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4) -
깜박하고 큰댁에 내려온다고 연락을 안했는데 언니가 삼천포서 출발하기 전에 나와 함께 산소 들렀다 간다고 연락을 한 모양이다. 늦게야 들어가니 큰어머니께서 반찬도 없는 데 미리 연락 했으면 회를 좀 해 놓은 건데 이러시며 연락 안하고 왔다고 뭐라 하신다. “히히~”저녁을 먹고 언니는 약을 찾으려 가야한다고 서두른다. 바닷가에 놀러 왔다가 나가는 차를 얻어 타기로 하고 번답 머리로 나가는데 큰아버지께서 놀러온 사람들 차 잘 안 태워준다고 콜 택시 불러 타고 가란다. 언니는 돈 아깝다고 그냥 간다고 했는데 큰아버지께서 시간만 늦어진다고 택시를 불러주셨다. 식구대로 다 나가 언니를 배웅하고 설거지를 해 놓고 나니 저녁 10시가 다 돼 간다. 그제서야 횟집을 하는 이모댁에 내려 갔다.
이 곳에 사시는 이모는 엄마 바로 밑 동생이다. 이모부가 일찍 돌아가셔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자식들도 그럭저럭 자기 앞가림하고 사는 형편도 괜찮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토요일인데도 썰렁하다. 오늘 밤에는 민박 손님도 회를 먹으러 온 손님도 없나 보다. 이종사촌 동생들도 각자 방에 흩어져 자고 있는지 이모 혼자 가게 방에 누워 계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큰댁에 자러 갈려고 나오려는데 이모가 그냥 이모댁에 자고 가란다. 그냥 올라왔다. 습관이라는게 무섭다. 우리 가족들이 이모 댁에서 놀다가 항상 큰댁으로 올라와 잠을 자는 것은 할머니 살아계실 때부터 든 습관이다. 아무리 밤이 늦어도 할머니께서 안 주무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에 이모댁에서 웬만큼 놀다가 항상 잠은 큰댁에 올라와 잔다.

새벽 4시 정도 되었나? 설핏 잠이 들었는데 큰아버지, 큰어머니께서 그물 빼러 가시는 기척이 들린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걱정이 된다. 바다 한 가운데서 비를 만났을 텐데.큰아버지 큰어머니는 수영도 못하시는데 이 밤중에 우짜노? 정신이 말짱해 진다.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가 비설거지 할 게 없나 마당을 기웃기웃 거린다. 비 올 것을 아셨는지 비설거지를 다 해 놓고 가셨다. 다시 방에 들어와 누웠다. 그런데 비가 뚝 거친다. 지나가는 소나기인 모양이다.
다시 잠을 청한다. 늦게야 잠이 깊이 들어 일어나니 큰아버지, 큰 어머니께서 고기잡이 나가셨다가 돌아오시는 소리가 들린다. 일찍 일어나서 쌍족암 쪽으로 산책 나갈 거라는 계획은 물 건너 갔다.
얼른 아침 밥을 챙기는데 큰어머니께서 어제 잡은 고둥이 모래 투쟁이라고 바닷물에 헹궈 와서 우리 집에 가지고 가서 삶아 먹어란다. 고둥 소쿠리를 들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고둥을 씻다가 선바위쪽 해변을 보니 해변가에 해초들이 잔뜩 밀려와 있는 것이 보인다. ‘오잉 청각도 밀려왔겠네’. 이러면서 씻은 고둥 소쿠리를 몽돌 위에 올려놓고 해변가로 갔다. 가서 보니 우뭇가사리랑 청각이 제법 떠밀려 왔다. 새벽녘에 폭우가 쏟아져서 파도가 일었던 모양이다. 싱싱하다. 밀려온 쓰레기들 중에 비밀 봉지 하나를 주워 청각을 주워 담는다. 우뭇가사리(한천)도 주우려면 제법 줍겠는데 그냥 두고 청각만 주웠다.잠깐 사이에 봉지가 가득찼다. 오른 손에는 청각 담은 봉지를 들고, 왼손에는 고둥 소쿠리를 들고 큰댁으로 올라오는데 아침 안 먹어도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