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공 - 육아 100단 엄마들이 오소희와 주고받은 위로와 공감의 대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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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시대 가장 사랑받는 여행작가 오소희가 신간을 냈다. 기존의 여행에세이와는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육아 100단 엄마들이 오소희와 주고받은 위로와 공감의 대화'라는 인상적인 수식어구를 전면에 배치한 <엄마 내공>은 엄마와 여자 사이에서 존재론적 번민에 빠져 있는 이 시대 모든 엄마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오소희는 이 얇은 에세이를 통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자신의 삶을 지탱해가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공유한다.

   이 책이 다른 육아집과 구별되는 지점은 저자 혼자만의 설명이 아닌 여러 팔로워들과의 교류과 공감에 있다. 저자의 블로그에 많은 고민과 질문이 제기된다. 여기에 여러 이웃의 조언과 경험담이 댓글로 달린다. 이를 저자가 종합적으로 조화하고 조정하면서 각 주제에 대한 '엄마론'은 갈무리된다. 신간 <엄마 내공>은 이러한 연대의 방식으로 현실 엄마로서 가지는 실제적인 육아 고민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간명하다. 네 개의 큰 주제에서 총 27개의 질문을 뽑았다. 사교육, 대안학교 등의 눈에 보이는 현실의 영역부터 관계, 관심 등의 보이지 않는 정서적 영역까지 크고 작은 육아적 담론을 관통한다. 육아라는 분명한 카테고리를 주제로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기존의 에세이적 감수성을 잃지 않았다. 책 곳곳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선술한 바와 같이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서로 간(팔로워-저자)의 위로와 공감의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통계와 해외적 사례를 제시하며 일방적인 정답을 제시하는 기존의 육아집과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 특유의 유려한 문체 만큼이나 아름다운 경험이 뒷받침된 데 있다. 저자는 아들 중빈이 36개월일 때부터 터키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은 저자만의 것이 아니었고 중빈에게도 그대로 흘러내려 지금의 중빈을 만든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여행의 기계적 기능보다 내재적 과정에 중심을 두는 저자의 여행관은 독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글을 추출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저자의 작가적 힘은 이번 신간에서도 유감없이 발현하고 적용됐다. 저자에게 있어 '삶', '여행', '육아'는 본질의 영역을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연결된 우주'인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특히 공교육의 초점이 오직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조부모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요건이다"라는 얼토당토않는 말이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이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교육담론은 많은 부분 고장 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올바른 육아의 원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반추하는 여러 엄마들의 대화는 아름답고 찬연하다.   

   저자는 과거 자신의 첫 에세이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고마움을 배운다는 것과 동의어다"라고 육아를 멋지게 정의한 바 있다. 그렇다. 아이를 키울수록 나 자신은 점점 더 낮아진다는 걸 느낀다. 어떨 때는 낮아질대로 낮아져 더이상 내려갈 수 없는 나의 최저점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러나 낮은 곳에 위치해 있음을 자각하면서도 결코 비루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극한의 최저점에서 객관화된 '참 나'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몰랐던 나의 감추어진 이면을 발견하는 건 경이롭다. 요컨대 아이는 부모로 하여금 삶과 우주를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숭고한 동기이자 신의 선물인 것이다.

   작가 오소희를 만난 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만을 좋아했던 총각시절이었다. 그와 나는 작가와 독자로 우연히 만났다. 그는 사석에서 내게 사랑을 찾는 용기에 관해 조언했다. 이후 나는 내 사랑을 다시 찾았고 결혼에 골인했으며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동시에 그는 나를 터키와 라오스로 안내했고, 아프리카와 남미로 데려갔으며, 사랑을 가르쳤고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주었다. 국가적 비극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있을 때에는 감동적인 소설로 '삶은 곧 축복'이라는 걸 일깨우기도 했다. 작가적 일면성을 초월한 따뜻한 위로자이며 조언자로서 내 영혼의 일부분을 차지해왔던 것이다.

   그는 항상 썼고 나는 꾸준히 자랐다. 그가 쓰는 만큼 나는 성장했다. 작가와 독자라는, 서로 다른 존재론적 스탠스에 맞물려 있지만, 그와 나는 고밀한 영혼의 영역에서 서로를 피드백하며 성장해온 것이다. 그와 동시대를 공유하고 그의 글에 감동을 누적해왔다는 것. 그것이 나를 고무하고 성장시킨다는 사실에 나는 아낌없는 영광을 헌사한다. 

   오소희의 신간 <엄마 내공>을 이 세상 모든 위대한 엄마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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