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톨스토이 전집이 출간된다. 그것도 국내 유일의 톨스토이 전문가인 박형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전 교수의 번역을 통해서 말이다. 북한 미사일 사태를 위시하여 시끄럽고 우울한 뉴스의 홍수 속에서 톨스토이 전집 출간 소식은 단연 빛나는 보석과 같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더욱이 모든 작품을 박 교수가 직접 번역한다니. 날아갈 것 같다.

   사실 '톨스토이 전집'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모두 9권이 나와 있다. 그러나 톨스토이 불멸의 대작 <전쟁과 평화>가 누락된 상태에서 중단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이미 출간된 <안나 까레니나>를 시작으로 출판사 뿌쉬낀하우스를 통해 내년 말까지 모두 18권짜리 톨스토이 전집을 번역해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전집에서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에 세 권짜리로 들어 있는 <안나 까레니나>를 1,000쪽이 넘는 양장본 한 권으로 편집했으며, 200자 원고지로 1만장에 이르는 <전쟁과 평화>를 두 권으로 분책하는 등 분량부터가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이번 전집 작업에 눈과 귀를 모으고 요란하게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톨스토이의 본격적인 전집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톨스토이 번역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박형규 교수의 작업이라는 데 의미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전집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초기 중·단편집 <악마>, <결혼의 행복>, 희곡집 <어둠의 힘>, 후기 중·단편집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 예술·문학·교육론집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생·종교·사회평론집 <고백> 등은 그의 번역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한데 모으고, 기존 번역 역시 신역에 가깝게 손을 보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하는 박 교수의 비전은 나같은 톨스토이빠 독자에게는 환희이자 천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82세라는 연로한 연세에도 자신의 꿈과 비전을 위해 수고하며 헌신하는 박 교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박 교수는 러시아 문학자이자 해방 이후 1세대 번역가로서 톨스토이 문학의 천착과 번역작업에 60년의 시간을 바치며 오직 학자로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그의 노고는 훗날의 역사가 분명하게 기억해줄 것이다. 부디 무탈하게 귀하고 거대한 작업을 잘 마무리하시기를 기도한다.

 

 

 

 

[사진출처:해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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