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리학, 지식권력의 탄생 - 조선시대 문묘 종사 논쟁 읽기 지식전람회 35
김용헌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다. 건국이념이 성리학이었고 518년 동안의 지배사상으로서 단 한 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다. 조선의 집권세력인 신진사대부들은 성리학적 이상세계를 만들려는 꿈과 의지가 가득했다. 정도전이 그랬고 조광조가 그랬다. 그렇기에 조선시대를 심도있게 탐구하기 위해서는 성리학에 대한 기본 이해는 꼭 필요하다.

   『조선 성리학, 지식권력의 탄생』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계보를 훑고 있는 책이다. 책의 부제는 '조선시대 문묘종사 논쟁 읽기'다. '문묘(文廟)'란 공자를 받드는 사당을 말하고 '종사(從祀)'란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다. 즉 문묘종사란 공자와 함께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다. 문묘의 중앙에 공자가 있고 그의 학통을 이어받은 인자·증자·자사·맹자 등 4성(四聖)을 배치한 후 수제자들인 십철(十哲)과 주희·주돈이·정호·정이 등 송나라 6현(六賢)을 좌우로 배열했다. 여기에 함께 종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리학 국가 조선에서 공자와 같이 종사된다는 건 엄청난 영예이다.

   저자 김용헌 교수는 중종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문묘종사의 논쟁사를 통사적으로 기술한다. 주지하다시피 고려 충신 정몽주는 조선건국을 반대하여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정작 정몽주를 복권시킨 건 태종 이방원 본인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몽주를 조선 성리학의 시조로 삼는 것에 대해 당시 사대부들은 이견이 없었던 듯하다. 결국 정몽주는 조선 최초로 중종 대에 문묘에 종사된다. 이후 선조 대에 대대적으로 집권한 사림세력은 '오현종사운동'을 펼치며 문묘종사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광해군 대에 김굉필·정여창·이언적·조광조·이황을 문묘에 종사하게 된다.

   조식과 이황의 라이벌 구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 이황과 이이 철학의 차이 등등. 흥미로운 주제가 책의 후반부를 장식한다. 사단칠정 논쟁의 의미와 주기론과 주리론의 차이는 한국철학사에서 가장 흥미롭지만 난해한 주제로 꼽힌다. '사색당파', '예송논쟁'과 같이 조선사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면서도 머리속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테마인 것이다. 거침없이 서술한 저자의 요약은 명료하고 깔끔하다. 저자는 퇴계 학파와 율곡 학파의 차이를 기술하는 것으로 책의 말미를 갈무리한다.

   선술했듯이 이 책은 조선사를 성리학의 계보로써 관통한다. 문묘종사에 대한 사대부들의 논쟁을 중심으로 조선사를 훑고 있다. 그렇기에 기초적인 조선왕조사의 흐름을 개괄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읽어내는데 벅찰 수 있다. 성리학에 관한 기본 이해가 전제되면 더욱 쉽게 탐독할 수 있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문묘종사라는 줄기만으로 기술한 책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지적 맥락은 확보하고 읽는 게 풍요로울 것이다. 서평의 구조적 관점에서 책의 말미를 급하게 끝맺는 분위기는 아쉽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와 고도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성리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는 건 불가할 뿐만 아니라 고리타분하다. 나 또한 조선의 패망원인을 교조화된 성리학 체제에 매몰되어 종국적으로 애민(愛民) 없는 세상을 만든 조선 집권세력의 무능에서 찾는다. 사실 조선왕조의 붕당사와 후기의 패망과정은 성리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풍성하게 수용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유교 성리학은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개괄해야 할 숙명적 과제이다. 이런 차원에서 『조선 성리학, 지식권력의 탄생』은 조선 성리학사를 조망하는데 보탬이 될 책이다. 조선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