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온 국보들’ 보러 서울 가다-평양에서 온 국보들 -
10시 10분, 서울역에서 내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이촌역에 내려 국립 중앙박물관을 갔다. 11시에 경애 샘을 만나기로 했는데 20분정도 빨리 도착했다. 거울 연못이랑 중앙박물관 외관을 둘러보다 사진을 찍고 ‘평양에서 온 국보들’ 을 전시하고 있는 기획전시실 앞에서 얼쩡거리는데 경애샘이 왔다.

( 국립 박물관 정면에 붙어 있는 ‘평양에서 온 국보들’ 전시 안내물)
-평양에서 온 국보들-
우리 나라 박물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신석기 시대 토기가 빗살무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북한에서 온 이 시대 토기들은 무늬가 다양하다. 빗살 무늬 뿐만 아니라 타래무늬, 점선 띠 무늬 ,번개무늬 토기가 있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물의 모습을 획일적이고 인습화된 기호로 나타내기 시작했다는데 이 시대 북쪽에 살았던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남쪽에서 살았던 신석기인들에 비해 상징을 창조하는 능력이 더 뛰어났던 모양이다. 고조선에 와서는 토기들은 오히려 모양도 밍숭밍숭하고 볼품이 없어졌다. 그리고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빗살무늬 토기 2개는 높이가 8,90미터에 이른다는데 토기가 아니라 ‘독’같다.
청동기 시대 요령식 동검과 한국식 동검으로 나눈다는데 요령식 동검은 남한에 비해 북한 지역에서 더 많이 발굴되었단다. 요령식 동검은 중국의 악기 비파를 닮았다. 그래서 무기라기 보다 예술품 같았다.
북한은 민족 정통성 계승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발굴 조사와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에 온 고구려 유물들은 금동맞뚫음장식 외에는 그다지 눈길을 끄는 것은 없다. 금동맞뚫음장식은 죽은 이의 베개 끝 장식으로 추정된다는 데 조각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 가운데는 둥근 테두리 속에 세족오 한 마리가, 양 옆으로는 용이, 세족오 뒤쪽에는 봉황이 조각되어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고구려 왕관 불꽃무늬맞새김 무늬에서 느껴지듯 굉장히 역동적이다.
우리 나라 박물관에서는 보기 힘든 발해 유물 몇 점(금동판, 치미,광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전시회를 보러와서 얻은 의외의 수확이다. 발해 유물 중에는 ‘청동보살상’모습이 익살스럽다. 옷차림이나 수더분한 얼굴표정,어깨 양쪽에서 흘러내린 천자락을 엇갈리게(×)잡고 서 있는 모습등에서 보살이라기 보다는 발해인을 보는 것 같다.
고려 시대 유물 중 관음사 관음 보살은 옷차림도 머리에 쓴 관도 화려하다. 치장을 많이 한 불상의 차림새가 좀 낯설다. 이 불상 양식은 고려시대 말에 크게 유행했던 양식중의 하나라는데 중국 원나라 라마 불상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것이란다. 고려 불교 속에는 밀교적인 요소가 상당수 내재되어 있다는 데 그것은 티벳불교의 영향 때문이란다. 얼굴 11면, 팔이 8개 달린 십일면팔비관음보살상을 설명하는 글을 읽어보니 그렇다. 평양에서 온 고려시대 유물들 중에는 우리 나라 박물관에서는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유물들이 제법 있다. 국보로 지정된 청자(국화무늬 병)는 우리 나라 박물관에서 있는 유물들( 모란문 항아리나 칠보향로 같은 것들)보다 못한 것 같다.
사대부를 중심으로 세워진 조선은 고려의 화려했던 문화와는 달리 검소를 중시하는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미를 추구했다고 한다. 푸르스름한 빛이 느껴지는 백색에 활짝 핀 매화 몇송이를 달고 있는 가지 하나가 그려진 매화무늬병은 조선시대 문화의 특징과 함께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금강산을 형상화한 ‘백자 금강산 연적’은 화려하다. 산꼭대기에 누각이 있고 금강산 골짜기 곳곳에 사람과 동물, 사찰이 배치되어 있다. 화려한 느낌을 걷어내고 보면 도교적인 분위기도 느껴지는 볼수록 운치있는 작품이다. 이 연적은 백자에 코발트와 구리 안료로 채색해서 금강산의 모습을 표현했단다. 바위 산의 질감이 살아 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예품 한 가지, ‘나전.대모.어피.용무늬 옷상자.자개, 바다거북 등딱지,물고기 가족 등으로 장식했다는 옷상자. 윗면에 조각된 커다란 용 한 마리는 마치 승천할 듯한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섬세하게 조각된 무늬가 정말 아름답다.
그 외 김홍도, 김득신과 같은 사실주의적 미술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나라 박물관에서 본 같은 시대 유물들과 비교하면서 보니 재미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지금, 북한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지금 안보면 또 언제 볼까 싶은 마음에 부랴부랴 왔더니 볼만하다. 아울러 보고 싶었던 경천사지 10층 석탑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