자신의 모든 영화에서 각본가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과 그나마 나은 평가를 받았던 저 [비트]가 원작의 아우라를 상당수 빌려왔다는 부분에서 그 혐의는 짙어집니다.

[비트]를 허영만의 원작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건 이런 '까라'들에 대한 환멸 때문 아녔나 하고 되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그 대답이 [태양은 없다]였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대답이기도 하죠. 제가 개인적으로는 김성수 감독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의 청춘은 비장미와는 거리가 멀죠. CF 같은 감각의 카메라 터치가 넘쳐나긴 하지만 [태양은 없다]는 기본적으론 지지리궁상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이정재라는 마초적 아이콘들과 김성수 감독의 그 MTV적 미학은 거둬지지가 않고 그런 것이 영화의 현실감각에 장애요소이긴 합니다만,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잖습니까? 그런 미학은 일종의 절충선이라는 거겠죠.

김성수 감독의 영화 속에서 공통적으로 세상은 좆같은 동네입니다. 세상은 청춘을 착취하고, 노예제이고, 법이라는 이름의 부조리로 정당화됩니다. 그런 좆같은 세상에 어떻게든 순응하느냐([태양은 없다]), 아니면 뒈지더라도 폭탄을 던지느냐([비트], [무사])의 기준선이 그의 영화적 미학의 가늠선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꾸준한 견지가 김성수 영화가 주는 유혹의 힘이기도 하지요. 기본적으로 막 되먹은 세상에 대한 환멸과 파멸에의 매혹에 구조적 정형에 대한 타파의 의지가 실려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어떤 즐거움을 주게 될까 기대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안타까운 건, 성공한 게 없어보인다는 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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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6-04-2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양은 없다' 제일 좋아해요. 극장에서 엔트렙먼트 + 기억도 안나는 다른 무슨 영화와 야간 동시상영으로 보았던 기억이. 그런데 야수의 김성수는 저 김성수가 아닐건데요 아마.

hallonin 2006-04-2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원. 완전히 삽질했군요-_- 어째서 내 기억 속에는 계속 동일인물들로 남아있었던 거지.... 심지어 시사회장에서조차도 같은 인물이었던 걸로 남아있는 게 참....

Koni 2006-04-28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중에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보았네요. 정우성이 좋아서 보았는데 '태양은 없다'에서 껄렁한 이정재를 발견해서 좋았어요.

hallonin 2006-04-2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에겐 어째 그 두 배우가 배우로서 다가오지 않고 흐릿한 아이콘만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배가본드 2006-04-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어 완전정복과 무사를 봤습니다 ㅋ 영어는 거의 trash였고 무사는 그런대로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출연 배우들만 기억에 남는.. 동일감독이었다니 놀랐3

hallonin 2006-04-3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동일감독이란 게 영어완전정복 때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였는 걸요.

배가본드 2006-05-0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굉장히 뻘쭘하네용 ㅋ 그 때도 옛날이라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선전에 혹해서 본것같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