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광기를 잠재운 여성들 - 시사인물사전 14
이휘현.고훈우.최을영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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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는, '시사인물사전'이라는 낯선 형식에 내가 적응하고 있지 못한 탓도 크다. 원인이 거기에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아홉명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기술들 중에서 유독 거의 동시대의 여성들에 대한 묘사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정희씨나, 최보은씨나, 권인숙씨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감상적이거나, 낭만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생각하면, 그런 인상이 된 데에는 '무엇을 했지'라는 질문에 간결해질 수 없는 글쓴이의 태도도 문제였다. 고정희에 대한 묘사에서 '사람들에게 작은 자리뿐이지만'이란 식의 토는 그녀가 어떤 자리였는지 궁금해 읽고 있는 나에게, '혹시 이 사람도 그녀의 자리에 자신이 없는 건가?'라고 생각하게 했다.

내내 '너무 길잖아'라는 느낌을 주는 글 때문에 혹시 이것이 글쓴이의 문제인가, 싶었지만, 같은 사람이 외국의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인물을 기술한 것을 보고는 아니란 걸 알았다. 동시대의 인물을 기술할 만한 확신이 그들에게도 부족했던 게 아니었을까. 간결하기에는 무언가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는 묘사라니 읽고 있는 나조차, 확신이 떨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고정희시인의 시를 읽던지, 아줌마(최보은)의 글을 읽던지, 권인숙씨의 칼럼을 읽는 편이 더 나을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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