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논쟁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정책에 박수치는 회장님은 무슨 사회적인 이슈만 생기면 나를 떠본다. 오늘은 등록금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회장님이 현직 대통령에게 호감이 있는 것에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회장님은 내가 현직 대통령의 정책에 호감이 없다는 사실이 괴로운 모양이다. 정녕 괴로운 것은 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할까. 설령 나를 설득한다고 해도 광화문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설득당할 것도 아닌데. 아~ 필요없는 논쟁에 매번 덜컹거리는 마음이 문제다. 참말로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오후. 

광화문에 다녀 온 후배가 맥주 한 잔 사달라고 한다. 맥주와 함께 윤제림의 <그는 걸어서 온다>라는 시집 한 권 건내야겠다. 그리고 후배에게 읽어 주고 싶은 시 두 편을 미리 적어본다. 


재춘이 엄마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가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공군소령 김진평

싸리재 너무
비행운 떴다

붉은 밭고랑에서 허리를 펴며
호미 든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남양댁
소리치겠다
 
"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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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6-0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불필요한 논쟁이네요. 회장님께 등록금 투쟁도 음모가 있다고 말씀을...


굿바이 2011-06-09 09:41   좋아요 0 | URL
네, 늘 허망한 논쟁이에요 ㅜㅡ

잘잘라 2011-06-0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 저 이 시, 꾹 꾹 눌러 담아가요.
이름에 '춘'자 들어가는 사람을 아는데,
그 사람은 자기 이름 부르면 질색팔색이거든요.
ㅋㅋㅋ 아~ 대책없는 장난기 발동합니다~~

굿바이 2011-06-13 10:29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어떻게 장난은 잘 치셨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ㅎ

블리 2011-06-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윤제림씨 시.
반가워라.
전 그 시집의 '손목'에 울컥.

굿바이 2011-06-13 10:30   좋아요 0 | URL
야~ 블리가 윤제림씨 좋아하는구나.
알았으면 선물이라도 해줬을텐데.

그나저나 더운 여름 잘 보내고 있니?
건강 조심하고, 시원한 빙수 생각나면 연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