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문학은 오에 겐자부로 전과 후로 나뉜다.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한 조정래의 외침은 오에 겐자부로의 작가적 현존에 그대로 닿아 있다. 고백컨대 오에 겐자부로는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입체적으로 천착하는데 객관적 원형이 된 작가이기도 하다.
오에 겐자부로의 마지막 소설 『익사』를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아버지의 존재성을 통해 일본 전후戰後 역사를 탐구한다. 자신이 아홉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 모른다고 말할 만큼 그와 아버지 사이에는 무거운 여백이 존재해왔다. 그의 80년 문학인생이 이 한 권의 소설로 어떻게
갈무리되는지 느끼기 위해 나는 오늘 그의 텍스트 속으로 침잠한다. 행복한 '잠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