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 이재익 장편소설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정의'라는 말의 정의가 애매해진다.

작년 돌풍을 일으킨 마이클샌들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에 굶주려 있는지 알게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결국 그런 돌풍도 일부 독자들 사이의 돌풍으로 끝나버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정의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보편적인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장치가

오히려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정의롭지 못한 이들에게 구멍이 되지 않는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면서 삼성의 불법 상속에는 끽소리 못하는 대한민국.

재벌은 돈을 주고 사람을 때려도 경제에 헌신했다는 이유로 풀려나는 세상이다.

이재익 작가가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역겨운 사건의 배경에도 정의는 없었다.

 

이 소설은 몇년전에 있었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그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광분하며 가해자들을 욕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후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 역시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작가 후기에서 밝힌 내용이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가해자들을 전과 하나 없이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고

보호 받고 치유 받고 위로 받아야 할 피해자는 괴로움을 피하려고 잠적해 버렸다는 진실.

역겹고 성질나고 슬픈 진실의 그 어디에도 정의라는 도덕률은 사라지고 없었다.

법은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기능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구멍이었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우리 사회에서 또다시 정의는 사라지고 말았다는 슬픈 현실에 분노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작가 후기의 진실을 알 지 못했기 때문에 사건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공의 복수가 너무 잔인하고 과하다는 생각과 비겁한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을 알고 난 지금에는 소설의 복수는 차라리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다.

 

피해자가 복수를 시작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

작가의 착한 성정이 문제였는지 복수의 모습이 처절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못했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작가라면 훨씬 더 잔혹해도 되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치가 떨리는 사건이다.

내가 그런 사건의 범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역겨울 정도이다.

그래서 다다른 나의 결론은 '무관심을 정의를 죽이는 독약'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정의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의 사랑이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잔인한 복수극을 중성화 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로 읽힌다.

그럼에도 이 작가, 사랑이야기 참 맛깔스럽게 잘 쓴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매력적인 작가이다.

언제나 읽어도 쉽게 읽히면서 담고 있는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 월컴 투 이재익 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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