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지음 / 더블유북(W-Book)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풍성한 책읽기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 이견을 달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책이 주는 지혜와 깨달음을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책쟁이들은 지금도 읽고 쓰고 생각하며 책을 벗삼는다.

  독서의 양질론을 제기할 때 삼다三多 외의 추가적인 방법들이 거론되곤 한다. 유명한 것은 정병기 교수가 설파한 '성의'와 '집중'이다. 피로 쓰라는 니체의 전언을 곱씹는 정 교수의 다섯 가지 덕목은 밀도있는 글쓰기의 전범이 된다. 나는 거기에 한가지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보다 사회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책 읽는 인간 사이의 소통과 토론이 긴요하다. 바로 '함께' 읽는 것이다.

  여기서 함께 읽는다 함은 독서할 때의 시공간을 함께 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상량을 공유하자는 의미이다. 문장의 해석, 작가론, 책 추천, 책의 총체적 평가, 글쓰기론에 이르기까지 책읽기와 글쓰기의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자는 것이다. 인간 세계의 절대선인 '관용'과 '다양성'의 원리는 책읽기에서도 그 가치를 입증한다.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사유를 공유하고 내 생각과 해석이 정답이 아님을 자각함으로써 '함께' 읽는 책읽기가 주는 풍성한 지혜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대표 북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하 '책좋사')은 함께 책읽기를 원하는 이들의 커뮤니티이다. 어느덧 회원수가 5만 명에 이르렀고 온라인상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북카페로 성장했다. 나도 이곳을 통해 다양한 책쟁이들을 벗삼았다.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사람을 사귀었다. 고백컨대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다수 사람들과의 소통적 책읽기를 통해 나의 책읽기와 글쓰기는 예전보다 건강해졌고 발전해왔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는 '책좋사'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북리뷰를 담은 서평집이다. 이 책에는 문학에서부터 인문, 과학, 경제, 사회, 역사, 자기계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다양한 리뷰어의 색채로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이 쓴 서평집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다수 회원들의 깔끔한 서평들을 엄선하여 담았다. 다양한 리뷰들을 훑어가다보면 서평을 쓴 리뷰어 특유의 사고와 필력을 확인하게 된다. 동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개성으로 비틀고 꼬는 시각들이 이채롭다. 온라인상에서 낯익는 유명 리뷰어들의 닉네임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히 다양한 책들의, 다양한 리뷰어들의, 다양한 다상량의 향연이자 축제라 할 만하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과 도서 선정 부분도 손색이 없다. 문학과 비문학을 적절한 비중으로 나눠 실었다. 선정도서 대부분이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여서 다수 독자의 기호에 친밀하게 부응한다. 또한 글쓴이들이 프로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 리뷰어이기 때문에 리뷰마다 소박하고 진실된 관찰과 해석을 엿볼 수 있다. 전문적이지 않고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소통하는 책읽기의 산물인 것이다.

  책은 반드시 소통하며 읽어야 한다. 그래야 독선적인 책읽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방에 틀어박혀 고전만 팠던 이들의 상당수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나는 적지 않이 봐왔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도 혼자서 책만 읽는 이들의 좋지 않은 태도와 나쁜 습관을 종종 목도하게 된다. 어떤이는 인격적인 문제에까지 닿아있기도 하다. 책읽기가 나쁜 것이 아닐진대 왜 그들의 책읽기에는 사회적인 함몰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소통이 결락되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이 책의 존재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교만함이 소통의 부재를 통해 발생한다. 그리고 점점 고립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과 관용은 건강한 책읽기의 필수조건이다. 함께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책 좀 읽는다고 자신감을 가진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불편한 오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내가 참'이라는 착각의 사고방식이다. 독서의 본질적인 목적은 지식을 축적하는데 있지 않다. 독서는 아카데미시즘(academicism)이 아니다. 독서는 내 머리가 남의 머리가 되어 세계의 다양성을 인식하는 일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야말로 책이 고민해왔던 존재론적 가치에 대한 유일한 답변이다. 그렇기에 독서는 불관용을 거부한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해야만 하는 인간 본연의 당위當爲를 유도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결국 책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단언컨대 이것이 빠진 독서는 모두 죽은 독서다.

  여기서 서평집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의 강점이 재차 부각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펼치는 다양한 생각과 해석이 이 책에는 오롯이 녹아 있다. 그 다양성의 힘이 이 책이 만들어진 근원적인 동기이자 책 고수들이 밀집해 있는 '책좋사'의 진정한 힘일 것이다. 다양성은 과잉되어야 하고 관용은 그 과잉을 포용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럴수록 지구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모두 다른 소리를 내면서도 역사를 발전시켜왔다는 데 있다. 비록 전문적인 평론과 유려한 필치는 못 되더라도 각자의 사유 밀도로 빚어낸 글모음집이기에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는 충분히 풍성하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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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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