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씨가 [달콤한 인생]을 가리켜 '달콤하지만 배부르진 않은'이라고 표현한 것은 영화에 대해서 가히 촌철살인적인 정확한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달콤한 인생]은 그 이야기 구조의 도식성을 차치하더라도 자꾸만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사운드트랙을 듣게 된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달파란이 맡아서 만들어낸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영상이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섬세한 감각들-하드보일드 느와르에서 보여지는 남성적인 고독, 팜므파탈, 비정한 숙명과 같은 센티멘탈한 정서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선 장르의 법칙에 대한 익숙한 장치들에서부터 참고하게 만들었던 감상자의 부담감을 떨쳐주는데 확실한 기여를 하는 사운드트랙이랄까요.

그런데다 사운드트랙에는 영화 본편에는 나오지 않는 양파와, 무려 황정민씨의 노래까지 삽입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단 세 부분만 나오지만 그제껏 영화 속에 있는 모든 캐릭터들을 잊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줬던 이 복 많은 양반의 노래는 맨 마지막인 19번 트랙에 실려있는데 그 걸죽함이 영화-사운드트랙의 대리석 같은 매끈함에 구수하면서도 진득한 감성을 불어넣습니다. 달콤하고, 배부른 사운드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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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2-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지금 막 19번만 찾아 들어봤어요. 좋은데요?

hallonin 2005-12-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곡들도 좋습니다. 안배가 잘됐다고나 할까요. 지겨운 맛이 안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