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6)-공룡박물관-

  우리 마을에서 지금은 폐교된 덕명 국민(초등)학교로 가는데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동마길과 덕명 마을을 가로 지르는 길. 동마길은 왼쪽으로는 바다를 보며 산등성이를 넘어 가는 길인데 덕명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보다 훨씬 빨리 학교로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공룡박물관은 동마길과 덕명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있다. 아니 정확히 동마길을 접어드는 애기 담부랑이 듬성등성 있던 그곳에 세워졌다. 찻길이 나면서 동마로 가는 길이 끊어져 있더니 그 자리를 다져 공룡 박물관이 들어선 것이다. 엣날 비가 오면 무서워서 무리지어 넘던 그 길은 흔적도 없고 3층짜리 박물관이 들어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맞고 있다.

 

  수련원 쪽에서 올려다 보니 입구에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서 있고 삼염충 등 껍질 같은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몽돌 밭에서 올라가니 상수아재 넓은 밭에는 수련원이 지어졌고, 덕명 사람 비탈 산에는 공룡 박물관 올라가는 길이 났다. 덕명에서 우리 동네로 넘어올 때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 했던 골짜기는 길이 나면서 없어졌다.

 

  비가와서 미끌미끌한 황톳산길을 기듯이 걸어올라가 공룡 박물관으로 올라가니 한려수도가 한 눈에 보인다. 공룡 박물관은 3층이다. 들어 가는 입구부터 실내 전시실까지 시기별 공룡들을 알차게 전시해 놓았다. 1층에는 시기별로 살았던 공룡의 종류와 특징, 대표적인 공룡들의 모형이나 골격을 전시해 놓았다. 2층, 3층에는 고성 공룡 발자국 화석지를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 우리 나라 전역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지역과 그 곳에 살았던 공룡들에 대해 설명해 놓은 곳, 공룡 관련 3D 입체 영상물을 보여주는 곳 등이 있었다. 공룡에 관심이 많은 유치원생들이나 저학년 남자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보겠다. 그리고 시대별 화석을 전시해 놓은 곳도 있다.  해운대 벡스코에서 언젠가 공룡 화석 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공룡 뼈 뿐만 아니라 암모나이트나 은행잎 화석 같은 것도 함께 전시해서 보여줬는데 그 때 봤던 화석에 비해 이곳에 전시된 화석이 훨씬 다양하고 볼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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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에서 (5)-공룡 박물관 가는 길 -

 

  아침밥을 챙겨 먹고 공룡 박물관에 갔다. 삼천포로 나가는 길에 들릴까 하다가 우리 동네부터 쌍족암까지 물이 빠지지 않아도 돌아볼 수 있게 통나무 길을 만들어 놓았다고 하길래 그 길을 걸어보고 싶어 바닷가로 걸어서 갔다.

 

  형식이네 집 옆, 쌍족암 돌아가는 입구에 안내표지판이 있다. 읽어보니 수련원 뒤쪽으로 공룡 박물관 올라가는 길이 있다. 비가 부슬부슬 와서 커다란 우산을 쓰고 촛대바위 쪽으로 돌아간다. 공룡 발자국이 저만치 보인다. 바닷가로 걸어가면 공룡 발자국에 맞춰 걸어볼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다 통나무 길 위로 걸어다니며 안내판을 읽고 멀리서 공룡발자국을 보고 있다. 이 곳은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이 주로 살았단다. 우리가 발자국을 맞춰 타박타박 걷기도 했던 그 발자국 화석은 4족보행 용각류의 발자국이란다. 조금 떨어진 넓적한 바위에는 공룡 무리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있는데 그곳은 2족보행을 했던 공룡 15종의 발자국을 볼 수 있단다. 내 눈엔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어떻게 다 구별했는지 신기하다.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을 무렵 어느 시대에 살았던 어떤 공룡 발자국인지 참 궁금했었는데 의문이 풀린다. 밀물 때라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발자국 위로 물결이 왔다갔다 한다. 

 

  촛대바위 쪽으로 돌아간다. 예전엔 물이 들었을 때는(밀물 때는) 바지를 둥둥 걷고 촛대바위 쪽을 넘어 가기 위해  아슬아슬한 직각 바위를 암벽 등반을 하듯 타고 올라 촛대바위 등을 넘어 쌍족암 쪽으로 갔었다. 산 넘어 산을 넘듯 촛대바위를 넘으면 작은 몽돌 밭을 지나 또 들쑥날쑥한 바위를 두 서너번 타 넘어서야 몽돌 해변까지 다다라 쌍족암쪽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늦은 밤에도, 밀물일 때에도 어려움없이 쌍족암까지 다녀올 수 있게 길이 만들어져 있다. 바위를 타고 넘나들던 그 때가 그립기도 하고 통나무로 만들어진 이 길이 편하기도 하고 그렇다.

 

   촛대바위 밑을 보니 커다란 공룡이 한 마리 서 있다. 티라노 사우루스다. 공룡 꼬리 밑으로 멀리 쌍족암 선녀탕이 보인다. 그 앞에 유람선 한 척이 떠 있다. 뭐라뭐라 떠들고 있다. 밀물 때고 날씨가 좋지 않은 데도 쌍족암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제법 북적인다. 참 많이 변했다.    통나무 길 중간중간에  바다로 내려 갈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관광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뭔가를 잡고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고둥잡고 성게 잡던 그 바다는 이제 모든 사람들의 바다가 되었다. 지나치는 사람 모두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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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서(4) -


  깜박하고 큰댁에 내려온다고 연락을 안했는데 언니가 삼천포서 출발하기 전에 나와 함께 산소 들렀다 간다고 연락을 한 모양이다. 늦게야 들어가니 큰어머니께서 반찬도 없는 데 미리 연락 했으면 회를 좀 해 놓은 건데 이러시며 연락 안하고 왔다고 뭐라 하신다. “히히~”저녁을 먹고 언니는 약을 찾으려 가야한다고 서두른다. 바닷가에 놀러 왔다가 나가는 차를 얻어 타기로 하고 번답 머리로 나가는데 큰아버지께서 놀러온 사람들 차 잘 안 태워준다고 콜 택시 불러 타고 가란다. 언니는 돈 아깝다고 그냥 간다고 했는데 큰아버지께서 시간만 늦어진다고 택시를 불러주셨다. 식구대로 다 나가 언니를 배웅하고 설거지를 해 놓고 나니 저녁 10시가 다 돼 간다. 그제서야 횟집을 하는 이모댁에 내려 갔다.

 

  이 곳에 사시는 이모는 엄마 바로 밑 동생이다. 이모부가 일찍 돌아가셔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자식들도 그럭저럭 자기 앞가림하고 사는 형편도 괜찮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토요일인데도 썰렁하다. 오늘 밤에는 민박 손님도 회를 먹으러 온 손님도 없나 보다. 이종사촌 동생들도 각자 방에 흩어져 자고 있는지 이모 혼자 가게 방에 누워 계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큰댁에 자러 갈려고 나오려는데 이모가 그냥 이모댁에 자고 가란다. 그냥 올라왔다. 습관이라는게 무섭다. 우리 가족들이 이모 댁에서 놀다가 항상 큰댁으로 올라와 잠을 자는 것은 할머니 살아계실 때부터 든 습관이다. 아무리 밤이 늦어도 할머니께서 안 주무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에 이모댁에서 웬만큼 놀다가 항상 잠은 큰댁에 올라와 잔다.

 

  새벽 4시 정도 되었나? 설핏 잠이 들었는데 큰아버지, 큰어머니께서 그물 빼러 가시는 기척이 들린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걱정이 된다. 바다 한 가운데서 비를 만났을 텐데.큰아버지 큰어머니는 수영도 못하시는데 이 밤중에 우짜노? 정신이 말짱해 진다.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가 비설거지 할 게 없나 마당을 기웃기웃 거린다. 비 올 것을 아셨는지 비설거지를 다 해 놓고 가셨다. 다시 방에 들어와 누웠다. 그런데 비가 뚝 거친다. 지나가는 소나기인 모양이다.

 

다시 잠을 청한다. 늦게야 잠이 깊이 들어 일어나니 큰아버지, 큰 어머니께서 고기잡이 나가셨다가 돌아오시는 소리가 들린다. 일찍 일어나서 쌍족암 쪽으로 산책 나갈 거라는 계획은 물 건너 갔다.

 

  얼른 아침 밥을 챙기는데 큰어머니께서 어제 잡은 고둥이 모래 투쟁이라고 바닷물에 헹궈 와서 우리 집에 가지고 가서 삶아 먹어란다. 고둥 소쿠리를 들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고둥을 씻다가 선바위쪽 해변을 보니 해변가에 해초들이 잔뜩 밀려와 있는 것이 보인다. ‘오잉 청각도 밀려왔겠네’. 이러면서 씻은 고둥 소쿠리를 몽돌 위에 올려놓고 해변가로 갔다. 가서 보니 우뭇가사리랑 청각이 제법 떠밀려 왔다. 새벽녘에 폭우가 쏟아져서 파도가 일었던 모양이다. 싱싱하다. 밀려온 쓰레기들 중에 비밀 봉지 하나를 주워 청각을 주워 담는다. 우뭇가사리(한천)도 주우려면 제법 줍겠는데 그냥 두고 청각만 주웠다.잠깐 사이에 봉지가 가득찼다. 오른 손에는 청각 담은 봉지를 들고, 왼손에는 고둥 소쿠리를 들고 큰댁으로 올라오는데 아침 안 먹어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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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가는 길(3)-


  친구를 태워주고 언니네로 간다. 내 차 타고 시골 들어가자고 했더니 그럼 저녁에 어떻게 나오느냐고 걱정을 한다. 나는 밤에 시골길 운전은 못한다. 서툴러서. 일단 시골 들어가서 해결 하기로 하고 내 차를 타고 들어갔다.

 

  공룡 박물관은 시간이 늦어 못 들어가고 산소에만 갔다. 할머니 산소와 할아버지를 산소에 들러 절을 하고,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 공동묘지라 그런가 아버지 산소는 잔디가 거의 없다. 잔디가 없으니 흙이 씻겨 내려가 산소가 점점 밋밋해 지고 있다. 날을 잡아 손을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절을 하는 동안 큰 언니가 주변에 있는 잔디 씨를 받아 무덤 위에 뿌렸다. 무덤 위에 술을 뿌리며 보니 작은 소나무들이 무덤 위 여기저기에 올라오고 있다. 소나무들을 빼서 버리고 밑에 있는 이모부 산소에도 절을 했다. 이모부 산소는 잔디가 제법 잘 입었다. 아버지의 흐물어진 산소를 뒤로 하고 오려니 마음이 영 안됐다.

 

  산소를 나와 우리 고향 앞 마을, 선바위 옆길로 해서 고향 바닷가로 통하는 해안도로로 내려왔다. 오는 길에 보니 물이 들고 있다. 차를 세워두고 비닐 봉지 하나를 들고 고둥을 잡으러 내려 갔다. 물이 오랫동안 빠져 있던 동산 쪽이라 큰 고둥은 없고 자잘한 고둥들은 제법 보인다. 물이 들고 있는 곳에서 먼저 고둥을 잡고 드는 물 따라 동산으로 올라오며 잡았다. 잠깐 사이에 고둥이 제법 잡혔다. 고둥 잡느랴 정신을 놓고 있는데 언니가 늦었다고 집에 가잖다. 시계를 보니 7시다. 참 해가 길다. 7시인데도 아직 노을도 지지 않고 햇살이 가셨다는 느낌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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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가는 길(2)-

  

   25일, 토요 휴업일이라 오전에 중학생들 수업을 끝내고 오후에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다. 친구한테 연락을 하고, 언니한테 연락을 하고 고향을 가기로 한 날 아침, 학기말 시험 때문에 오전부터 학원 보충 수업을 하러 가야된다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연락이 왔다.

  ‘그럼 한 주 쉬어야지~ , 오호~오전에 일찍 내려가서 .....♪~♬’

 

  삼천포 가서 여기저기 들럴 곳을 머릿속에 그리며 들떠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신다.

  “ 큰댁이랑 작은 댁, 이모댁, 언니댁..... 뭘 좀 사 갈래?”

  고향에 가면 들럴 곳이 아주 많다. 그래서 한 번 내려갈려면 허리가 조금 휜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쿨하게 갔다 올려고

  “ 삼천포 가서 대충 사가지고 가께요.”  했더니,

  “삼천포는 뭐가 비싸서 안된다. 여름에 부담 없이 먹기 좋은 게 수박이니까 수박을 몇 덩이 사가는게 안 낫겠나?”고 하신다. 맞긴 맞다. 한 두 개 사서 될 것도 아니고 ,삼천포 가서 대충 사려면 뭘 살지 막연하고, ‘쿨’하게 다녀오는 걸 포기하고 부전시장에 나가서 수박을 사기로 했다.

 

  수박 공판장에 가서 우리 집 꺼까지 몇 덩이를 사서 싣고, 할머지, 할아버지, 아버지 산소에도 들러야 되니 마트에 들러 술이랑 안주도 사고 집에 오니 12시다. 오전에 내려가서 어디가고 어디가고 계획은 잔뜩 잡아 놨는데 어영부영 거의 1시가 다 되어서야 고향으로 내려갔다. 어딜 가기는 커녕 친구랑 밥먹고 수다 좀 떨고 나면 하루 해 지게 생겼다.

 

  언니한테는 점심 무렵에 도착한다고 전화 해 놨는데. 다시 전화를 한다. 언니는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공룡 박물관을 한 번도 못갔다고 해서 시골 들어가는 길에 함께 공룡박물관을 들렀다가 산소들렀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마산 조금 지났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쯤 왔냐고, 2시 반쯤 도착할 것 같다고 했더니 함께 냉면 먹으려 가잖다. 밥 안 먹고 기다리고 있겠단다. 언니한테 친구랑 밥 먹고 좀 늦게 들어가야겠다고 다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차는 잘 빠진다.

 

  삼천포에 도착해서 친구한테 전화를 하니 고등학교 동창 누가 냉면 집을 냈는데 거기 맛이 괜찮더라고 거길 가잖다. 가서 보니 앞면이 있는 친구다. 그런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친구는 나를 보자 마다 내 이름을 부르는데. 그 친구랑 고향친구랑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냉면을 먹었다. 고향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 냉면값을 주려고 하는데 동창이 오랜만에 만났다고 극구 사양을 한다. 옥신각신하다가 화장실 갔던 고향친구까지 나와 서로 점심값내겠다고 또 옥신각신 하다가 공짜 점심을 먹고 나왔다. 가시나,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암튼 고향이 좋긴 좋다.

 

  늦은 점심을 먹고 고향 친구와 함께 중앙시장에 갔다. 가게를 하는 친구라 짐이 많다. 야채도 해물도 참 싱싱하고 싸다. 짐을 나눠 들고 친구 따라 시장을 도는 데 고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난다. 외할머니랑 시장을 보러 오면 시장 사람들이 할머니랑 많이 닮았다고 막내 딸이냐고 했었다. 외손녀라고 하면 할머니를 어찌 그리 많이 닮았냐고. 그런 외할머니도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계신다, 내려온 김에 멀지 않은 곳에 계신 산소라도 다녀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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