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시사회 전용 극장이 되버린 드림시네마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원래 마이클 만이 이 프로젝트를 만든다고 할 때부터 그리 애정이 가지 않았던데다 공개 후 쏟아지는 악평들의 홍수 덕에 더욱 기대치를 낮춘 채로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하도 재미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정작 영화는 그리 재미없게 본 것만은 아니게 된, 그런 경험을 또 하고 말았습니다(물론 그런 삘링의 이유엔 소요비용이 1800원이었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경제상황도 포함됩니다).
친구중 한 명이 마이클 만의 영화는 마치 사막 같은 느낌이 난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대로 [마이애미 바이스], 일단 무지막지하게 삭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삭막함은 좀 더 강렬해서 우리의 주인공들이 인간마초가 아니라 인형마초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저는 그 유난스레 돋보이는 삭막함의 원인이 전작들에서 버디물적인 관계들을 통해 보여줬던 최소한의 감정선마저 이 영화에선 증발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마이클 만의 영화를 얘기할 때면 사람들이 마초마초 노래를 부르면서 그 엄하고 절도 있으며 살벌삭막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감각을 더욱 부채질하고 마침내 비극적인 감정마저 불러 일으키는 요소는 그의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실은 서로 통하고 있는 상태, 미묘한 교류를 나누는 풍부한 정서로 충만한 사이라는 것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저 흑백형사는 영화 시작 전에 대판 싸우기라도 했는지 별로 교감 같은 거엔 서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뭐 이것저것 이유를 댈 수 있겠습니다만 마이클 만적으로 생각을 하자면 저 둘은 일단 적이 아니라 동지니까요. 전통적으로 그의 영화에선 적들끼리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곤 했습니다. 덕분에 제이미 폭스와 콜린 파렐의 관계는 서류상 용병 파트너쉽 이상이 아닌 인상을 줄 정도입니다.
정작 [마이애미 바이스]는 저 투톱을 내버려두고 마이클 만의 영화에선 드물게도 콜린파렐과 공리라는 남녀 관계에게 그 교류의 축이자 영화의 핵을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적과 동업자, 속고 속이며 먹든지 먹히든지의 관계. 동시에 사랑하는 관계. 미묘합니다. 전작들에서의 그 흐름의 풀빵 버전입니다. 적어도 얘기만 들어선 그렇군요. 그러나 마이클 만의 영화가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들러리였다는 걸 기억해보자면 이 영화에서도 그 부분에 관해선 딱히 기대할 건 없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영화에서 감정선은 내내 표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다보니 그의 전작들에서 제기되던 풍부한 긴장감과 비극성, 느와르 알레고리의 하드보일드한 정서가 잘 느껴지질 않고.... 차라리 그렇다면 철저하게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이 더 나았을 것 같은데, 분명히 영화 자체는 영화라는 자각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어중간한 기분이 들더군요.
전체적으론 영화가 되다 말다 되다 말다 하는 기조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히트]나 [콜래트럴]에서 보여줬던 흐름의 유기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자잘하게 들끓고 있는 인상이라고나 할까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마이클 만 영화의 마초 정서를 뒷받침할 기반, 즉 삭막한 정서 속에서 배어나오는 그 특유의 진한 감수성이 빠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마이클 만의 광팬들마저도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지 곤란할 듯 싶습니다.
도시풍경의 대가답게 디지털로 잡아낸 마이애미의 풍광은 그의 전작들 만큼이나 확실하게 멋집니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은 "도대체 제작비 1억 달러는 어따 갖다 버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