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맨발의 디바 -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이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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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로 유명하다. 나 역시 그녀를 떠올리면 맨발을 먼저 떠올린다.

그녀의 노래들은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TV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녀의 이미지는 꾸미지 않은 외모에 맨발로 서서 무대를 꽉 채우는 공연장의 모습이 전부다.

그녀가 MBC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가진 신선함도 거기에 이유가 있다.

노래방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부른다는 '애인...있어요' 때문에 그녀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찾지만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공연장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날이 따스해지기 시작하던 2월의 어느날 서점에서 그녀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잠깐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다가 순식간에 40여 페이지를 읽어버렸다.

결국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남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하고 내가 선호하는 음색을 가진 가수라 원래 관심이 갔었다.

열렬한 팬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노래들을 통해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던 나는 그녀의 팬이다.

그녀가 가진 음악에 대한 태도,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가수 이은미의 음악과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에세이였다.

 

개인적으로 연예인들이 쓴 책에 대한 편견이 많은 편이다.

특히나 아이돌 가수들이 쓴 책들에 대해서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잠깐의 인기를 얻은 아이돌들이 삶과 음악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가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20년이라는 시간을 음악이라는 것 하나로 버텨온 사람이라면 생각이 깊을 수 밖에 없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말처럼 '소리 위를 걸어 온' 그녀의 삶이 그 자체로 교훈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운명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음악 때문에 괴롭고 힘들지만 결국 음악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음악인생을 이야기 한다.

자신이 선택한 음악이라는 길을 걸어가기 위해 그녀가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치열한 노력을 보여준다.

단 하나의 완성된 소리를 찾기 위해 수많은 불면의 밤을 세운 그녀의 뜨거운 열정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음악을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아 하는지 충고한다.

음악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의 소중함을 언급하고 결국은 사람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책 속에 담겨있는 그녀의 프로정신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많은 깨달음을 준다.

 

'4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그것이 나의 나이가 되었을 때 가장 크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로 인해 인생에서 30살의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가 40살이 되고 보니 '40', '마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의미와 감정은 30대와 비교도 안된다.

가수 이은미도 불같은 20대와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는 30대를 지나 40대에 이르러서 이 책을 썼다.

나와 비슷한 연배이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가 주는 공감의 진폭이 유난히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음악에 대해 말하지만 그 이야기는 그대로 내가 일한 분야에 옮겨와도 전혀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고집과 자신감과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진정한 프로로 살아갈 수 있다.

 

'맨발'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차가움 혹은 빈곤함의 이미지와 달리

이은미의 '맨발'은 하이힐을 신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음악에 대한 그녀의 뜨거운 열정의 상징이다.

난 오늘도 그녀가 어느 무대에선가 맨발로 노래하는 것을 상상하며 나의 하루도 뜨겁게 살아갈 것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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