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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ㅣ SERI 연구에세이 47
송호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3월
평점 :
책을 잃어버렸다.
2006년에 출간된 책을 2025년에 읽었으니, 시의성이 떨어져서 공감이 안 되는 건가,하면서 읽었다. 그런 것만은 아닌 게 그 때 읽은 사람 중에도 별이 작은 사람들이 있네.
내가 읽으려고 고른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책이었는데, 언니는 이 저자가 너무 싫다고 했다, 여러 해를 묵혔다가 다 늦게 읽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한국인의 평등주의,였고, 언니가 싫어한 것은 저자의 선민의식,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도 나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언니가 왜 싫어하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펀 게시판 같은 데서 '이렇게 힘들게 대학에 왔는데, 학벌주의가 더 공고해졌으면 좋겠어요'의 잘 포장된 다른 말처럼도 보이는 책이다. 교양없는 부자와 교양있는 가난뱅이가 같이 올라간 도마 같다.
아예 다른 종류의 문화를 향유하면서 계급을 공고히 구분한다는 서양 중산층의 분별 기준을 가소로워하는 나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게 뭘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부유층의 어떤 행태를 덜 좀 깠으면 좋겠는 걸까. 지나치게 돈자랑하는 꼴을 못 보는 대중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한국인은 이러저러하다,는 어떤 특성에 대한 책들이 말미에 그런 점을 고쳐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좀 싫어하는데 좀 그런 책이다. 우리가 디뎌야 할 한 두 세 계단 쯤이 앞에 더 있는데, 평등주의 때문에 못 갈 거라는 말이 우스웠다. 평등주의 때문에 더 살만해진 어떤 걸 모르는가, 싶다.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있고, 어느 정도 공평하게 이뤄지는 교육이 있다.
총기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미국에서 살고 싶지 않아,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게 꽤 좋아서 그런 것도 같다. 샘이 많아서, 휩쓸린다면 끝간 데 없이 괴로울 나라지만,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단점이라고만 하지도 못한다. 어떤 세상이라도 자기 중심은 자기가 잡아야지.
지금의 나에게, 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의 사회나 국가 형태로 '선진국'이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