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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7
이국운 지음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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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낯설지만, 헌법이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나 싶다. 정치적 분쟁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가르마 타지는 시절을 살면서 몇 번이고 "헌법이란 국가적 공동체의 존재 형태와 기본적 가치 질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법규적인 논리 체계로 정립한 국가의 기본법"이라는 개념을 되뇌어 봤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 때마다 [국민적 합의]라는 대목에서 여러차례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기억이 있고, 답답했던 적이 있었지만, 무지를 벗삼아 살아온 세월이 오래된지라, 그렇게 찾지 못한 답들을 한 켠으로 미루어 두었던 적도 많았다. 여하튼, 헌법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시점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딱히 난독증이 있어서는 아닌 것 같고, [권력의 정당성]이라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던 시점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따라서, 헌법을 대하며 느꼈던 답답함은 헌법 텍스트의 문제라기보다, 헌법을 해석하고 사용하는 권력 그리고 그것에 강제당하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었던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표상 정치]의 한계와 [표상 정치]를 극복하려는 기획들을 설명하고, 헌법의 본질과 헌법 정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책이었다.  

이 책은 1.헌법이란 무엇인가, 2.헌법적 사고의 원형(고전적 헌정주의의 두 예), 3.헌정주의의 근대적 혁신, 4.헌법정치의 새로운 도전과 응전,이라는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칫 현학적으로 빠질 수 있는 내용들이었음에도, 이해하기 쉬운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헌법이라는, 상념으로 혹은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거리감을 덜어주기 위해 사용한 친절한 텍스트는 많은 부분에서 독자를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식인이나 권력자들만이 접근하기 위해 일부러 애매하고 난해하게 쓰여진게 아닌가 싶은, 그런 의혹을 받아도 무방해 보이는 것들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설명하려는 의지, 그것 자체가 바로 표상 정치의 왜곡을 피하려는 필자의 노력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각 장이 마무리 되는 지점에 -깊이 읽기, 라는 짧지만 거침없고 많은 부분 적확한 분석은 헌법과 표상 정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4장에서 다뤄진 헌법 정치의 새로운 도전과 응전 편은, 헌정주의의 대응 방향 그리고 표상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한 읽을거리였다. 물론 필자가 제시한 표상 정치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기본 규범 위에 국제 사회가 존재하고, 집행력 있는 중간 규범 위에 주권 국가가 존재하며,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좀 더 강한 규범 위에 지역 공동체가 존재하는 모습이다" 라는 대목에서 잠시 힘이 빠지면서 공허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헌법에 입각해, 각각의 단위에서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며 자유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할 때 이만한 대안도 없을 듯 싶다. 전 영국 수상 마가렛 대처가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기 위해 유난히 [대안]을 강조하는 센스(?)를 종종 발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언제부터인지 타인의 발언이 갖는 진정성보다 대안에 더 열을 올리고, 더 나아가 흠집을 내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가릴 것이 있으면 뭐든 가리고 싶을 만큼 창피해진다. 여튼, 맺는 말에 적시된, 헌정주의의 실천을 위하여 주의할 점,이라는 글 역시 이 책을 유용하게 읽히게 하는 텍스트임에 부족함이 없었다. 헌정주의라는 컨텍스트 안에서 표상 정치의 한계와 극복이라는 주제를 잘 풀어낸 책이어서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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