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커버처럼,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단호한 구호처럼, 이 책은 어언 40여년 전에 어느 캠퍼스에서 있었던 두시간 반 동안의 숨막히던 관념들의 뜨거운 결투 현장을 날 것 그대로 펼쳐 보여준다. 미묘한 일치와 동감이라는 어설픈 의식 따윈 저 멀리 날려버린 채 같은 시간, 같은 땅을 차고 앉았지만 다른 세계를 꿈꾸는 두 세력, 아니 더 파고 들어가면 거기서 또 세세하게 나뉘는 이 사람들의 토론은 날을 세운 채 독이 든 유머를 나누며 자신들이 틈입해 있는 현실을 쉬지 않고 재구성해낸다. 논의는 자주 논제를 벗어나고 모든 이야기들의 총합은 결과적으론 지나치게 큰 궤적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좌충우돌의 열기는 단순히 미시마 유키오와 동경대 전공투라는 특정 세력들 간의 알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메이지유신에서부터 전후 일본, 그리고 명멸해가는 두 세력의 말미와 그 미래를 점지해보려고 하는 치열한 안간힘이자 밀집된 지적유희의 순간들 그 자체다(이 시점에서 야스다 강당은 이미 기동대에 의해 함락된 이후였으며 미시마는 다음 해에 저 유명한 할복 사건으로 생을 마친다). 그래서 뒤에 따라오는 이후 남은 이들의 당시에 대한 회고와 사유는 관념의 유희로서 15시간 동안의 또하나의 방대한 궤적을 낳고 만다. 이 모든 기록은 우리가 가진 미시마 유키오란 인간과 전공투라는 집단에 대한 의식의 재고를  촉구한다. 이 책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어디로 튈지 몰라 종잡을 수 없이 격렬하고 화끈한 관념의 달리기, 그러나 치열하게 현실을 지향하는 과격하면서도 스트레이트한 달리기다. 기실 놀라운 것은 저 끝없이 육체-물질적인 영역의 주인들이었던 것 같은 이들의 놀라울 정도의 현학적 탐색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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