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랜드의 용암들판 지역을 밴드의 이름으로 가져온 노르웨이 출신 블랙메탈 밴드 딤무 보르기르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헬보이]의 첫번째 트레일러에서였습니다. 클래시컬한 웅장함과 둔중한 일렉트릭 메탈 사운드가 섞인 전주가 돋보였던 그 음악의 제목은 오지페스트에서의 공연으로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완수했을 즈음에 나온 이 앨범의 두번째 트랙, 'Progenies of the Great Apocalypse'였죠.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합니다.

심포닉 블랙 메탈을 추천할 때 가장 첫순위로 꼽힐 딤무 보르기르의 음악은 그런 류의 음악이 갖추고 있는 모든 요소들-웅장함, 화려함, 미려한 멜로디 라인과 두꺼비 울음소리를 다채롭게 리믹스한 것 같은 그로울링의 조화, 과잉스러운 퍼포먼스, 급격한 감정폭 등등-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도 타 블랙메탈 밴드에 비해 상당히 흡착성이 높고, 그것이 이들을 오지 오스본의 선택에 들게 한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말인즉, 알이엠의 소박함이나 소닉유스의 로파이 사운드와 같은 세계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들의 음악은 본능에 가까운 거부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뜻이겠죠. 적어도 제 주변인들에게 있어선 그 갭이란 게 참 메워지기 힘든 것처럼 보입니다-_-

거의 매주마다 교회에 불을 지르러 다니는 일종의 액티비스트들인 다른 블랙메탈 밴드들과는 달리 딤무 보르기르는 그 음악의 달콤함 만큼이나 현실주의자들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들 멤버 중에선 전과자가 없으며 그런 짓을 벌여서 감옥에서 인생을 까먹는 게 바보짓이라고 말할 정도로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나름 의욕적이기도 하죠. 물론 그 활력의 상상력이 기독교사회를 기준으로 그에 대한 노골적인 저항과 불온함에서 비롯되는 것 또한 사실이며 그것은 블랙메탈을 해야 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는 저조한 앨범 판매량과 듣는 사람만 듣게되는, 가시적인 소수자 지향 지표의 원인인 천성적 멍에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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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씨가 [달콤한 인생]을 가리켜 '달콤하지만 배부르진 않은'이라고 표현한 것은 영화에 대해서 가히 촌철살인적인 정확한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달콤한 인생]은 그 이야기 구조의 도식성을 차치하더라도 자꾸만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사운드트랙을 듣게 된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달파란이 맡아서 만들어낸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영상이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섬세한 감각들-하드보일드 느와르에서 보여지는 남성적인 고독, 팜므파탈, 비정한 숙명과 같은 센티멘탈한 정서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선 장르의 법칙에 대한 익숙한 장치들에서부터 참고하게 만들었던 감상자의 부담감을 떨쳐주는데 확실한 기여를 하는 사운드트랙이랄까요.

그런데다 사운드트랙에는 영화 본편에는 나오지 않는 양파와, 무려 황정민씨의 노래까지 삽입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단 세 부분만 나오지만 그제껏 영화 속에 있는 모든 캐릭터들을 잊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줬던 이 복 많은 양반의 노래는 맨 마지막인 19번 트랙에 실려있는데 그 걸죽함이 영화-사운드트랙의 대리석 같은 매끈함에 구수하면서도 진득한 감성을 불어넣습니다. 달콤하고, 배부른 사운드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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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2-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지금 막 19번만 찾아 들어봤어요. 좋은데요?

hallonin 2005-12-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곡들도 좋습니다. 안배가 잘됐다고나 할까요. 지겨운 맛이 안 들더군요.
 



실은 일전에 불타는 파리 포스팅을 올릴 때 이걸 우스개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느 틈에 지나간 사안이 되버렸으니 그냥 넘기고. 아무튼 후지시마 쿄스케의 짭잘한 용돈벌이이자 잔뜩 왜곡된 20세기 초반의 파리를 배경으로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프랑스 여인네들의 활약이 펼쳐지는 [사쿠라대전3 -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그 싱글 앨범입니다. 1번 트랙은 게임의 오프닝인 御旗のもとに, 2번 트랙은 花の巴里, 3, 4번 트랙은 전통을 따르는 가라오케버전이죠. 낯뜨거운 가사를 참아 넘길 수 있다면 꽤 즐거운 곡들입니다. 여느 애니메이션, 게임 주제가들이 그렇듯 말이죠-_-

개인적으론 드림캐스트로 나온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보여주는 박력이 상당히 맘에 들었었습니다. 요즘 갑자기 생각나서 한창 듣고 있는 중. 御旗のもとに는 태영노래방 기계에 들어가 있다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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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12-0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벨 에포크가 저는 좋아욧!! >.< ㅋㅋㅋ 전 오늘 아침에 느닷없이 사쿠라 대전에 나오는 유메노 츠즈키 계속 들었어요. 쿵작쿵작 ㅋㅋㅋ

hallonin 2005-12-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시대라, 확실히 그 분위기만큼은 싸악 뽑아냈죠. 요즘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을 보면, 그 나라는 이제 메이드도 당당한 자국의 문화 중 하나에 위치시킨 모양입니다-_- 일본이란 국가 자체를 포스트모더니즘 텍스트 차원에서 시도한 연구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니깐요. 헐헐.
 



한스 짐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만나서 만들어낸 이 앨범은 기존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동원하는 블럭버스터에서의 한스 짐머 스타일과 다소 우울한 인상을 짙게 전해주는 제임스 뉴튼 하워드 음악의 내밀한 성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브루스 웨인의 감정을 어떨 땐 세심하게, 어떨 땐 대담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한스 짐머 답지 않은 동시에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입지가 강하게 보여지는 현악기의 역할 확대는 자신의 공포를 먹으며 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줘야 하는 불안정한 인간 브루스 웨인을 드러내는데 합당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한스 짐머는 그가 지금껏 블럭버스터들에서 보여줬던 감칠맛 나는 사운드와 그에 대한 청자의 소망을 놓치지 않고 또 하나의 강력한 스코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으니 그것이 바로 10번 트랙인 'molossus'. 배트카 체이스씬에서 등장했던 음악으로 벌써부터 [v for vendetta]와 [킹콩]의 트레일러에 쓰이면서 한스 짐머의 지난 역작인 [크림슨 타이드]와 [더 록]의 스코어들이 헐리웃 블럭버스터 트레일러들의 단골 사운드트랙으로 쓰였던 것을 재현하는 것처럼 강력한 흡착력과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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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sic.bugs.co.kr/Info/album.asp?album=32694

조피디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이번 앨범에서, 정작 조피디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대신 그는 자신의 앨범의 자장을 자신의 동료들에게 기꺼이 내준다. 그래서 각 트랙들의 주인은 조피디가 아닌 힙합씬의 피춰링 군단이며 거기서부터 이번 앨범의 독특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강했던 조피디의 손길이 덜해진 덕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피춰링팀에게서 끌어낸 조피디에게 공을 돌려야 할지, 어찌되었든 간에 이 앨범의 각 트랙들은 개개가 곡주인들의 개성을 강하게 살려내며 디제이 샤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출발을 보여줬던 드렁큰 타이거의 6집을 넘어서는, 근간 들어본 한국 힙합 앨범 중 거의 최고 수준의 그루브감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앨범이 헌정된 클럽 브룩클린에 별로 가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맘에 들어할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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