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평범한 이웃들의 웃음+눈물+감사한 인생이야기
박은기 외 32인 지음 / 수선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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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는 두 가지 중요한 진리가 있다. 하나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생의 영광은 반드시 고난 뒤에 따른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경험이나 타인의 삶을 통해 얻게 되는 이 두 가지의 깨달음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면서 다양하게 적용된다.

  인간은 평범한 것들의 특별함을 잊고 살아간다. '평범함'과 '특별함'이라는 의미적 상치는 서로를 수식하는 종속적 관계로서 연결된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면 그 앎의 가치의 특별성 또한 알게 된다.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녹록한 것에 기뻐하며, 범상한 것에서 기적을 보는 삶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삶인 것이다.

  고난의 문제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통과의례다. 비단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인용치 않더라도 고난과 승리는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되는 인과관계를 갖는다. 우리 주변에서 승리한 사람들을 보라. 그들에게는 반드시 역경을 이겨낸 분투가 있었다. 현재의 고난은 미래의 영광을 암시하는 가장 분명한 기회다. 이 또한 진리다.

  수선재의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는 여러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각 필자들은 소소하면서도 은밀한 삶의 에피소드들을 고백한다. 반듯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것을 통해 자신의 현재성이 완성될 수밖에 없었던 깊은 울림들이 수필집 곳곳에 배어 있다.

  서른세 명의 필자들은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다. 고통, 상실, 번민, 실패 등 모든 부정적 삶의 편린들은 종내 '감사'라는 희망의 삶적 동력으로 치환된다. 각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독자는 필자의 입장이 되며 강한 공감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평범한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각기 특별한 삶의 형태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파하고 회복되어질 우리네 인생들의 보편성이다.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에 덧글 형식으로 이웃들의 코멘트들을 달았다. 타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녹록지 않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이웃들이 있기에 필자들은 행복하다. 공감 덧글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바야흐로 자본주의 시대다. 능력이 선이 되고 경제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는 점점 희박해져만 간다. 명상이라는 동일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모습에서 따뜻한 이웃애를 느낀다.

  이 수필집의 필자들은 전문 작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글 곳곳에 투박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 투박함은 정겨움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에 빛나는 글이 있다. 수필집의 구성과 내용을 감안했을 때 다듬어지지 않는 필력은 오히려 좋은 조화를 이룬다. 아마추어이기에 더욱 따뜻하고 공감적이며 진정성이 있는 문장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함'이라는 테마는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에 어울린다. 그게 훨씬 부드럽다. 그리고 정겹다. 그래서 좋다.

  각 필자들을 하나로 묶는 '명상'이라는 것에 대해 책 속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은 자못 아쉽다. 그들이 함께 생활하며 공감하는 명상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떠한 것인지 충분히 언급되지 않는다. 명상이 나를 평온케 했고 도전을 준 결과에 대해서는 고백하지만 정작 명상 자체의 구체화에 대해서는 결락되어 있다. 수선재와 명상에 대한 보다 자상한 언급과 그로 인한 각 필자들의 관계성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루어졌다면 보다 힘있는 수필집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책 제목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자. 반듯하지 않은 인생이 고맙다는 말은 '범상'과 '감사'와의 함수관계를 발생시킨다. 이 책은 반듯하지 않았던 인생을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고백함으로써 또 다른 평범한 이웃으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종내 '감사'라는 절대 긍정적 가치를 이끌어낸다. 결국 제목으로 회귀한다. 반듯하지 않은 인생이었기에 결국 '감사'한 것이다. 이 깨달음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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