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 - 한 발 다가서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
박종현 지음 / 시공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보편적으로 한국인은 일본을 싫어한다.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뿐만 아니라 국민성과 문화와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을 싫어하고 배척한다. 35년간의 일제 식민지배라는 오욕의 근대사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내재한 반일감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솔직히 얘기하자. 우리들에게 일본은 무조건적으로 싫고 나쁘고 짜증나는 존재다.

  하나의 존재를 싫어하는 것과 그 존재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우리가 일본을 싫어한다고 해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실존적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략 1세기 이전에 당했던 한과 설움을 21세기까지 연장하여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이 아무리 씹고 또 씹어도 일본은 어디까지나 일본이다.

  일본을 제대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사의 감정에 치우쳐 오직 부정코드로 읽기에는 존재의 크기가 너무 큰 나라가 일본이다.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이자 수없이 많은 문화와 종교를 누리는 다양성의 국가다. 세계사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맞은 나라이며 패전으로 국가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음에도 불과 수십년만에 지구상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산업국가가 되었다. 80년대부터 세계 소비자들의 로망이 된 'Made In Japan'의 힘은 아직까지도 녹록하지 않다. 21세기에서도 일본의 존재감은 크기만 하다. 그렇기에 일본은 반드시 알고 느끼며 연구해야만 하는 아이콘이다.

  시공사의 『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는 오랜 일본생활을 통해 일본인들을 직접 느끼고 소통한 저자 박종현 씨의 에세이다. '한 발 다가가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라는 책표지 전면의 홍보문구는 이 책의 정체성을 잘 함축한다. 멀고 멀게만 느껴졌던, 무엇보다 온갖 부정적 편견으로 읽혀졌던 일본에 대한 진실된 단면을 담아냈다.

  이 책이 읽어볼 만한 이유는 일본에 대한 구체성을 매우 잘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보편적 성향과 세대별 특징, 패션과 문화의 특이점, 한류 열풍과 쇼핑 스타일, 섹스와 불륜의 영역에까지 일본인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한국인으로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잘 풀어서 안내한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책 속에서 가장 솔깃하게 읽힌 부분은 일본의 아이러니한 양면성에 있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일본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양면적 모습을 보인다. 백만 원이 넘는 명품 지갑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식사비로 소소한 금액을 지불하며 몇백 원의 거스름돈을 반드시 챙긴다. 다이어트를 죽기살기로 하는 마른 민족이 식사 후에는 케이크로 대표되는 고칼로리 디저트를 줄서서라도 꼭 챙겨먹는다. 청소년이 학교 안에서 버젓이 '섹스'를 하는 것과 시험 중 '컨닝'을 하는 것을 동일한 처벌로 다스리는 나라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요 국민들이다.

  반면 일본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국민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무엇보다 나는 그들네의 독서력에 주목한다. 일본인은 책을 좋아한다. 국가 전체가 책을 사랑하고 장려한다. 일본인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고독을 좋아하는 국민성을 대변이라도 하듯 그들은 읽고 또 읽는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이나 커피숍에서 책읽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이 누리고 있는 문학의 번영과 권위는 책을 친구삼고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현재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독서하는 일본'은 응당 부럽고 배워야 할 모습이다. 단언컨대, 독서력은 국력과 비례한다.

  시대가 많이 흘렀다. 21세기의 지구촌은 국가와 민족의 벽이 점점 희미해지는 '세계화'라는 대세를 관통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거에 함몰되어 생산성 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앎이다.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그들을 정확히 비판할 수 있고 온전히 넘어설 수 있다. 앎조차도 무의미하다며 무조건적으로 일본을 배척하는 자들이 우리 내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일본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일본 속에 배어있는 문화와 습속을 편안하게 소개한 에세이임에도 이 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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