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 1659년 5월 4일의 비밀
오세영 지음 / 시아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조선의 역사를 보면 정말로 아까운 순간이 있다. '만약에...'라는 가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 역사의 변곡점 같은 사건들이 있다. 북벌군주로 알려진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그 변곡점 중에 하나였다. 조선이 유일하게 중국에 대립하며 맞설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 효종이 급서하지 않고 북벌이 추진되었다면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조선의 역사는 커다란 변동을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종의 북벌을 주제로 한 소설이나 역사서는 여러 권 출간되었다. 이 소설도 효종의 북벌을 소재로 북벌을 둘러싼 서로 다른 3가지 세력의 치열한 암투를 그리고 있다.  

  효종과 훈련대장 이완을 중심으로 하는 북벌파는 남명이 봉기하고 나선이 남하하는 어지러운 시국이 병자년의 치욕을 갚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여 강력히 북벌을 추진한다. 송시열을 주축으로 하는 서인정권은 말로는 '재조지은'을 운운하며 북벌을 지지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입지를 위한 명분일 뿐 청나라와 대립할 의지가 없다. 성명욱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부청배들은 억울하게 죽은 소현세자의 뜻을 이어받아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을 변화시키려 하기 때문에 북벌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다. 결국 북벌파와 서인정권과 부청배가 북벌을 두고 암투를 벌인다. 소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한으로 서인정권과 척을 두고 있는 부청배도 결국 북벌을 저지하기 위해 그들과 손을 잡고 북벌파와 반대파의 대립으로 끌고 간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정치적 상황은 여러 역사서에서 묘사하는 그 시대의 상황과 거의 같다. 그 역사적 사실속에서 북벌파의 윤헌과 허생, 부청배의 성명욱과 연정재 같은 가상의 인물들을 추가하여 소설을 통한 역사읽기를 시도한 것이 이 작품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 [쿠텐베르크의 조선] 등의 작품들로 역사소설에서 인정받은 작가의 글솜씨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역사와 허구가 교묘하게 배치되고 엮여서 만들어진 멋진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의 수도 최소화하고 에피소드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사건의 흐름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시종일관 박진감을 느낄 수 있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보다 상세한 인물묘사와 더 많은 에피소드들을 추가했다면 충분히 2,3권 짜리 이야기로 만들수도 있었을 텐데 과감히 줄이고 생략해서 1권짜리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시도가 훨씬 더 소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밀서를 둘러싼 윤헌과 연정재의 대결, 북벌파의 선원원과 부청배의 이한매라는 매혹적 여인들의 활약상, 윤헌과 성명욱과 송시열의 치열한 두뇌싸움. 서로의 목적을 위해 적과도 손을 잡는 이전투구 등. 이야기 자체의 힘으로 소설의 재미를 완성하는 능력은 오세영 작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효종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고 소설의 내용처럼 독살도 아니다. 효종의 죽음은 작은 종기에서 시작되었고 수전증이 있는 어의 '신가귀'의 시침으로 혈맥을 침범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문제는 신가귀라는 어의가 서인정권에서 보호해주는 어의였다는 것이고 효종의 죽음에 분명한 책임이 있음에도 신가귀는 서인정권에 의해 구명되었다는 것이다. 이러 저러한 배경에서 서인정권에 효종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가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북벌이 있음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조선왕 독살사건],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등의 책들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북벌이 성공했을지는 알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고 가정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건들이 있는데 북벌도 그런 부분이다. 소설을 통한 역사읽기에 정말 좋은 소설이고 이야기 자체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강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