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Q84,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서평 : http://blog.naver.com/gilsamo/90073289193

  

  2009년 '올해의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로 선정했다. 고심의 고심을 거듭했고 어쩔 수가 없었다. 올해, 하루키의 이 찬란한 두 권짜리 장편소설보다 더 강렬한 각인을 내게 선사한 책은 없었다.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풍성하며, 가장 입체적인 소설이었다. 하루키는 '이야기'를 뛰어넘어 '소설'을 쓸 줄 아는 작가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시작된 그의 모든 비블리오 그래피는 <1Q84> 안에 역동적으로 춤추며 압축되어 있다.

  모든 것은 텍스트가 말한다. 다양한 소재를 결국 '사랑'이라는 거대한 테마 위에 올려놓는 하루키의 거대서사는 인간의 존재 토양이 결국 실재적이며 구체적인 사랑의 형태로 채워진다는 웅숭깊은 진리를 추출시킨다. 사랑 위에 사랑이 없으며 사랑 아래 사랑이 없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될 수 없는 사랑의 방정식을 천재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방대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내년에 3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2권의 결말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독자들이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완결은 곧 소설의 죽음이다. 해석의 다의성이 문학에서 절대선은 아니라 하더라도 독자의 진지한 사유를 끄집어내는 하루키의 의도는 충분히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3권이 나온다면 그것은 그때 그것 나름대로의 평가와 의미를 부여하면 될 것이다.

  <1Q84>는 2009년 최고의 책이다.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2. 오두막, 윌리엄 폴 영, 세계사, 2009
 서평 : http://blog.naver.com/gilsamo/90064366129


  인간은 항상 신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신의 실존을 의문하며 탐구한다. 어쩌면 인간의 이러한 결벽증과 같은 신에 대한 호기심은 있는 그대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반증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당신은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 등등 신에 대한 주인공의 강력한 의문은 결국 '오두막'이라는 공간에서 풀어지며 해소된다. 오두막은 주인공의 아픔이 극대화된 공간인 동시에 신이 그를 치유하고자 직접 나타나신 시공간이기도 하다. 요컨대 오두막은 슬픔과 치유가 동시에 발생되며 공존한 곳이다. 인간 삶의 고통과 영광은 역설적이게도 동일한 곳에서 작동하며 호흡한다. 작가는 그 명징한 진리를 삼위일체의 감탐할 만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그려냈다.

  내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이 소설을 꼽은 것은 아니다. 철저한 문학적 관점에서 선정함을 밝혀둔다. 신을 믿든 믿지 않든 꼭 읽어볼 만한 소설로 지인들에게 많이 선물했다. 자신있게 2009년 '올해의 책' 명단에 올려놓는다.

 

3. 청춘의 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
 서평 : http://blog.naver.com/gilsamo/90074529134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다섯 권 중 유일한 비문학도서다. 비문학에서 문학으로 점점 옮겨가는 내 독서패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책이다. 이 책은 노무현의 죽음으로 발생된 유시민의 고독이 현실세계에 대한 허무로 연결된 배경을 내밀하게 밑바탕에 깔고 있다. 책 속에서 물밖으로 팽개쳐진 물고기와 같다고 고백한 유시민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 절대고독의 자장에서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를 찾았고 마르크스를 찾았으며 푸시킨을 찾았던 것이리라.

  유시민의 수많은 저작 중 이 책을 최고로 꼽는다. 이 뛰어난 고전 예찬론을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4. 누란, 현기영, 창비, 2009
 서평 : http://blog.naver.com/gilsamo/90068858251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묵묵하게 사실적으로 써내려갈 때 그 사실은 더욱 사실적이 된다. 아름다운 미사여구나 과도한 형용이 부재하다 하더라도 사실은 사실 그 자체적인 방법으로 사실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현기영의 소설이 그렇다. 그는 아픈 역사를 묵묵히 사실적으로 얘기한다.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그저 '서술'할 뿐이다.

  1980년대로 대변되는 한국 민주주의의 상처를 소설가 현기영은 매우 건조하고 직선적인 문체로 담아냈다. 우리 선배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며 그것을 얻기 위한 대가는 어떠했는지 극도의 건조한 문체를 통해 독자의 가슴을 일렁케 한다. 역사는 후세에 기억되어야만이 비로소 진정한 '역사'가 된다. 현기영의 소설이 반드시 읽혀져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5.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위즈덤하우스, 2009
 서평 : http://blog.naver.com/gilsamo/90064129090


  한국문단에 박민규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기쁨이다. 박민규의 상상력과 발칙함은 한국문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김애란과 더불어 한국 문학의 미래에서 가장 조명받는 소설가로서 박민규가 갖는 위치는 과히 대단한 것이었다.

  이 소설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를 잘 설정했다. 잘 읽히지만 가볍지 않으며 흥미있지만 대중적이지만은 않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핵심 권력인 '외모'를 소재로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이끌어냈다. 더욱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 구도와 멀티 엔딩을 통한 반전 효과는 수준급이다. 위대하고 거대한 사랑의 이야기를 독특한 소재를 통해 중량감 있게 전달한 박민규식 서사에 박수를 보낸다. 술술 잘 읽히면서도 녹록지 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박민규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설이다. 응당 '올해의 책'으로서 손색이 없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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