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작가에게 발등을 찍힌 느낌?

무사 백동수 - 조선 최고의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6월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등의 책들을 통해 작가를 만났고 어느정도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궁금했었던 백동수라는 인물을 믿을 만한 작가가 소설로 썼다고 해서 읽었는데 완전 실망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다. 이건 뭐... 무협소설도 아니고 역사소설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닌 아주 요상한 책이 되어 버렸다. 어찌 이럴수가... 실망이다.

  초반은 백동수의 무예를 보여주기 위해서 무협지의 형식을 빌려왔다. '흑의인영'이라던가 '갈의선사' 등의 용어들은 기존의 역사소설에서 보기 힘든,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무협지의 문체를 따라한 것이다. 남자들이 무협지에 빠지게 만드는 적절한 베드신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왠지 싸구려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질이 확 떨어지는 느낌.

  중간에 뜬금없이 사도세자와 영조, 정조, 노론대신들의 권력투쟁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흐른다. 그런데 그 부분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역사서에 가깝다. 역사서에 나온 어려운 한문투의 대화들을 자세한 설명없이 나열하고 거기에 나로써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작가의 역사관이 투영되다 보니 이건 뭐... 소설이라고 할 수 없는 질 낮은 역사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는 정조의 즉위와 홍국영의 추출이 완료된 시점에서 또다시 뜬금없이 무협지로 돌아온다. 유지연과 혼인한 백동수에게 나모란이 나타나고 2명의 부인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는 부분에서는 실소를 참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 그것이 가당키나 한 포르노인가? 마지막은 또 다시 무협지의 말투로 돌아가서 허무하게 결론을 내 버린다. 어이없네 정말 !!!

  이건 좀 아닌것 같다. 물론 재주없는 내가 뭐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껏 신뢰했던 이수광이라는 작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겠다. 이제는 신뢰할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비추ㅠ.ㅠ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모킹제이 ㅣ 헝거 게임 시리즈 3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2번째 헝거게임에서 구출된 캣니스. 그녀의 고향인 12번 구역은 반역의 댓가로 처참하게 파괴된다. 그 대신 파괴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13구역에서 구성된 반군들을 중심으로 캐피탈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반군에 의해 혁명의 상징인 '모킹제이', 즉 흉내어치가 되기를 요구받는 캣니스. 실제로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해도 2차례의 헝거게임에서 각인된 이미지로 인해 상징적인 존재가 된 캣니스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반군으로써는 반드시 필요한 인물. 그러나 자신과 함께 참가했던 피타가 캐피탈에 잡혀가서 서서히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캣니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이다. 반군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배신감과 피타에 대한 미안함,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얽히게 된 현실에서 방황하는 그녀가 피타를 위해 '모킹제이'가 되기로 결정하고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어 간다. 과연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이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캣니스와 피타, 게일의 로맨스는 어떤 결말을 맺게될까?

  [헝거게임]과 [캣칭파이어]가 액션영화에 가깝다고 한다면 마지막편인 [모킹제이]는 주인공 캣니스의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가 많고 인간과 전쟁에 대한 주제의식을 뚜렷이 담고있는 소설이다. 전편들에서 캐피탈과 구역들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상황과 캣니스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을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설명했다면 마지막편에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담겨있다. 캐피탈을 '악'이고 반군은 '선'이라는 선악의 대립이 아니고 결코 '선'일수 없는 두 세력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라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말한다. '캐피탈 전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 다른 캐피탈 13구역의 모습은 모두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우리사회는 그렇치 않다고 부정하고 싶지만 최근의 문제시되고 있는 이른바 '신상털기'만 보더라도 우리의 사회가 소설이 그리는 사회와 많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캣니스는 그런 희생의 가장 큰 피해자인 것이다. 캣니스와 피타를 이용한 캐피탈과 13구역의 정치선전들을 보면서 우리도 어쩌면 매일같이 세뇌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게된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하기 보다는 주어지는 정보를 흡수하기만 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시타고타로의 소설 [마왕]에 나오는 말처럼 '검색'이 아닌 '사색'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를 던지고 있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또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캣니스와 피타, 게일의 로맨스도 결말을 맺는다. 처음부터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2차례의 헝거게임을 통해 의지가 된 피타인지 절망에 빠졌던 12번 구역에서부터 자신의 의지가 되었던 게일인지 결말이 난다.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며 때로는 피타에게 기울었다가 때로는 게일에게 기울고 때로는 둘 다를 부정하기도 하면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캣니스의 심리묘사가 많이 그려져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사치였던 한 소녀가 갑작스레 닥쳐온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풋풋한 캣니스의 연애담의 결말은 책으로 확인하시길...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캣니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주변의 조연들을 너무 쉽게 버려버렸다는 것. 시나, 피닉, 루, 복스 등의 조연급들의 이야기는 거의 그려지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심지어 프림마저 그렇게 허무하게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전쟁의 잔혹함을 그리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아이들까지 비참하게 죽이는 장면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실제의 전쟁에서는 그보다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끔찍한 건 어쩔 수 없다. 캣니스의 심리묘사가 너무 많아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속도가 많이 처진 것도 아쉽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는 특유의 속도감을 회복하지만 초반의 지루함을 견디고 나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다.

  드디어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다. 단 3권의 시리즈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의 무모함, 정당화 될 수 없는 폭력,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 애절하지는 않지만 담담한 로맨스까지. 3권의 시리즈가 짧다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아들에게 추천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소설이다. 강추 !!!

다시 시작된 게임... 불꽃의 시작

캣칭 파이어 ㅣ 헝거 게임 시리즈 2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9월

  우여곡절 끝에 헝거게임의 우승자가 되어 금의환향한 캣니스와 피타. 우승자 투어를 떠나는 날 캐피탈의 스노우 대통령이 캣니스를 찾아온다. 그녀가 마지막에 피타를 구하기 위해 독딸기를 꺼내 캐피탈을 협박한 장면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녀의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캐피탈의 압제에 시달렸던 구역들에게 그녀의 행동은 반란의 희망이 되어버렸다. 일부 구역에서 일어난 반란의 확산을 막는 행동을 하지 못하면 가족과 게일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스노우. 캣니스와 피타는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지만 또 다른 사건들의 연속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캐피탈의 야비한 계획으로 75주년 특집 헝거게임에 또다시 들어가게 되는 캣니스와 피타.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캐피탈의 손아귀에서 피타의 목숨을 구하려는 캣니스와 자신이 죽더라도 캣니스만은 살리려는 피타.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그들이 보다 강력해진 상대와 보다 끔찍한 싸움터로 몰리게 된다. 이번에도 그들은 우승자가 될 수 있을까?

  혁명이라는 것이 아주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촉발되기도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6월 항쟁도 한 대학생의 어이없는 죽음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거대한 혁명도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이다. 지난 헝거게임에서 캣니스가 한 마지막 행동은 그녀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16살짜리 소녀가 캐피탈에 대항하여 승리한 것이다. 그것이 캐피탈의 억압에 눌려있던 다른 구역들에게 반란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그녀의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그녀의 운명이다. 그러나 그런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캣니스는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은 실패한다. 그녀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내부에도 반란을 바라는 마음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캐피탈은 그녀를 죽일 수 밖에 없었고 그녀는 그 죽음에서 그녀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피타를 구해야만 했다. 피타를 구하기 위한 그녀의 두번째 헝거게임은 그런 그녀의 의도와 상관없이 또 다른 형태의 혁명의 불꽃으로 이어진다. 7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몸부림이 작은 소녀의 행동 하나로 불꽃이 되어간다. 그녀는 그렇게 혁명의 상징이 되어간다.

  헝거게임 자체가 가지는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와 더욱 더 악랄해진 캐피탈의 공격이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맺어지는 동맹들과 그녀와 피타를 지키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면서 조금씩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팽팽한 긴장감은 책장을 빨리 넘어가게 만든다. 캣니스와 피타, 게일의 관계를 지켜보면 과연 캣니스가 사랑하는 것은 누구인지 헷갈린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지면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 로맨스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자유에 대한 인간의 의지와 억압에 맞서 싸우는 용기를 하나의 커다란 주제로 가지면서도 그 안에 잔혹한 생존게임과 안타까운 로맨스를 섞어놓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속편이다. 이제 마지막 [모킹제이]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혁명과 캣니스, 피타, 게일의 로맨스가 결말을 맺게 될 것을 기대하며 다음편을 시작한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다. 재미없는 소설은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다해도 재미가 없으면 읽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재미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전하는 메세지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미국에서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에 담긴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운 여름에 딱! 맞는 최고의 엔터데인먼트 소설이다. 강추 !!!

가장 잔혹한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

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먼 미래. 몰락한 북미 대륙에 '판엠'이라는 거대 국가가 생겨난다. 수도인 '캐피탈'을 중심으로 13개의 구역이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독재국가. 모든 부는 캐피탈에 모이고 나머지 13개 구역은 생존의 위기에 몰린다. 결국 13개 구역은 캐피탈에 대항에 반란을 일으키지만 실패하고 남은 것은 참혹한 보복. 13번째 구역은 그 희생양이 되어 완전히 사라지고 남은 12개의 지역은 캐피탈의 감시와 억압속에 살아간다. 실패한 반란을 상기시키기 위해 캐피탈은 '헝거게임'이라는 잔혹한 생존게임을 기획한다. 12개의 지역에서 각 2명씩, 24명의 아이들(12세에서 18세 사이)을 뽑아서 한 곳에 몰아넣고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 까지 죽이는 잔혹한 게임. 판엠의 국민들은 그 잔혹한 게임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면서 캐피탈에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동생인 '프림'을 대신해 헝거게임에 나서게 된 주인공 '캣니스'와 같은 12번 구역 출신의 남자아이 '피타'. 돈과 명예를 위해 헝거게임에 참가하는 '프로'들과 다른 구역의 아이들에 맞서 과연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이 소설은 잔인한 살인게임을 하나의 유희로 즐기는 캐피탈의 사람들과 힘없이 그들의 억압에 굴복해야 하는 다른 12개 구역의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대한다고 착각하지만 나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잔혹해지는 본성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한 상태를 이용하는 사장들이나 장애인들의 모습을 조롱하며 비웃는 우리의 모습에는 그런 잔혹함이 드러나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박 2일' 등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 까나리 액젖을 먹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우리는 즐거워하지 않는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헝거게임은 우리가 즐겨보는 '1박2일'과 근본적으로 같은 성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리얼리티에 숨어있는 인간의 관음증적인 본능도 닮아있다. 다만 사람이 죽는다는 것만 다를 뿐.

  헝거게임이 캐피탈의 우월한 힘을 드러내 다른 구역을 통치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군부독재시절 우리도 똑같은 세뇌를 당하지 않았는가? 이른바 3S(Sex, Sport, Screen)을 통해 신군부가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었던 기억은 오래되지 않는 일이다. 지금도 언론을 통제하고 걸러서 국민들을 세뇌하는 형태는 가장 기본적인 통치수단이다. 그러나 그 반면에 그것이 오히려 무지했던 이들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소설의 주인공 캣니스가 무심코 했던 행동과 캐피탈의 순간적인 결정이 헝거게임을 지켜보는 12개 지역의 사람들에게 작은 불꽃을 제공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언론을 통제하던 이들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국민들의 분노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수많은 역사에서 보지 않았는가? 단순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 설정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무리하게 어떤 의미를 끌어내는 소설은 아니다. 우리가 헐리웃 블록버스러를 보면서 눈물이 흐르는 감동을 기대하지 않듯이 이 소설을 보면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관음증적인 욕망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런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을 만큼 스피디한 전개와 순간 순간 닥쳐오는 수많은 사건들이 생각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주인공 캣니스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헝거게임의 시청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읽어나가면 된다. 책을 펼치면 계속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끊어내기 어려운 재미에 중독된다.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고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재미를 놓칠리 없는 헐리웃이 이미 영화화를 시작했고 내년 초에 개봉을 한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누구나 영화를 기대하게 될 만큼 헐리웃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내가 상상했던 경기장의 모습을 어떻게 그렸을지, 내가 그렸던 주인공들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있을 지... 기대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소설을 먼저 읽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영화가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잔인한 살인게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설정이기는 하지만 사랑에 서툰 주인공의 설레임이 있고 10대의 풋풋한 로맨스도 있다. 눈물이 찔끔나는 장면도 있고 분노에 치를 떨게 하는 장면들도 있다. 그 모든게 정말 재미있게 엮여있다. 미국에서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이 되었다고 하니 아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강추 !!!

일그러진 욕망이 탄생시킨 비극

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작가는 작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의외의 성과를 올린 작가이다. 나 역시 그 작품을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났고 낯선 독일소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녀의 대표작인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른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백설공주...]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녀가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자비출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능가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출판사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된 소설이라고 한다. 

  독일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2006년 6월의 어느날 동물원에서 사람의 팔이 발견된다. 그 주변에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고 신원이 파악된다. 피해자는 급진적인 환경운동가 '파울리'. 평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뻣뻣함으로 세상에 수많은 적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추종자를 이끌었던 인물. [백설공주...]에서 등장하는 피아/보텐스타인 콤비가 등장하여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수사가 진전될수록 용의자는 줄지않고 오히려 늘어만 간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일그러진 욕망들이 뒤엉키면서 수사는 혼란에 빠지고 또 다른 살인사건과 방화사건이 일어나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피아/보텐스타인 콤비는 어떻게 이렇게 복잡하게 꼬인 사건들의 매듭을 풀어갈 수 있을까?

  작가가 정말로 영리하다는 것은 파울리의 주변 인물들의 일그러진 욕망과 비리들을 하나씩 들춰냄으로써 독자들이 범인을 예측하는 방향을 그쪽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방향에서 하나씩 던져놓은 단서들을 모아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사건이 풀리도록 한다. 독자는 작가의 의도대로 엉뚱한 곳에서 범인을 유추하려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이 작가의 트릭-독자를 속이기 위한 트릭-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소설이 막을 내린다. 얼마나 영리한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거대한 트릭을 그리는 작가의 영학함에 기가 찰 뿐이다.

  모두가 죽이고 싶었던 남자의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슴이 섬뜩해진다. '당신은 진정 양심에 꺼리낌없이 세상을 살고 있나요?' 파울리의 죽음에 동기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씩의 비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동물원장 산더처럼 파울리의 급진적인 사상이 만들어낸 적도 있지만 파울리의 적들은 모두가 스스로의 비리로 그에게 약점이 잡힌 사람들이다. 결국 파울리의 죽음이 그들에게 이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피아/보텐스타인 콤비의 활약으로 그들의 비리가 드러남으로써 죄값을 받게되는 부분은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다. 스스로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일은 하지말고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메시지.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추리소설이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있다. 정치인들과 돈 많은 자본가들의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이해관계가 맞아 들어갈 때 세상에는 얼마나 부조리한 비리들이 탄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여실히 보여준다. 소설의 배경이 독일이라지만 이런 식의 비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생길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신문에 보도되는 수많은 비리들이 결국은 이런 비양심과 일그러진 욕망의 만남이 아니었는가? 욕망은 채워질 수 없을 때는 갈망이지만 채워지고 난 다음엔 허무함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비판하는 사회소설이기도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비판에서 우리사회도 자유롭지 않음이 씁쓸함을 남긴다.

  아쉬운 점은 다소 어지러웠다는 점이다. 추리소설에 사회비판을 넣고 독자와의 두뇌게임을 시도하다 보니 너무 많은 사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 버렸다. 나중에는 그 많은 사건들을 하나의 논리적을 틀에 집어넣기가 다소 벅차 보였다. 루카스의 해리성 정체장애는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는 트릭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산만하고 정리가 안된듯한 마무리가 아쉬웠다.

  생소한 독일 소설의 매력에 빠져 보고 싶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