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7)-마닐라 근교 관광-


  정희는 팍상한 투어를 간다고 해서 혼자 따가이따이 화산을 보러 갔다. 호텔 로비에 있는 여행사에 반나절 투어 신청을 해서 갔는데 영 날씨가 안 좋다.계속 비가 오는데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안개도 잔뜩 끼었다. 2시간 정도를 달려 따가이따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도 비가 오고 안개가 잔득 끼어 있다. 화산은 커녕 한치 앞도 안 보인다. 택시 기사가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시켜 먹으며 앉아서 보란다. 레스토랑이 일종의 전망대 같은 곳이다. 점심도 같이 시켜 기사 아저씨랑 나눠 먹었다. 다행이 기사 아저씨가 참 좋은 분이다. 카톨릭 신자는 아니고 자기 무슬림이란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로 탈화산과 탈 호수가 보인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안개가 서서히 걷힌다. 퍼뜩 나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탈호수와 탈화산을 보았다.호수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지역이 바탕가스라는데 호수가 바다같이 보인다. 탈 화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니까 화산에 올라가 보고 싶다. 탈화산은 활화산이라는데. 나는 반나절 투어도 탈화산까지 오르는 코스인줄 알았더니 점심이 포함된 투어여야만 화산 트레킹이 가능하단다. 그냥 보고만 돌아올려니 참 허망하다. 기사에게 배 타고 호수만 건너갔다 오면 안되겠나고 하니 1시 까지 돌아가야 하는데 시간이 아마 부족할 거란다. 그러면 트레킹 하는 투어로 바꿀려냐고 묻는다. 생각해 보니 혼자 배 빌리고 화산 오르내리고 바가지 감당이 안될 거 같아서 그냥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돌아오는 길, 내가 너무 허망해 하니까 기사가 대통령 별장이라는 곳 옆에 차를 세운다. 그리고 한번 더 탈호수 주변을 보란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영어를 손짓발짓 하며 대화를 주고 받는데 필리핀 갑부 아얄라 이야기서부터 필리핀 국내 사정, 국제 정세까지 화제에 올린다. 무슬림이라 그런가 부시와 이라크 문제,영국 런던의 테러 문제까지 화제로 올린다. 필리핀 대학생들이 수시로 미국을 물러가라고 데모를 한단다. 그리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를 물으니 바나우에의 ‘라이스 테라스’란다. 권기왕이라는 분이 쓴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33곳’ 중 한 곳으로 올랐던 곳이다. 마닐라에서 오고 가고 하루 잡고 하루 구경하고 여유있게 다녀오려면 3일 정도가 필요하단다.

  마닐라 시내로 들어설 때 기사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파사이를 지나온다. 그래서 니용 필리피노가 가깝냐고 물어보니 가깝단다. 그래서 그곳에 나를 내려 주고 가라고 했다.


니용 필리피노 안에 있는 한 소수민족의 전통 가옥

  니용 필리피노 , 필리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각 지역의 풍속과 습관을 알 수 있고 필리핀의 참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썰렁하다. 넓은 공원 안 곳곳의 민가는 허물어져 문을 닫았고 열려 있는 민가보다 닫혀 있는 민가가 더 많다. 비까지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려서 대충 둘러 보고 나와 택시를 타고 바클라란 재래 시장에 갔다. 옥수수 한 개를 사서 들고 먹으며 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재미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가게에 들러 물건 흥정하는 것도 재미있다. 신발 가게에서 조카 샌달 한 켤레를 샀다. 사고 싶은데 비싸서 안 산 전통 공예품이 있어 혹 이 시장에 파나 싶어 구석구석 다 뒤져도 전통 공예품 파는 가게는 눈에 안 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과일 좌판에서 망고도 샀다. 아주 싸다.  3개에 78페소. 킬로로 달아서 판다. 정희는 로빈슨 벡화점에서 120페소 주고 2개를 샀다던데.


                         -바클라란 재래 시장 모습-

  시장 구경을 하고 바클라란 역에서 도시 고속 열차를 타고 UN 애브뉴 역에 내렸다. 퇴근 시간인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역에서 내려 에르미타 마비니 거리로 내려오는데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비옷을 다시 꺼내 입고 유유히 걸어오는데 너무 많은 비로 더 이상 못 걷겠다. 은행 앞 처마밑에 옹기종기 모여 비를 피하는 사람틈에 나도 앉았다. 그런데 한참을 앉아 있어도 도저히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서 조금 약해진 듯 할 때 비속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정희는 로빈슨 백화점 구경갔다가 하루종일 방안에서 뒹군 모양, 로비 식당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다. 씻고 첫날 먹은 댁에 가서 두부 찌개를 먹고 내일 묵을 숙소를 구하러 갔다. 마비니 펜션에 2인이 550페소를 주고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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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기(6)-마닐라 시내 관광(에르미타 주변) -


  에르미타 지역 가까이 있는 리잘 공원과 인트라무로스 지역을 돌아봤다. 정희는 그냥 쉬다가 오후에 택시타고 리잘 공원을 돌아보겠다고 해서 혼자 안내책자를 들고 나갔다. 날씨가 하도 변덕 스러워 비옷이랑 물 한병을 챙겨서 거리 구경을 하면서 걸어갔다.  리잘 공원과 중국정원, 일본 정원을 둘러보는데 한국에서 오신 단체 여행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리잘 공원은 필리핀 국민적 영웅 호세 리잘이 처형된 곳으로 지하에 유체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 함부로 동상을 만지거나 하면 절대로 안된다.


리잘 공원- 일요일 저녁이 되면 이곳에서 무료 콘서트가 열린단다


  넓은 공원 여기 저기를 안내 책자를 보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한국인 가이드 한 분이 나를 보더니 이 곳을 보고 인트라무로스(16세기 스페인이 필리핀 통치의 근거지로 삼았던 성채도시)가 5분 거리에 있으니 택시 타고 가 보란다. 리잘 기념비 맞은 편에 있는 국민공원에 들렀다가 다시 리잘 공원쪽으로 와서 택시를 타고 갈까 걸어서 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나이든 필리피노 한 사람이 칼레사(마차)를 타고 투어를 해 보란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40. 단위를 붙이지 않아서 당연히 40페소인줄 알았다.


   40페소면 뭐 택시타는 거나 비슷하고 색다른 경험도 될 것 같고. 그런데 이게 실수였다. 파시그 강을 건너는 거다. 파시그 강을 건너기 전에 마닐라 성당으로 들어가야 한는데. 이 강을 건너면 차이나 타운이다. 자기는 ‘베스트 가이드’라는 둥 뭐 그러면서 여기저기 안내를 한다. 말끝마다 ‘베스트 가이드’란다. 뭔가 좀 수당쩍다. 차이나 타운 뒷골목을 구경하고 지은지 500년이 되었다는 비논도 교회와 1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산타 크루즈 교회를 안내하고 이러면서 계속 시간을 끌고 딴전을 피우는 거다. 이거 안돼겠다 싶어 ‘나는 마닐라 대성당을 가기를 원한다.’이러면서 강 너머 보이는 마닐랑 성당을 지붕 꼭대기를 가르키며 저곳으로 빨리 가자고 했다.  다시 파시그 강을 건너 마닐라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모퉁이에 닿았다. 1시간 남짓 걸렸다. 칼레사는 1시간 빌리면 200페소 넘게 줘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원하지는 않았지만 가이드한 댓가 100페소와 교통비 200페소 해서 300페소를 주니 펄쩍 뛴다. 40달러를 달란다. ‘이 00이 ,누굴 봉으로 아나.’ 아무리 입만 열면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지만 1시간 말타고 건들건들 돌아보고 40달러라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1000페소짜리 2개를 잡고 이걸 달라는 거냐고? 맞단다. 호텔에서 반나절 시내 관광 신청해도 34달런데. 바가지를 씌워도 어느 정도 씌워야지. 무슨 소리하냐고 펄쩍 뛰었다. 40페소 달라는 거 아니었냐고. 당신 40이라고 해서 당연히 나는  40페소인줄 알았다고. 그랬더니 말이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단다. 그럼 20달러라도 달란다. 1000페소? 기가 막힌다. 400페소면 충분하다고 안내리고 버텼다. 그런데 낯선 곳이고 이 00 인상을 보니 길게 가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피 같은 돈 600페소를 주고 내렸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마닐라 성당안에 들어가니 11시 30분 ,마침 미사가 열리는 시간이다. 방송으로 미사가 진행된다. 필리피노들과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앉아 내부를 둘러보니 품위가 느껴진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기둥과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주 아름답다.


                   품위가 느껴지는 마닐라 성당 내부

  마닐라 성당을 보고 나와 길 건너에 있는 산티아고 요새로 갔다. 인트라무로스 안에 있는 건물들은 거의 폐허가 된 채 남아있다.


2차대전 때 페허가 된 건물, 앞에 녹슨 탄두들도 있다

산티아고 요새는 성채 도시의 중요한 전략지여서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일본군이 이곳을 점령하여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을 수장시켰단다 .안에 리잘이 처형되기 전까지 기거하던 곳을 기념관으로 꾸며 놓았는데 수리 중이라 못 봤다.


아치형 문으로 들어가면 산티아고 요새다

  점심을 먹고 이사벨 박물관에 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도 잘 모른다. 물어물어 겨우 찾아가 보니 그냥 인트라무로스 성곽안의 성벽 같은 건물이다, 황당하다. 걸을 기운이 없어 트라이시클을 타고 산어거스틴 교회로 갔다. 이곳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이다. 교회 내부는 바로크 양식이고 1층과 2층이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는 17세기부터 이곳에 기거했던 사제들이 입던 옷, 초상화, 사제들의 생활용품, 성화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제들이 입던 옷을 보니 수를 금박으로 놓았는데 아주 정교하고 아름답다. 오랜 전통을 가진 교회 답게 전시품의 양이 엄청나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볼 만하다. 너무 넓어 다 돌아볼려니 다리도 아프고 시간도 한참이 걸린다.


     2차대전 중에도 손상을 입지 안고 살아남은 산어그스틴 교회

  맞은 편에는 이사벨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과거 필리핀 통치시대 특권층 사람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 놓은 곳이다. 가정집을 그대로 박물관으로 꾸몄는데 고풍스럽다. 그런데 사진 촬영은 못하게 한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가구 하나를 찍으려고 하니 안된단다. 그러면서 ‘삼성’을 아는체 한다.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삼성 베리 굿’ 이런다.  방안에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상을 모셔놓고 살았다. 어느 방에는 성화가 천정에 그려져 있기도 하다. 화장대, 식탁 같은 가구 하나하나가 다 격조가 느껴진다. 손때 묻은 물건들이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들이 아니라 지금도 어느 고관댁에서 누군가가에 의해 쓰이고 있는 물건들 같다. 집무실에는 주판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 나라거랑 다르다. 우리나라 주판은 윗알은 하나 아래 알은 4개 이렇게 되어 스페인 사람들이 썼던 주판알은 위에 2알 아래는 5알이다,. 안내원이 계속 나를 따라 다니길래 ,화장실 다림미, 욕실, 주방 이런 것들의 한국 이름을 가르쳐 줬다. 그랬더니 나올 때 그 물건들을 가르키며 ‘다리미...’이런다. 그런데 욕조와 변기가 참 독특했다. 변기는 2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처럼 보이는데 밑에 구멍이 뚫려있다.


카사마닐라 박물관 건물 안에 있는 오래된 우물

  에르미타로 오는 길에 전통 공예품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 1,2,3층으로 되어 있는데 예쁘고 특이한 물건들이 많다. 쭈욱 둘러보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돼서 망고랑 파파야 잼 2병 씩을 사서 왔다. 망고잼은 망고 22개로 만든 진액이란다.

  저녁은 잠보양가라는 씨푸드 전문점에서 먹었다. 안내책자를 보고 일부러 먼 거리를 걸어서 찾아 갔다. 8시부터 필리핀 전통 무용을 공연하는데 먹을 것도 없으면서 비싸다. 공연 하는 것을 다 보고 오려고 밥을 다 먹고 75페소를 주고 ‘‘프레쉬 ’ 바나나 를 시켰더니 2개가 나온다. 우리나라보다 더 비싼 ‘프레쉬’ 아닌 그냥 바나나를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인 식당 B.H 몽골리안 샤브샤브 2층에 있는 맛사지 샵에서 400페소를 주고 발맛사지를 받고 왔다.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발에 불이 났는데 피로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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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기(5)-다시 마닐라로-


   2시 15분 비행기라 오전 투어하고 점심을 먹고 나와도 되는데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와서 서둘러 나가야 될 것 같다. 보라카이에서 카티끌란까지 가는 배가 뜰까 걱정이 된다. 옆에 있는 ‘씨월드’에 가서 물어보니 가게 앉아있던 한국인 아저씨가 그런다.

  “걱정 마세요. 배 뜹니다.우기에는 이런 날씨가 흔해요. 그런데 (손으로 웨이브를 그리며)쪼금 재미있을 거예요.”

 
보라카이 해변-나무가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도 높았다

  보라카이에서 아침은 잉글리쉬 베이커리에 가서 먹었다. 영국인 주인장이 빵을 맛있게 굽는다고 해서 우리가 머물고 있던 곳에서 스테이션 1쪽으로 제법 걸어가야 되는 데도 불구하고 산책하듯 걸어서 가서 먹었다. 스페살이 140페소 정도. 홍차는 3잔까지 우려 먹을 수 있다. 맛있다. 탈리파파 가게에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보니 태풍이 불어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치우며 젊은 남자랑 아이들 몇이 선을 긋고 있다. 가만히 보니 메인로드 쪽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을 하러 온 모양이다. 편을 갈라 푸대 안에 두 발을 넣고 콩콩 뛰어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다.

     -보라카이 해변에서 체육하는 아이들-

 

  정희는 걷는 걸 싫어해서 주변에서 대충 먹었는데 오늘은 내가 밥을 먹고 올 때까지 자고 있다. 비행기도 배도 뜬다니 다행인데 쪼금 재미있는 정도는 어느 정돈지..... 늦잠을 자고 있는 정희를 깨웠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니 지금 나간잔다. 아쉽다. 오늘 오전에 앞 바다에서 수영을 해 보고 싶었는데 맑은 날은 발 밑으로 물고기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보인다는데.

 
아침 먹으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른 아침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도로도 하얀 모래밭이다
 
 

  트라이시클을 타러 디몰 쪽 골목을 빠져나갔다. 원주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이 메인로드로 이어지는 곳 끄트머리에 있다. 풍성한 과일과 싱싱한 해물들이 쌓여있다. 일찍 알았더라면 람부탄이랑 망고 실컷 사 먹었을 텐데. 비가 많이 와서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는 곳을 지나면 메인로드다. 원주민들은 잘도 건너는데 우리는 너무 더러워 도저히 건널 엄두가 안난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오토바이 탄 아저씨가 건너 주겠단다. 여기는 ‘뻑’하면 팁을 요구해서 멀뚱거리고 있는데 정희는 훌쩍 올라탄다. 그리고 나도 타란다. 오토바이를 타고 건넌 거리가 30초정도 걸리는 거리. 그런데 사단이 났다. 정희가 오토바이 연통에 장단지를 데였다.

 

  트라이시클을 타고 뒷바다로 넘어오니 앞바다는 코코넛 나무가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뒷바다는 잠잠하다. 대기하고 있다가 타야될 줄 알았는데 바로바로 출발을 한다. 바다 가운데로 나오니 조금 배가 기우뚱거린다.

  탈없이 카티클란 선착장에 도착해 내리면서 보니 해안가에 예쁜 조개 껍데기 제법 많이 눈이 띈다. 비행기 탈 시간도 4시간 정도 남았고 해서 정희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조개 껍데기를 주웠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른 해산물을 팔고 있던 아주머니께서 비닐 봉지를 건네 주신다. 아이구 고마워라. 내가 조개 껍데기를 줍는 것을 보고 주변에 있던 선원들도 조개 껍데기를 주워준다. 예쁘고 모양이 특이한 조개 껍데기를 제법 많이 주웠다. 보라카이에서는 관광 기념품 만드느라고 다 주워가고 눈에 띄지도 않았는데.

 

  트라이시클을 타고 10여분을 달려 카티끌란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나는 카티끌란 재래시장 구경을 갔다 오겠다고 했더니 지금 가는 비행기 탈 수 있는 지 알아보고 그냥 마닐라로 가잖다. 11시 30분에 뜨는 비행기 물어보니 자리가 없단다. 그래서 공항에서 얼쩡거리고 있는데 한국인 여행객이 너무 많아 임시로 비행기 한 대가 운행이 된단다. 그 비행기에 남는 좌석이 2개, 그래서 그 비행기를 타고 마닐라로 왔다. 아무리 경비행기 이지만 승무원 하나도 없다. 기상이 좋지 않아 기우뚱 거리는데 솔직히 겁이 난다.

 

  점심무렵 마닐라 국내선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탔다. 정희가 함께 비행기에 탔던 현지 가이드에게 싸게 호텔에 투숙할 수 있게 소개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바쁘다고 그냥 가버려서 에르미타로 가서 우리가 구해 보기로 했다.안내 책자를 보고 처음 간 곳은 체리 블로섬즈, 로빈슨 백화점 바로 옆에 있다. 하룻박 숙박비가 2000페소 우리돈으로 4만원정도. 일단 한군데를 더 알아보기로 하고 나왔다. 다음 들런 곳이 로터스 가든 호텔, 싼 방은 없고 하룻밤에 2100페소짜리 방이 있다. 그런데 아침밥이 포함된 가격이고 팁이 없단다. 3일밤을 자기로 했다. 주변에 유흥업소가 없어서 일단 시끄럽지 않고 잠자리가 참 편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4일째 밤을 마닐라에서 자야 되는데 계산을 잘못해서 마지막 밤은 마비니펜션으로 옮겨 그 시끄러운 방에서 뚠눈으로 자고 나왔다. 

 

  호텔에 짐을 풀고 로빈슨 백화점 1층에 프라이즈 대이 음식이 괜찮다고 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썩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그래서 한국 음식 먹으러 오다가 눈에 띈 한국 식당 ‘가야’에 가서 순부부 찌개를 먹었다. 그런데 귀에 익은 음악이 울러퍼진다.  ‘파리의 연인’ 주제곡이다. 보라카이 어느 기념품 가게 아가씨도 우리 보고 자기는 ‘파리의 연인’에 나온 이동건 팬이라고 했는데 이곳 백화점에서 까지 ‘파리의 연인’ 음악이 나온다. 기분 괜찮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서점에 가서 동화책을 살펴보고 2권을 샀다. 저녁도 ‘불고기’라는 한국 식당에서 두부 찌개를 먹었다. 점심 때 먹은 곳은 김치 따로 밥 따로 국 따로 사서 먹었는데 양도 진짜 적었다. 그런데 이곳 반찬  참 푸짐하게 나온다. 그리고 비싸지 않고 찌개가 참 맛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9일정도 여행을 하면 한 번 정도 한국식을 먹었었는데 한번 얹혀 혼이 나서 그런지 필리핀 음식은 영 못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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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기(4)-보라카이에서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정희는 다이버를 하러 가고 나는 아일랜드 호핑을 하러 갔다. 한국에서 준자유여행을 온 신혼부부와 나 이렇게 3명, 앞 바다는 파도가 세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뒷바다로 갔다. 길쭉하게 생긴 보라카이 섬이 파도를 막아주어 뒷바다는 잠잠하다. 여기서 다른 일행들을 만나 함께 호핑을 나간 사람들은 부산에서 온 아이 둘과 부부, 신혼 부부 1팀, 수빅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아가씨와 서울에서 온 그 아가씨 동생과 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했다. 낚시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낚시 바늘을 떨어뜨릴 때는 재빨리,바닥에서 50키터 정도 떨어질 곳 쯤에서 낚시 바늘을 드리워야 고기가 잡힌다는 것. 들은 대로 낚시질을 했다. 조금 있으니 서울에서 온 아가씨는 2마리나 잡았다. 오! 나도 고기가 낚시 바늘에 걸리는 느낌이 온다. 당겨 올리니 이제 까지 잡은 고기들 중 제일 큰 열대어 한 마리. 노란 색에 군청색 가로 무늬가 있는 고기다. 또 낚시질, 그런데 이번에는 묵직한 느낌이 온다. 상어가 걸렸나? 잔뜩 기대를 하고 재빨리 끌어오리는데 잘 안올라 온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끌어올리기 헉! 산호가 걸렸다. 한국인 가이드 왈“ 힘도 셉니다.”


  낚시질을 끝내고 섬 주변을 조금 돌다가 스노쿨링을 하러 갔다. 그런데 다이버 하는 사람들 심정을 알겠다. 산호 밭이 너무 아름답다. 장미같이 생긴 산호도 있고, 큰 바위 같이 생긴 잿빛 산호도 있고, 산호 식물원 같다. 열대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배 위에서 가이드가 빵을 던지니까 고기들이 우르르 모여 든다. 색색의 열대어들이 산호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데 볼수록 바닷속이 신비롭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하다가 배에 올라앉았는데 나는 가자고 할 때까지 스노쿨링을 했다.


  나는 고향이 바닷가다. 여름이 되면 바다가 놀이터다. 하루 네댓번씩 수영을 했었다. 그 때는 수경(물안경)도 귀해 바닷속에서 눈을 뜨고 조개를 잡기도 하고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했었다. 해산물을 잡아 뭍으로 나오면 눈이 벌갰지만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렇지만 돈 주고 스킨 스쿠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됐다. 그런데 보라카이 바닷속을 보니 정희가 피피섬에 스노쿨링을 하러갔다가 바닷속 세상에 매료되어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따기로했다더니 그 심정 이해가 간다.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그 열대어들을 보라카이 앞 바다에서 다 봤다.


  스노쿨링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보니 크로크 다일 섬이 있다. 그런데 그 작은 무인도에도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라구탄 보트 스테이션 언덕빼기에 있는 전통가옥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칼라나소’라는 우리 나라 탱자 같이 생긴 과일을 비누 대신 문지르고 손을 씻었다. 기름기가 약간 묻어나는데도 향도 상큼하고 느낌도 좋다. 점심은 씨푸드로 나왔는네 방콕, 차이나 타운에서 한 마리에 15,000원씩 주고 먹었던 크랩이 1팀당 2마리씩 나왔다. 대하도 수북히, 어묵 꼬지랑 닭고지도 수북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나는 일행이 없어 크랩 2마리를 혼자 다 먹었다. 거기다가 산미겔 맥주까지. 배가 불러 새우랑 다른 건 손도 못대겠다. 해산물을 먹고 나니 디저트가 나왔다. 람부탄,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디저트를 시켜먹었다. 이젠 배가 불러 도저히 못먹겠다.


                         이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스테이션 2로 나왔다.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좀 쉬려다가 나온 김에 야팍 쪽에 있는 푸카셀 비치랑 박쥐동굴, 조개박물관을 보러 가기로 했다. 메인로드로 나가 트라이시클 흥정을 했다. 2시간에 200페소. 먼저 푸카셀 비치에 갔다. 지금은 기념품 만드느라 다 주워가서 없지만 예전에 이곳에 푸카셀이라는 조개가 모래에 많이 섞여 있었단다. 몇몇 원주민 아이들 외에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산호 가루로 만들어진 하얀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내리 쬐는 태양아래 파란 바닷물이 날 물속으로 오라 손짓을 한다.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가방을 맡길 곳이 없다. 에고에고. 걷고걸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여행하는 서민 취향의 나와 좋은 음식을 먹고 , 각종 맛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걸 우선으로 하는 정희와는 여행 취향이 달라 둘이가도 여행 일정은 각자 알아서 잡아 다닌다. 대신 저녁 밥 먹을 때 잠 잘 때는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좋긴 한데 이런 데서 일행이 없는 것이 아쉽다. 오른쪽 바닷가 쪽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기이한 바위들을 구경하고 해안에 밀려온 다양한 모양과 색깔들의 산호 조각 몇 개 주워들고 박쥐동물을 보러 갔다.

푸카셀 비치-서양인 남자 한명만이 해변을 거닐고 있다



   왼쪽은 끝없는 모래밭, 오른 쪽은 화산 활동으로 이루어진 바위
    

그런데 박쥐 동굴까지는 트라이시클이 못 간다. 산속을 걸어 한참을 들어가야 한단다. 가이드 해 주는데 200페소를 달란다. 비싸다. 100하자고 했더니 안된단다. 그래서 걸어서 혼자 간다고 줄렁줄렁 가는데 ‘맘’하고 부른다. 잠깐 기다리란다. 원주민이 옥수수 까는 것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초등학교 2학년, 대여섯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 둘을 데리고 왔다.이 아이들이 박쥐 동굴까지 안내해 준단다. 산길을 외간 남자랑 가기엔 조금 망설여졌는데 잘 됐다. 꼬마 둘을 데리고 산길을 간다. 신발도 안 신었는데 배기지도 않은지 잘 간다.


사탕이라도 가지고 갔으면 주고 싶었던 박쥐동굴 가이드 꼬마 둘
가는 길에 보니 신기하게 생긴 열매들도 많다.귤 같이 생긴 건 먹는단다. 그런데 얘네들은 그거 보고도 안 먹는다. 박쥐동굴 입구에 도착하니 새까만 화산석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꼬마가 후레쉬를 들고 왔는데 들어갈려고 보니 영 마음이 안내킨다. 어두침침한데다가 박쥐 배설물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 그런데다가 바닥이 미끌미끌 샌달을 신고 갔는데 위험해서 안돼겠다. 그래서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냥 나왔다.


동굴 앞에 화산석이 불쑥불쑥 박혀있고 안에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제 남은 곳은 조개 박물관, 그런데 트라이시클 기사가 자꾸 뭐라뭐라 한다. 조개 박물관을 못가겠다는 소리 같다. 지명을 말할 때 외에는 현지어를 하니 도통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도를 펴고 내가 처음 흥정할 때 가자고 한 곳 중 2곳 밖에 안갔고 조개 박물관 아직 안갔다 그러니 그곳에 가자고 했더니 또 뭐라뭐라.. 가만히 들어보니 문을 닫았다는 소리 같다. 조개 박물관이 문을 닫았단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아무튼 믿기로 하고 그럼 스테이션 2로 가자고 했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나눠 먹고 마켓에 들러 물 2병을 사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니 엄청난 기세로 비가 내린다. 그런데 정희는 스쿠버 다이빙을 두 번 나간 모양, 아직 안왔다. 씻고 쉬고 있으니 정희가 돌아왔다. 다이버 하면서 산호에 긁혀 장단지에 상처를 입고 왔다. 처음 나갔을 때는 별로였는데 두 번째 나갔을 때는 바닷속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혔단다. 그래서 생긴 ‘영광의 상처’라나.


  랍스트를 먹기로 했는데 나는 점심 때 너무 많이 먹어서 도저히 더 이상 씨푸드를 못 먹겠다. 그래서 정희만 랍스트 한 마리를 혼자 시켜 다 먹고 나는 바로 옆집의 ‘서울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시켜 먹었다. 된장국 맛이 끝내 준다. 그리고 황제(?,아무튼)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우리가 1일 투어 신청했던 곳에 부탁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사지를 받았다. 정희는 어제 해변에서 하는 코코넛 오일 맛사지에 이어 오늘 또 맛사지 .그래서 그저 그렇단다. 나는 온 몸에 피로가 쫙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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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행기(3)-보라카이에서 첫째날-


  스테이션 2쪽에 도착했을 때 11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거리에는 한국인들로 넘쳐난다. 아침밥을 안 먹었더니 배가 아주 고프다. 이상하게 나는 아침을 안 먹으면 점심을 먹어도 하루종일 허기가 진다. 숙소를 먼저 구해놓고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계속 따라 붙는 사람들이 있어 그 분들도 따돌릴겸 주린 배도 채울 겸 일단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기로 했다. 옆 식탁에 밥을 먹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물어보니 닭고기로 만든 소스를 끼얹은 밥이 먹을 만 하단다. 그래서 그걸 시켜 먹었다. 약간 느끼해서 썩 입맛이 당기지는 않았지만 배가 고파 꾸역꾸역 먹었다.


  배도 부르고 숙소를 예약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우리를 따라 다니던 사람들, 아직도 안가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 따라 걸으며 이곳저곳을 추천한다. 일단 무시하고  ‘씨월드’라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다이빙 샾에 들러 주변에 잘만한 숙소를 물었다. 그런데 잘 모른다면서 옆에 게스트 하우스 하나 있던데 거길 가보란다. 그래서 잡은 곳이 ‘씨월드’ 바로 옆 골목 안쪽에 있는 GP'S게스트 하우스, 일반 민박집 형태인데 하룻밤 숙박비가 1인당 500페소다. 우리 나라 돈으로 만원정도. 시설도 깨끗하고 조용하다.

 
우리가 보라카이에서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

그런데 배가 슬슬 아프고 머리도 아파온다. 아침겸 점심으로 먹은 밥이 얹힌 모양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고 속이 매스껍다.  오후 내내 사방구석을 헤맬정도로 많이 아팠다. 다행이 저녁무렵 정신이 든다. 보라카이 저녁 노을이 아주 아름답다는데 노을이 지고나서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에야 밖에 나가 밥을 먹었다. 한국음식으로. 오후에 트라이시클 빌려서 섬 한바퀴 돌아보려고 했는데 일정이 꼬인다. 가는 날이에나 해야될 것 같다.

  밥을 먹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다이빙 샾에 들러 내일 할 해양스포츠 예약을 했다. 정희는 다이빙 신청 하고 나는 아일랜드 호핑을 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다. 처음 알아본 집에서는 30달러 달라고 했는데 이 집은 50달러를 달란다. 처음 알아본 집에 신청을 하러 갔더니 이미 마감이 됐다고 다음 날에나 하란다. 다음 날은 마닐라로 가는 날이라 12시쯤에 출발을 해야되는데. 그래서 50달러를 달라는 집에 다시 가서 신청을 하고 거리 구경을 했다.

   보라카이는 아담하다. 스테이션 2를 중심으로 해서 1과 3으로 가는 길이 좌우로 일직선으로 나 있다. 한쪽은 바다고 , 한 쪽은 상점이나 숙박업소들이 이어지는데 그냥 난들난들 걸어서 구경하며 1,과 3쪽을 걸어 다녀도 좋다. 바로 앞이 바다라 바람이 세서 그런지 건물들 천정이 야트마하고 상점들도 올망졸망하다. 날씨가 좋아 밤에 바닷가에 산책을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스테이션 2에서 스테이션 1쪽으로 걸어가면서 보니 바닷쪽으로 원주민들이 조개 껍질이나 산호, 코코넛 열매 대나무, 바나나, 야자수 잎 같은 것을 이용해서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좌판이 즐비하다. 가게도 똑같은 곳이 하나도 없다. 밤이되면 독특한 소품들을 이용해서 자기들만의 개성을 한껏 드러낸다. 그래서 가게들 구경하며 산책하는 것도 재미있다. 개성 만점 가게들과 기념품을 만들어 팔고 있는 좌판을 찍으려니 내 디카로는 안된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엄마와 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목걸이, 팔찌 같은 걸 만들고 있는 좌판에서 목걸이를 샀다. 조개나 산호를 이용한 것들인데 참 예쁘다. 무지개 빛 나는 조개 껍데기 메달이 달린 목걸이를 1개당 30페소를 달라는 걸 5개에 100페소에 샀다. 우리가 흥정을 하고 있으니 패키지로 왔다는 사람들 네댓명이 지나가다가 가격을 물어본다. 우리가 개당 20페소에 흥정을 해 놨으니 사라고 하니  싸다고 10개씩 사 간다. 낮에 정해진(패키지니까) 가게에 가서 흥정했을 때보다 무지하게 쌌을 테니까.  오! 그런데 좌판 주인이 우리 한테 고맙다고 팔찌를 한 개씩 준다. 아주 작은 고둥을 연결해서 만든 팔찌다.고마워라. 한국 분들에게도, 가게 주인에게도 좋은 일 하고 우리는 선물까지 받고 괜찮네.


  정희는 ‘온니, 모리 땋으세요’하는 유명한 꼬마에게 50페소를 주고 양쪽 머리를 각각 3갈래씩 닿았다. 이 꼬마 머리를 얼마나 잘 땋는지 순깜짝할 사이에 한 가닥을 닿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신발을 벗어들고 모래밭을 걸었다. 참 좋다. 신혼 여행지로 보라카이가 각광을 받는 이유를 알겠다. 모래성을 쌓아 조각해 놓고 불을 밝힌 아이들이 소원을 빌고 가라고 붙잡는다.


원주민 아이들 모래 조각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 성안에 불을 밝힌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밭을 연인들이, 가족끼리 손을 잡고 거닐고 있다. 나도 연인이 생기면 손을 잡고 함께 이 고운 모래를 밟으며 걸어보고 싶다. 바닷가를 걷다가 나와 가게에 들어가 밤바다를 보며 산미겔을 마셨다. 보라카이에서 맥주를 마시며 밤바다와 하늘을 보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다. 정희가 찐득찐득한 바닷바람이 싫다고 해서 들어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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