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고를 때 속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항목이 있다. 하나는 '책 제목'이고 다른 하나는 '베스트셀러'이다. 매력적인 책 제목에 속아 책값을 낭비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베스트셀러라고 무작정 구입했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모든 선택과 결정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책 선택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장하준의 신간과 코엘료의 장편과 함께 베스트셀러권에 안착해 있는『생각 버리기 연습』은 매력적인 책 제목이 이유가 되어 내 손에 들어온 책이다.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솔깃한 문장을 책표지 전면에 배치한 이 책은 일본 동경대 스님의 휴뇌법을 담았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인간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집중력을 고양시킴으로써 번뇌를 극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제목의 매력을 풀어내지 못하는 초라한 텍스트를 확인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 버리기 연습』은 시중에 범람해 있는 자기계발서와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든 책이다. 책의 구성은 간명하다. 1장은 생각이 왜 병이 되는지를 개괄한다. 2장은 말하기, 듣기 등을 위시한 여덟가지 영역에서 몸과 마음을 어떻게 조종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3장에서는 "뇌와 마음의 신비로운 관계"를 주제로 인터뷰를 했던 저자의 대담을 실었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듯 보이지만 실상 내용은 깊이가 없고 풍성하지 못하다. 

  탐욕과 이기를 버리고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지겹게 들어온 조언이다. 심신心身이 건강하여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는가. 여덟가지 영역에서 풀이한 삶의 교훈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왕왕 소개되는 불교의 가르침도 깊이 없이 인용의 형태로만 가볍게 다뤄질 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내용을 '휴뇌법'이라는 명명으로 포장한 작가와 출판사의 트릭이 놀랍다. 제목만 그럴듯하다. 속빈 강정이 따로 없다.

  책을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를 멀리 하는 편이다. 독서를 깊고 넓게 하다 보면 계발서와 멀어져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엇비슷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눈과 머리는 피로하다. 인간 삶의 원리는 간단하다. 알지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다. 사람의 고유특성과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으로 교훈하듯이 씌어진 자기계발서의 일차원성은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서평을 정리하자.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은 여러모로 밋밋한 책이다. 하지만 얻은 게 아주 없지는 않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진정으로 '연습'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이다. 내가 정작 연습해야 할 것은 '생각 버리기'가 아니라 '책 고르기'이다. 건설적인 생각은 다다익선이다. 양서를 고르기 위한 내공을 위해서라도 생각은 지금보다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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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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