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권을 본 날이 생각난다. 난 입에서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리곤 다음날 도매점에 가서 완결까지 쓸어왔다.

각기 세상과 자신에 대한 갈등과 불안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 촌철살인의 대사들, 능구렁이 같은 전개와 강렬한 시합 장면을 묘사해내는 압도적인 연출.

여타 스포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혈이 아닌 냉소적 시선을 간직한 캐릭터들은 환경적으로 망가진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왔던 마츠모토 타이요의 내공의 소산일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하나같이 선문답의 대가들이기도 하다. 한바퀴 돌아서 도착하는 말들과 행동들 속에서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불안과 체념과 우정을 얘기한다. 그들중 어떤 이는 상처를 이겨내고 어떤 이는 영웅이 되고 결국은 그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가혹한 시간을 지나간다. 그렇게 이 쿨한 성장 드라마는 청춘의 한 시기를 지나면서 겪어야 할 좌절과 부활의 드라마를 성취해내고 있다.

그 끝, 그 급작스런 성장과 추락이라는 두 접점의 조우는 혼란스럽다기보다는 당혹스러운 기운, 즉, 씁쓸함으로 대변되는 느낌을 안겨준다.

하지만 마츠모토 타이요의 캐릭터들이 내재화된 패배자의 기운을 안고서 살아가는 걸 감안하자면 이 결말은 아주 간단하게도 동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것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들 모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청춘의 한 때는 그렇게 지나온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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