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온 국보들’ 보러 서울 가다-서울 가는 길에
5시 30분, 일어나 대충 씻고 7시20분에 출발하는 KTX타러 갔다.엊저녁부터 중부지방 물난리 소식을 들은 어머니께서 “이 마토(물난리)에 여행을 가려고 그러니. 다음에 가지.‘하시는 것을 열차표를 예매해서 안된다며(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꾸역꾸역 집을 나섰다.가긴 가는데 오늘까지 비가 150m정도 더 온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열차 칸에 들어서니 내 자리에 우아하게 모시로 만든 전통 한복을 차려 입은 아주머니께서 먼저와서 앉아계신다. 내가 옆에 서서 밍기적거리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 자리를 비켜줄 생각을 않는다.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자기 옆에 서 있으면 ‘내가 앉은 자리가 이 사람 자린가’ 싶어 한 번 물어보는 게 인지상정인데...딴짓만 하고 있다. 그래서 그다지 부드럽지 못한 목소리로 “여기 제자린데요” 했더니 뭔 말을 하려는 듯 하다가 마지못해 일어나 창가쪽 자리로 옮겨 앉는다. 내 자리 앞 주머니에는 벌써 아주머니가 생수랑 먹거리를 넣어뒀다. 그래도 암튼 앉았다. 그런데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긴 이 아주머니는 뭐가 기분이 나쁜지 앞 좌석 뒤에 달린 책상을 빼서 턱 소리나게 내려 놓는다. 그리고 내 자리 앞 주머니에 있던 간식거리를 챙겨 가신다. 신경을 거두고 잠을 자려다가 책을 꺼내 읽고 있는데 옆이 잠잠하다. 슬쩍 옆을 보니 기도를 하고 있다. 좀 특이한 분이다.
7시 20분이 되자 정확하게 차가 출발한다. 졸립다.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잤다. 2,30분 지났나 눈을 떠서 창밖을 보니 하늘이 시커멓다. 조금 더 가니 비가 쏟아진다. 슬슬 걱정이 된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도 주무시다가 일어나서 창밖을 보더니 걱정스런 얼굴로 혼잣말을 한다 ‘정말 윗지방은 비가 많이 오나 보네.’
그러더니 책을 보고 있는 나에게 바나나 한 개를 건네신다. “고맙습니다”하고는 냉큼 받아 책을 보며 먹는다.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버릴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다가 마땅히 둘 곳이 없어 나갈 때 가지고 가려고 내 책상에 얹어 뒀는데 아주머니께서 가져다가 자기 쓰레기 봉지 안에 넣는다. 참 모를 것이 사람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