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인기가 녹록지 않다. 출간 10개월 만에 100만 부를 달성, 국내 순문학 단행본으로는 최단 기간 100만 부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많이 팔린다고 해서 좋은 책은 아니다. 평소 베스트셀러에 주관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기에 오히려 대중적인 문학에 대한 나름의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책에 대한 평가는 종내 '텍스트' 자체로 귀결된다. 텍스트가 곧 진리요 본질이다. 바로 그 기준에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참 잘 쓴 훌륭한 소설이다.

  이미 나는 지난 두 번의 서평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해 전례가 드문 찬탄을 선사한 바 있다. 신경숙만이 쓸 수 있는 완전한 문체로 엄마라는 소재에 대한 기존의 통속성을 완벽히 무너뜨린 찬란한 텍스트에 대해 나는 별 다섯 개로도 모자라다며 징징대었었다. 정말 잘 쓴 완벽한 소설이었기에 책의 막장을 덮은 후의 좋은 느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평評은 객관 위에 주관을 올려놓는 작업이다. 동일한 작품일지라도 각 사람의 기호와 판단에 따라 평가는 엇갈린다. 어떤 사람에게 셰익스피어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천재가 된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영국에 의해 과대포장된 범상한 극작가에 불과하다. 사람은 각기 다르다. 다양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인류가 위대한 것은 다양성에 대한 깊은 지성과 이를 관용容할 수 있는 힘을 동시에 가졌다는 점이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행복하고 그것을 인정할 때 위대하다. 다름은 곧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문학을 보는 잣대와 기준에서도 적용된다.

  <엄마를 부탁해>에 대한 평가도 사람마다 각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이 소설이 잘 쓴 소설임에는 대부분이 공감한다. 하지만 보다 디테일한 문학적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잖다. 어떤 사람은 <엄마를 부탁해>가 잘 쓴 소설임은 인정하지만 평단과 대중의 과도한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정도의 소설은 범상의 영역에서 창조될 수 있는 텍스트라고 주장한다. 아마 그들은 이 소설이 모성母性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반복했다는 점 자체를 전제적으로 꼬집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사회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아직도 특별하고 예민하며 뜨거운, 하지만 동시에 진부한 '감자'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대한 내 찬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대목에서 발산된다. 소위 '엄마 서사'로 명명될 수 있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철저히 문학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즉 통속성의 파괴와 섬세한 문학미가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거기다 신경숙의 발군의 문체는 보너스다.

  질문하자. 한국 문학사에서 이 소설 만큼 장편소설의 형태에서 모성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적으로 깊이있게 조명한 작품이 있었던가. 만약 있다면 한 권 추천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모성의 성질을 일면적 조명이 아닌 다면적 조망으로 풀이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엄마라는 주제에서 우리의 사유를 보수화했던 "여성女性 = 모성母性 = 성모= 신성性"이라는 전통적 공식을 일거에 거부한 신경숙의 '마지막 한 방의 충격'은 과히 압권이라 할 만하다.

  또한 나는 신경숙 만큼 완벽한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물론 소설가마다 갖는 문체의 특징은 다양하다. 문체의 개성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섬세함으로 풀이되는 신경숙 문체는 완벽함 그 자체이다. 각각의 문장들이, 조사 하나하나의 쓰임새까지도 시적 문체의 효과를 거둘 정도로 세밀하다. 소설의 각 단어와 문장이 갖는 함축적 속성과 비유적 울림이 곧 시詩라는 천재적 영역에 닿아 있다. 소설의 형태에서 시적 효과를 담아내는 발군의 문장력을 가진 작가다. 요컨대 신경숙은 소설로 시를 쓰는 소설가다.

  개인적으로 니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한 말들은 좋아한다. 니체는 '피로써 쓴 글'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피로 쓰라'는 니체의 주문은 곧 성의를 다해 쓰라는 것이다. 항상 느끼지만 신경숙은 성의를 다해 문장을 완성하는 작가다. 소설에 대한, 텍스트에 대한 본질에서 신경숙은 자유롭다. 성의와 집중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아마 니체가 지금 살아있다면 신경숙의 소설을 탐독하지 않았을까.

  너무 잘 쓴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흐뭇하다. 한국 문학사를 다시 쓴 소설가 신경숙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싸인 양장본 소장을 위해 지갑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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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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