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아시아 아르젠토의 말에 따르자면 '이탈리아 영화에는 제대로된 게 딱 두가지 있다. 그것은 포르노와 공포영화다.' 라고 했거늘. 그 포르노의 영역에서 가장 큰 텃세를 자랑하시는 틴토 브라스 감독이 만든, 비록 타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랫도리의 자극도는 덜한 반면 권력과 섹스와의 밀월관계에 대한 분석에 열광하는 평자들을 유감없이 불타게 만들면서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비짜테이프로 영화애호가들의 침대 밑을 돌아다녔던 [칼리굴라]가 이번에 리메이크된다.

감독은 Francesco Vezzoli란 양반인데.... 모르니까 패스하고. 중요한 것은 밀라 요보비치! 그녀는 이 영화에서 칼리굴라의 여동생이자 히로인인 드루실라역을 맡아서 (당연하겠지만)벗고 (당연하겠지만)또 벗을 예정이다! 아싸!

 

그런데.... 출연진을 보다보니.

 

Quentin Tarantino ... Caligula

 

잘못 봤나....

아니네.

 

칼리굴라?-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1권을 본 날이 생각난다. 난 입에서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리곤 다음날 도매점에 가서 완결까지 쓸어왔다.

각기 세상과 자신에 대한 갈등과 불안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 촌철살인의 대사들, 능구렁이 같은 전개와 강렬한 시합 장면을 묘사해내는 압도적인 연출.

여타 스포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혈이 아닌 냉소적 시선을 간직한 캐릭터들은 환경적으로 망가진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왔던 마츠모토 타이요의 내공의 소산일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하나같이 선문답의 대가들이기도 하다. 한바퀴 돌아서 도착하는 말들과 행동들 속에서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불안과 체념과 우정을 얘기한다. 그들중 어떤 이는 상처를 이겨내고 어떤 이는 영웅이 되고 결국은 그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가혹한 시간을 지나간다. 그렇게 이 쿨한 성장 드라마는 청춘의 한 시기를 지나면서 겪어야 할 좌절과 부활의 드라마를 성취해내고 있다.

그 끝, 그 급작스런 성장과 추락이라는 두 접점의 조우는 혼란스럽다기보다는 당혹스러운 기운, 즉, 씁쓸함으로 대변되는 느낌을 안겨준다.

하지만 마츠모토 타이요의 캐릭터들이 내재화된 패배자의 기운을 안고서 살아가는 걸 감안하자면 이 결말은 아주 간단하게도 동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것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들 모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청춘의 한 때는 그렇게 지나온 것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VHS의 문호가 열리게되고 70년대를 아우르는 타이틀들을 쏟아내던 80년대 우리나라 비디오 시장에서 나를 매혹시켰던 것은 소위 아마조네스와 코난을 섞어놓은 것 같은 도착적 환타지 영화들이었다. 비키니를 입은 몸에 기름을 한 바가지는 바른 것 같은 남녀 주인공이 착 달라붙어서는 어딘가를 아련하게 노려보고 있는 장면이 싸구려 질감이 나는 포스터용 그림으로 그려져 붙어있던 영화들은 십중팔구 정글이나 신전 같은 비스무리한 신화적 장소에서 고난한 모험을 펼치면서 괴물과 악당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사랑을 쟁취한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마련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전까지 고마울 정도로 많은 벗은 몸뚱아리들이 나오긴 하지만. 묘한 레즈비어니즘과 우회한 난교의식, 마초적 영웅전설과 핀업걸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그런 영화들은 [코난] 이후 일종의 캠프적 지표를 가지면서 대량생산되어 B급 영화시장을 장악했던 아이콘들 중 하나였다. 우리는 거기서 아놀드 주지사와 폴 버호벤과 리들리 스콧, 심지어 쥬스트 자킨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도 만들어졌는데 프랑스에서 만들어지지 말란 법 있냐. [그웬돌린]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이쪽 계열 영화의 거의 결정판에 가까운 물건이다. 수도원 기숙학교 학생인 그웬돌린은 꿈에서 위험에 처한 아버지를 보고 나비 수집가인 아버지를 찾아 보모인 베스와 함께 중국 어딘가에 있는 옉예익이라는 곳에 밀항한다. 그러나 화물을 뒤지던 도둑들에게 발견되어 카지노 주인, 유키에게 팔리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막 일을 당하려던 찰나 유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튀어나온 마도로스 모자를 쓰고 통통배를 보유한 건달 윌라드에 의해 구출되고, 그에게 빠진 그웬돌린은 아버지를 찾아 오지로 떠나는 여행에 그를 고용한다. 신비한 나비를 찾아 험한 오지로 간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가던 그들은 오지의 원주민인 키옵스족에게 제물로 희생된 아버지 얘기를 듣게 된다. 의문을 풀기 위해 계속 나아가던 그들은 키옵스족에게 붙들려 죽을 위험에 처하지만, 키옵스족이 두려워하는 ‘칼리비두’라는 초자연적인 사막의 모래돌풍 덕분에 살아남는다. 드넓은 사막에서 그웬돌린은 꿈에서 본 광경을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의 나비를 잡기 위해 지하 도시로 뛰어든다. 그 지하도시엔 여왕님이 지배하고 있는 아마조네스 비스무리한 애들이 살고 있던 것. 얘네들은 남자가 없는데 그 이유가 남자 하나를 붙들면 최강의 여전사와 한 번 섹스해서 애낳는데만 쓰고 죽여버리기 때문이란다. 당연히 윌라드가 붙들려서 그런 꼴을 당하게 생겼는데 어쩌다보니 평화주의자인 그웬돌린이 정체를 숨기고 최강의 여전사로 뽑히게되고 이어서 그웬돌린과 윌라드의 목숨을 건 감동적인 빠구리가 펼쳐지게 된다(물론 예리한 감독은 이부분에서 여왕이 관음증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그러던 중 초반에 등장했던 중년 아저씨에 의해 왕국 멸망~ 물론 우리의 남녀주인공은 어찌어찌 위험을 피해서 살아남아 사막을 한참동안 뒹굴며 키스를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스케일부터가 장난이 아닌 스토리지만 보고나면 남는 게 없는 전형적인 이쪽 장르의 영화다. 직접 시나리오까지 집필하신 감독인 쥬스트 자킨은 저 전설적 시리즈물 [엠마누엘]의 감독. 감독의 전력 탓인지 장르의 전통 탓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순 없지만 팔에 손만 대도 오르가슴에 이른 표정을 짓는 여주인공과 후반부에 쏟아져나오는 웃통 벗은 아마조네스 전사들은 이 영화의 방향을 확실하게 자리매김해주는 풍경들이다. 쓸데없이 길게 늘여쓰게 만들 정도로 복잡하기만 한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 계열에 애착을 가진 이들이 바라는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도원 기숙학교를 나온 여주인공(대개 세상물정은 모르지만 순진한 색기가 넘치게 마련인)과 가슴에 털난 마도로스형 남주인공, 당연한 것처럼 왜곡된 중국의 이국적 풍경(이 감독의 장기다)과 범죄의 소굴 카지노, 사람 잡는 미개종족과 괴상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웃통만큼은 여한 없이 벗어주는 여인왕국 등등. 이 모든 게 나비 때문에 그러는 거란 걸 알면 그 인식의 스케일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작 영화 속에서 나비는 제대로 신경쓰이지도 않지만. 여기에 시대를 앞서는 유사 폰섹스까지 나오는 걸 보면 과연, 감독의 상상력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놀라울 정도로 엉성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청 사람들]의 재현극 정도만 기대해도 유쾌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완성도가 아름다운 영화다.

 

1. 뭐, 문제의 유사폰섹스씬을 보다보면 옛적엔 도색소설들이 저런 용도로도 쓰였겠지.... 하고 생각이 들어서, 웬지 좋은 시절이었겠다는 생각이 듦-_-

2. 아마조네스들이 입고 다니는 출처불명의 일본풍 복식과 헤어스타일은 이 영화가 가진 환상적 오리엔탈리즘이 전해주는 결정타.

3. 케이블 MBC무비에서 가끔씩 방영해준다고 함. 시간이 남아도는 이들에게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간의 뒤섞임이라는 소재를 개인적으로 워낙에 좋아하기 때문에 꽤 기대하면서 봤던 물건. 에드리안 브로디, 키라 나이틀리라는 투톱도 관심대상이었고. 제니퍼 제이슨 리와 크르스 크리스토퍼슨이 나온다는 것도 시선을 끌만한 것이었으나.... 정작 영화는 엉성하기 그지 없다. 참담한 박스오피스의 결과만큼이나 평론가들이 쏟아낸 악평 또한 압권이었는데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로저 애버트의 일평. "관객들은 더 나은 영화를 바라는 마음속 충동을 느낄 수 있을 것."

[킹 아더] 포스터에서의 포토샵 논란으로 이슈가 됐던 키라 아니틀리의 진정한 맨가슴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소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읽기야 오래 전에 읽었고(그 엄한 설정 덕에 어렸을 적 아이들용 축약본 SF소설로 번역됐던 걸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고있으며 커트 보네것의 소설 중에서도 최고품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 소설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도대체 행성 하나의 역사를 단 한마디로 요약해버리는 소설에 대해서 무슨 말을 써야 한단 말인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5-06-14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러게요.

sudan 2005-06-1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긴 몰라도, 보네거트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 갈리지 않을까 싶어요. 전 좋아하는 쪽에 드는데, 저 소설에 제대로 된 리뷰가 없는 게 저런 이유일거에요 아마.

hallonin 2005-06-1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라는 생물에 대해서 냉소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관하는 작가만은 아니죠. 저는 지지파.

poptrash 2005-06-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이 책에 대해 무슨 평을 쓰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보네것의 소설이 어린이용 축약본으로 나왔었나요?;

hallonin 2005-06-1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적에 본 거였는데, 속에는 예쁘장한-_- 삽화에 그시절 특유의 재생지 양장까지 되있었죠. 보네것뿐 아니라 다른 SF작가들 것까지 묶어서 교양문고 비슷하게 냈던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