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기를 훔쳐라 - 배우지망생에게 전하는 신현준의 연기노트
신현준 지음 / 한국슈타이너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연예인의 책 출간을 즐겁게 보지 않는 편이다. 연예인이라는 네임벨류에 편승해 책 한 권 팔아보고자 하는 교묘한 상술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물론 텍스트의 질이 우선이다. 연예인이냐 아니냐는 비본질에 속한다. 얼마나 훌륭한 책이냐가 본질인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간 읽어왔던 대부분의 연예인 책들을 곱씹어보면 씁쓸함 그 자체이다.

한 권의 책은 오직 책으로서 존재한다. 작가의 이력과 평판은 중요하지 않다. 책은 책이다. 유명한 사람이 썼다고 해서 텍스트의 권위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며 유명작가의 신작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내가 잡고 있는 텍스트의 현재상. 그것이 한 권의 책에 대한 유일한 평가기준이다.

이토록 나는 책 평가에 있어 단호한 편이다. 리뷰어로서 양심과 주관을 팔 순 없다. 하지만 이러한 책에 대한 내 신념도 가끔 굴곡될 때가 있다. 이는 철저히 내 개인적 성향에 기인하는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대한 편이다. 대인관계는 물론 책읽기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경숙의 소설은 다 좋고 오소희의 여행수기는 다 좋다. 책 평가에서 작가의 외연은 중요하지 않지만 작가를 향한 내 호감도는 여전히 종속적이다. 어찌할꼬. 이 궤변을.

배우 신현준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연예인의 책 출간을 곱지 않게 바라보면서도 그가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찾아 읽곤 했다. 신현준의 신간 <배우, 연기를 훔쳐라>는 배우 지망생에게 전하는 신현준의 연기노트다. 책의 구성은 간명하다. 연기경력 20년이 넘는 중견배우로서 저자가 후배에게 들려주는 애정어린 조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 곳곳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것의 고통과 자부심, 후배들을 향한 진실어린 애틋함이 잘 녹아 있다. 무엇보다 현재 방송연예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의 이력을 증명하듯 연기와 배우에 대한 실재적이고 기술적인 조언들이 틈틈하게 잘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오디션', '감독과의 관계', '촬영기법', '인터뷰 스킬', '매니지먼트' 등 배우로서 숙지해야 할 여러요소들에 대해 설명한다. 곳곳에 자신의 경험담과 동료배우의 예를 언급하며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저자가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지 책 곳곳에서 확인된다. 또한 여러 배우들과 절친하게 지내는 저자의 인맥도 눈에 띈다. 배우로서의 프로의식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저자 신현준의 확고한 배우관, 연기관이 책 속에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한계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엄밀히 말해서 '한 권의 책'으로 평가하기에 함량미달인 부분이 많다. 메시지의 타겟을 배우 지망생에 한정하였기 때문에 독자층의 보편적 공감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군데군데 설명해놓은 배우가 가져야 할 전문적인 기술 관련 내용은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서점에 범람해 있는 자기계발서의 반복 정리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쉽다. 저자의 진정성과 열정만으로 좋은 책이 될 수는 없다. 그가 배우로서 흘렸던 땀과 고통만큼이나 글쓰기도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앞으로 꾸준히 책을 집필할 의사가 있다면 글쓰는 자로서의 역량과 밀도도 고민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의 막장을 덮은 후 배우라는 직업의 존재성에 대해 잠시 사유했다. 저자가 배우 지망생 후배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코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예리하고 섬세한 감각', '철저한 자기관리'와 '변하지 않는 초심'은 비단 배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종과는 상관없이 일에 승리하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어쩌면 배우라는 직업만큼 가장 '인간적인' 직업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표정과 몸짓을 연구하고 내면과 행태를 천착하며 남이 직접 되어보는 게 바로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배우는 가장 적극적인 타인이며 가장 실재적인 인간학도다.

이런 면에서 책과 배우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인간학이라는 측면에서 배우는 책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책과 배우의 공통분모는 인간탐구이다. 끊임없이 인간을 탐구하고 성찰하는 과정 속에서 책과 배우의 실존이 놓여 있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책읽기가 인간을 성찰하는데 가장 건강하고 객관적인 방법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우로서 책이 가진 힘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후배들에게 장려하는 배우 신현준의 모습. 막장의 저자의 책 추천리스에 미소를 짓는다. 순전히 그것 때문에 별점 반 개를 더 얹는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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