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좋다고 칭찬을 날리면 쓸데없는 반골정신, 또는 기대치에 대한 자동적인 수치 저하를 위해서, 결과적으로는 일부러 그 화제의 물건을 접하려들지 않는 것. 그렇게 되면 대개 한 시기를 놓치게 된 시점에 그 소문의 진원지를 직접 접하게 되는데 그때 보이게 되는 반응이란 대개 두가지다. '에이, 역시 그럴 줄 알았어'와 '빌어먹을 내가 왜 이걸 이제야 잡은 거지?'. 두다멜의 베토벤 교향곡은 분명 후자쪽에 위치하고 있다.

나이다운 에너지가 펄펄 넘쳐흐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냉철하고 스마트하다. 운명의 부담감도, 9번 다음 가는 교향악의 장대함을 꿈꿨던 베토벤의 야심도 부드럽게 흘려버리며 폭발할 것 같은 리듬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들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이 젊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이들의 정체 또한 놀라운 것이었다)는 정열적인 힘으로 가득 채워진 음들이 냉정한 계산을 통해 베토벤이 설계한 화려한 화원으로 구축되는 경이로운 과정을 맛보여주면서 청자로 하여금 웃고, 또 웃고 감탄하게 만든다. 바렌보임과 아바도의 찬사도 필요없다. 이 연주는 '한방에 느끼게 만들어주는' 연주다.

 

 

 

 

 

PS.

베토벤 교향곡 7번. 어쩌면 내가 이 에피소드에서 상상했던 그 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2권에서의 급조 오케스트라가 추구한 나름의 경박한 파격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계산적이고 영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다메 칸타빌레]를 본 이가 두다멜의 지휘에서 파격의 열정을 조절하며 고답적인 해석을 견지하려 했던 7번 교향곡에서의 치아키와 비슷한 성격을 발견해내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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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홍대씬을 중심으로 한 인디밴드들과 팝아트스러운 문화잡지들의 동시다발적 출현으로 인해 세기말 괴이쩍은 문화 전환기라도 맞이하고 있나 하는 사기스러운 감각을 느끼고 있던 시기에 자우림이 '헤이 헤이 헤이'를 부르며 나타났습니다. 신선했었죠. 그리고 절묘했습니다. 비주얼이 되는 여성 보컬을 메인으로 미묘한 절충선에 쫙쫙 감기는 멜로디를 가진 노래를 들고 나온 밴드는 자우림이 거의 유일했거든요. 그때 자우림을 봤을 때의 느낌은 이후 [라그나로크]의 오픈베타 광고가 났을 때의 느낌과 똑같았습니다. 즉, 새로운 트렌드에의 놀라울 정도의 포착감, 그로 인한 대박 예감.

 

그런 점에서 자우림의 1집은 제 기대를 충분하게 만족시켜줬었습니다. 판권 문제 때문인지 음악적 자존심 때문인지 암튼지간에 히트곡 '헤이 헤이 헤이'가 빠진 상태에서 나온 1집의 감수성은 익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로 인디밴드가 가지고 있을 법한 마이너한 감각을 자우림-김윤아라는 인물이 가진 묘하게 절충적인 필터(만화적 감수성이라 불러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를 통해서 의식적으로 묵직함을 배제하고 약간의 우울증 페이소스를 첨가한 세련된 결과물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말은 그때부터 많았습니다. 당시 함량미달의 밴드들, 가수들이 크랜베리스, 시네이드 오코너 같은 색깔 강한 외국가수의 스타일을 답습하여 내놓은 음악들은 그 창의성 없음으로 해서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었었죠. 김윤아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했습니다. 이후 지속된 앨범 발표에 있어서도 밴드 업계의 기둥다운 묵직한 한 방을 못 날리고 계속 실없는 잽만 날리고 있다는 비판 또한 있었구요.

 

일단 보컬로서의 김윤아에 대해선 시간이 흐르면서 일취월장했다고나 할까요. 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와서 그녀의 목소리가 돌로레스의 짝퉁이라고 놀리긴 힘들 듯 합니다.

 

실없는 잽의 문제에 있어선, 저로선 자우림의 노래들 중 정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기 때문에 100% 동조하긴 힘들지만 그들의 노래들이 이제 와선 전반적으로 사카린 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더군요. 너무 달콤한데, 그래서 7장째 듣고 있자니 좀 질렸습니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48444

그런데 뒤늦게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이 포스트를 올리게 된 건 '하하하쏭' 표절 문제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있었겠지만 저는 얼핏 듣고 있다가 오늘 나귀님의 서재에서 보고 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원래 자우림 자체가 기존의 여성보컬 중심의 소프트한 락 밴드라는 전통에 서 있고, 그 감수성은 팝컬쳐의 우울함이라는 상반된 개념의 혼합 시너지가 불러 일으키는 잡탕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서 많이 접한 것 같다는 인상은 전부터 많이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논란들에 대해선 김윤아는 특유의 베짱으로 버텨왔다는 점에선 그녀가 가진 자폐적인 당당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붕 뜬 우울함의 외향적 지향이라는 절충적 감각의 현현이 김윤아라는 점에서, 이 모순되지만 납득이 가는 인상 또한 자우림의 잡탕적 성격을 우회해서 드러내 보이는 양상이 아닌가 하고 남는 시간의 망상 약간.

아무튼 '하하하쏭' 얘길 보고 든 생각은,

 

2집에 실린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가 the wonders의 'that thing you do'와 판에 박은 듯 똑같은데도 당시에나 지금이나 어째서 아무데서도 표절논란이 없는지가 정말 궁금하다는 거였습니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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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단적치인 2007-10-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와 'That Thing You Do'둘다 알고 있던 노래인데도 불구하고...이 글을 읽기전까진 둘을 함께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막상 생각해보니까 비슷한점이 분명 있어요. 신기해요.
두 노래의 성향이 좀 달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글 잘읽었습니다 :)

hallonin 2007-10-1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우림 스타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musial 2009-12-1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예전에 Wonders의 그 노래하고 비교해보면서 듣던 기억이 나는군요. 오죽하면 두 음원을 제가 다니는 사이트에 올려서 비교해보던 기억까지 납니다. 제 생각에도.. 왜 이 노래가 표절의혹이 재기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는지 하는것이에요.
 

순식간에 트렌드의 중심으로 튀어오른 시대의 적자들....처럼 보이지만 실은 중고밴드. 덩실덩실.

 

발라드곡들을 빼면 좋다.

 

당기고 때리고 당기고 때리고.

 

이제는 '존만한씹쌔지원'으로 더 저명해진 D.O가 마스터플랜과 무브먼트 패거리들을 아우르며 만들어낸 당대기준 걸작 현재기준 수작. 가끔씩 듣는 사람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이것이 멜로딕데스다.

 

죽여준다. 그런데 정작 영화는 아직까지 안봤음....

 

 

늘어놓고 나보니 어째 하나같이 무난하기만 하구만. 일의 능률에의 기여도는 확인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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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저명했던 선배 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메탈리카 또한 클래식과 자신들의 음악의 융합이 만들어낼 적당한 신선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동반하는 결과물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것은 고전적이지만 더없이 고도화된 형식과의 결합을 통한 권위의 보장일까 아니면 매너리즘에의 극복을 위한 절치부심 끝의 선택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거니와 개인적으론 이런 류의 음악(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 편성과 일렉사운드의 결합)엔 환장을 하는 습성을 가진 탓에 메탈리카의 [S&M] 앨범 또한 학수고대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뭐라고 해야 할까. 절반의 만족 정도. 예상했던 바이기도 했지만 메탈리카의 어떤 곡들은 오케스트레이션 편성과 맞지 않아 성기는 느낌마저 주거나 오케스트라 파트가 그저 곡의 뒤에서 생색내기쯤으로 들어간 곡들이었던 반면, 어떤 곡들은 무척 흡족하다 싶을 정도로 메탈리카의 사운드와 오케스트레이션이 잘 들어맞아서 유난히 맘에 들었던 곡도 있었다.

'no leaf clover'는 단연 후자쪽에 속하는 곡이었다. 메탈리카의 옛곡들의 어레인지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 이벤트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날이었던 'no leaf clover'는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곡들에 비해 메탈리카의 영역과 오케스트라의 영역이 따로 놀지 않고 무척 매끄럽게 들러붙는다.

나로서는 개인적인 중독성을 갖고 있는 노래로 어느 날인가는 하루종일 이 노래만 들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어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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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는 8월 19일로 되어있는데 일정이 변경되서 9월 2, 3일 양일간 홍대 클럽 툴에서 공연을 가지는 걸로 결정된 것 같습니다. 7월 12일부터 예매를 시작했고, 2, 3일 각각 300명씩만 받는다는군요. 하긴, 툴이 워낙 좁으니-_-

예매는 싸이월드 클럽툴다음 클럽툴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티셔츠 및 앨범 판매, 사인회는 일요일에 할 것 같군요. 예매가는 3만 5천원, 현매는 4만원이라고 합니다. 혹여나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플라시보, 퍼디난드, 블랙 아이드 피스가 나오는 펜타포트를 애초에 포기한 저로선.... 이것도 놓쳐야 하나.... 하는 생각에 심하게 안타까운 느낌이-_- 이계에서 사는 자선사업가 여신님이 거울에서 튀어나와줬으면, 하는 말도 안되는 망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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