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33한 책
송복.복거일 엮음 / 백년동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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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소개하는 책을 좋아한다. 좋은 책은 많이 소개되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인간의 수명은 세계의 모든 책을 읽을 만한 능력을 담지 못한다. 인간은 유한하고 책은 무한하다. 인생은 짧고 독서는 길다. 좋은 책을 골라 인간의 유한성 안에서 녹여내야 한다. 반드시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를 깨우는 33한 책>은 여러 자유주의 지식인들이 자신만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자유주의 입문서 33권을 소개한 책이다. 송복 교수와 복거일 작가가 33편의 리뷰를 엮었고 그외 많은 지식인들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자유를 바라지만, 자유주의가 싫은 당신이 진짜 자유와 가짜 자유를 구별하는 법을 배우는 이 시대 최고의 자유주의 입문서'라는 부제는 매력적이다. 각 저자마다 다른 개성과 문체로 안내하는 총 33편의 책들을 소개받는 건 독자로서 큰 기쁨이다.

   이 책은 제작년에 출간된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가 여러 공저자의 자유주의로의 여정을 담은 책이라면 <나를 깨우는 33한 책>은 저자 자신이 자유주의자가 되는데 큰 보탬을 준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그렇기에 두 책 공히 공저자가 서로 겹치며 엇비슷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두 권을 같이 읽으면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국내 자유주의 지식인의 현재적 계보를 훑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유주의 입문서를 표방한 책이기 때문에 여러 자유주의 고전들이 눈에 띈다.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과 <노예의 길>, 바스티아의 <법>,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와 <자본주의와 자유>,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오웰의 <1984> 등은 전체주의의 악마성을 고발한 자유주의의 명저로 꼽히는 책들이다. 각 공저자는 본인이 소개하는 책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메시지를 담았는지 각자의 입장과 방식으로 리뷰한다. 각기 다른 시각과 개성으로 책을 소개하기 때문에 그 다양성을 맛보는 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백미다.

   소개된 책 중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몇 권 소개한다. 이영훈 교수의 <대한민국역사>는 해방 이후부터 1987년까지의 역사를 다룬 현대사 책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균형있게 수록한 명저이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전체주의 비판의 교과서로 불리는 불멸의 저작이며,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의 저작들도 경제적 자유주의의 올곧은 가치를 설파한 명저로 꼽힌다. 오웰의 <1984>는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며 다쿠오의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도 스미스 경제학을 일반인 수준에서 읽는데 가장 적확한 책으로 꼽힌다. 주옥같은 책들의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의 자유주의 향연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책의 존재적 한계는 특정사상의 어느 일면만을 다루는 오류를 포함한다. 집필 사정상 공저자 대부분이 우파 경제학자와 교수인 점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에만 일관한 점은 아쉽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대한 도전이 어느때보다 맹렬한 시점에서 이에 대한 문제점과 그림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부재한 점은 씁쓸하다. 한국의 자유주의는 소위 미국식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어느 한 사상의 일면만 부각한 한계를 제외하고는 이 책의 매력은 꽤 유효하다. 선술했듯이 주옥같은 명저들을 소개받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책임을 다했다. 자유주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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