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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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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조직은 강하고, 개인은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개인이 조직보다 더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나를 설명함에 있어, 내가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관계에서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라는 사람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노력들이 창피하다는 사실과 어떤 관계도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때, 나는 내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온전한 개인으로서 나를 설명하고, 인정받으려고 했다. 물론 이러한 발상도 유치찬란 혹은 가오(?)였다는 사실을 지금은 뼈저리게 통감하지만, 여튼 그래서 선택했던 일이 사회운동가,정도로 불릴 그런일이었다.  

거기서 나는 박원순선생님을 만났다. 상상했던것 보다 몇 갑절은 강철같은 선생님에게서 나는 뭐랄까 힘을 얻었었고,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는 너무 쉬운 착각에 빠져들었던 모양이다. 그 이후의 내 상념들과 현재의 나를, 이 책의 형식을 빌려 노래하자면 아래와 같다. 

희망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어떤 고백보다 달콤했었지 / 내 눈을 바라보며 거짓말하는 당신, 그래도 사랑해 / 웃자고 시작한 일에 죽자고 달려드니 남은 것은 마이너스 통장과 위장약 / 내 눈을 바라보던 당신의 두려움, 그래도 사랑해 / 진심은 통할거라 내 마음을 다 드러내니 그것조차 자기기만이라고 했었지 / 내 눈을 바라보던 당신의 탐구심, 그래도 사랑해 / 40킬로 쌀포대를 한 시간을 걸어 배달해준 할머니의 집에는 젊은 아들이 자고 있었지 / 내 눈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친 당신의 연기, 그래도 사랑해 / 혼자서 아이를 낳아 분유값이 없다고 금반지를 내어 주니 다른 남자와 커플링을 맞췄더군 / 내 눈을 바라보던 너의 절절함, 그래도 사랑해 /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기획서를 써오라하네 / 내 눈을 바라보던 당신의 피곤함, 그래도 사랑해 / 기부금 영수증을 아들 이름으로 만들어 달라던 타워팰리스에 사는 아주머니 / 내 눈을 바라보던 당신의 알뜰함, 그래도 사랑해 / 수족을 쓸 수 없어 기증을 못한다고 찾아간 집에서 쓰레기 두 가마니를 내게 건낸 아저씨 / 내 눈을 바라보던 당신의 불편함, 그래도 사랑해 / 약값이 없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고 해서 버스요금까지 털어주고 걸어가는 내앞에서 택시를 타던 할아버지 / 내 눈을 바라보던 당신의 유쾌함, 그래도 사랑해 / 한 번만 믿어주면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너를 천 번은 믿었건만 / 내 눈을 바라보며 인내를 가르치는 당신, 그래도 사랑해 / 우리는 안전한 곳에서만 구호를 외쳤네 / 우리는 우리를 사랑했네

노래가 끝난 줄 알았는데, 몇 소절이 더 남았다. 마지막 몇 소절은 이 책을 쓴 저자와 이 책을 만든 출판사를 향한 것이다. 

사회운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네 / 큰 그림을 그려주면 작은 그림은 알아서 그리라 하네 / 요즘 운동의 대세는 방관인가 보네 / 대중을 신뢰하는 것과 대중속으로 들어가는 것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네 / 보고서로도 충분할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네 / 눈으로 보이는 실적에 연연하는 그대들이 안쓰러웠네 / 내용이 중요하니까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철학을 지닌 듯한 출판사 /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네 / 기획 의도를 정말 철저히 숨긴 것일까 / 편집자는 말이 없네 / 어쩌면 나는 다시는 시대의 창에서 출간한 책들은 읽지 않을 것 같네 / 이제는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나를, 나는 사랑하기로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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