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어드벤처 8 : 워싱턴 D.C - 쿠키들의 신나는 세계여행 쿠키런 어드벤처 8
송도수 글, 서정은 그림 / 서울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큰 애가 게임으로 쿠키런을 열심으로 하고 있을 때, 출장 길에 터미널 책방에서 1권을 보고 사왔다. 출장가게 되면 또 사 줄께,라고 말하면서 주는 바람에, 책장 하나를 차지하고 하염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집 책장에서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쿠키런 어드벤처의 8권이고, 기억을 잃은 왕자인 용감한 쿠키군 브브가 명랑한 쿠키양 콜드와 함께 함정에 빠뜨린 자신의 적을 알아내면서 빼앗긴 왕좌를 되찾기 위한 모험 중에 미국의 워싱턴 DC가 배경인 이야기다. 나는 인디언의 문명을 파괴하고 세워진 개척이민의 나라, 미국의 수도라는 짧은 역사의 땅에 무슨 명승지가 있다고,라는 삐딱한 태도로 읽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브브가 만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지금의 미국 주류일 백인이 아니라 인디언들이다. 미국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 땅의 원 주인인 인디언들의 설화,를 빌어, 브브가 힘을 구하는 거다.

거의 말미에 포토맥 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디언의 설화,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내가 인디언 사회를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철학을 가진 공동체,로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그 설화는 인디언들이 두려워한 괴물 웬디고에 대한 것이었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두 남자가 배고픔에 지쳐 쓰러질 즈음, 죽지 않겠다는 강경한 욕망을 가진 사람의 귓가에 '눈 앞에 먹이를 먹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에 굴복하면서 웬디고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 웬디고가 포토맥 강의 안개 속에서 브브를 부르면서, 말하는 거다. '사냥을 참 많이도 했지, 물을 긷는 여자와, 조개줍는 아이를'이런 식으로. 북미 인디언들이 가장 무서워한 괴물이었다고 주석이 짧게 붙은 웬디고,는 나에게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도륙하는 현대의 사이코패쓰 살인자,를 연상시켰다. 나는  아, 그런 거였어. 어디라도, 문화나 철학이 훌륭하다고 해도-자연과 공존할 수 있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고양시키는 문화를 가졌다고 해도-, 그런 존재를, 피할 수는 없는 거였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상하게 안도했다.

인간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악도, 아무리 열심히 문화를 고양시킨다고 해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설화의 영역에 두고 두려워하도록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도 생각했다. 내가 인디언 사회를 지금의 기술문명에 대척점으로 이상적이라고 상상한 것도 사실과는 다를지도 모르고,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